부부행세
13. 좋은 남편


"끝났어요?"



김여주
아, 왔어요..?


최연준
?


최연준
목소리에 힘이 없네요


최연준
힘들었어요?

연준은 다가와 자연스레 여주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김여주
아, 아..아뇨..ㅁ..뭘..-

그의 손에 스친 여주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김여주
방금까지도 일 했으니까 그렇죠 뭐..!


최연준
진료시간은 이미 지난 걸로 아는데?


김여주
애가 아프다는데 어떡해요


김여주
이래봐도 의사인데, 도와줘야죠


최연준
...


최연준
...흐음


최연준
저도 아픈데, 진찰해주시나요?

연준은 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여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마치 나 좀 봐달라는 아기고양이처럼 눈망울을 반짝였다.


김여주
...

능청스럽게 가까워진 연준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김여주
...어디가 아프신데요?


최연준
으음, 일단 저는요..-

스윽.-


최연준
머리를 크게 다쳐서 기억이 없고요, 선생님 (싱긋)

연준은 여주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얹었다. 마치 쓰다듬는 것 처럼.


김여주
..!


최연준
그리고, 여기


최연준
잠을 잘 못 잤나..- 허리도 좀 아픈 것 같고..-

연준은 그대로 여주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허리춤에 가져다댔다.


김여주
..ㅁ,무슨..


최연준
여기까지 걸어 오느라, 다리도 아픈 것 같아요..-

그대로 여주의 손은 허리춤에서 살며시 내려가 연준의 허벅지 앞에 멈춰섰다.


김여주
...!!


김여주
장난치지 마요..!


최연준
...장난 아닌데


최연준
봐요,


최연준
봐요, 지금 여기가 제일 아픈 것 같아요

연준은 다시 여주의 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포갰다.


김여주
..!?

손바닥 위로 연준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두근

두근두근

조금은 빠른 템포의 고동 소리가 손바닥을 툭툭 간지럽게 건드렸다.


김여주
...


김여주
...정


김여주
...정상입니다.


김여주
장난 그만하고 가요..!!

퍽.-

여주는 연준의 가슴을 밀어냈다.


최연준
ㅋㅋㅋㅋ


최연준
알겠어요ㅋㅋ

연준은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김여주
...


김여주
...큼큼.-




그렇게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함께 했다.



최연준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김여주
아니에요


김여주
놔둬요, 일단 연준씨는 여기 앉아봐요

여주는 식탁 앞을 가르켰다.


최연준
?



김여주
눈 감아봐요


최연준
? 왜요


최연준
선물 주게요?

연준은 눈치챈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김여주
...


김여주
...아진짜,


김여주
눈치 없어요?


김여주
그런 건 모른 척 하라고요


최연준
ㅋㅋㅋㅋ


최연준
네네-


최연준
그래서 뭔데요?


김여주
...자요-

여주는 식탁 앞으로 새 휴대폰을 올려놨다.


최연준
...?


김여주
연준씨한테 주는 거예요


최연준
나한테요?


김여주
영 불편하잖아요-


김여주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뭐.. 가뜩이나 데릴러 올 때 엇갈리면 어떡해요-


김여주
뭐..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최연준
으음?


최연준
나랑 연락하고 싶었


김여주
아!!


김여주
그쪽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냥 이참에 폰도 있으면 번거로울 일도 없을테고 (주절이)


김여주
그리고 그런..!!


최연준
네, 고마워요

연준은 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김여주
...


김여주
...네, 뭐 그래요..-

뭔 말을 못하겠네 진짜...-

자꾸 말려드는 기분이야..

...

..

.




"자요?"


김여주
아뇨, 아직···


최연준
웬일이지


최연준
오늘은 잠든 척할 생각이 없나봐요?


김여주
..ㅁ..뭐요


최연준
내가 항상 씻고 나오면 먼저 자는 척 했잖아요


최연준
근데.., 오늘은 눈이 또렷하네요


김여주
...

이런,

자는 척한 걸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괜히 건드릴까봐 자는 척 한건데...

알면서도..



최연준
그럼, 여주씨

연준은 여주의 옆으로 바짝 몸을 눕혔다.

방금 막 씻고 나온 연준의 샴푸냄새가 침대 위를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김여주
..뭐,


김여주
..뭐, 뭐요..;;


최연준
오늘은 부부관계에 대한 진전이 있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죠?


김여주
무,


김여주
무, 무슨 관계요..!?

긴장한 나머지 삑사리가 났다.

연준으로 인해 좁아진 침대에 여주는 주춤이더니 침대 끝으로 몸을 움츠렸다.

맹수에게서 도망치다 절벽에 몰린 토끼처럼 바등바등 위태롭게 연준을 바라보았다.


김여주
...(동공지진)

미친미친미친미친···!!!

설마 아니지?

내 내 입으로 부부라고 해놓은 마당에 계속 뒤로 내빼기도 어려운데..

이런 일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시발...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해?

사실은 우리는 부부가 아니라 피의자와 피해자랄까요. 그쪽은 절 죽으려고 했으나 제가 그쪽의 머리통을 내려치는 바람에 기억을 잃고··· (주절주절)

...이걸

...이걸 이제와서 말하면 믿겠냐고!!!!

하..

좆됐··



최연준
(피식)


최연준
알겠어요, 눈 그만 굴려요

연준은 안심하라는 듯 여주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넘겼다.


김여주
...에?

여주는 벙찐 얼굴로 연준을 보았다.


최연준
뭘 그렇게 놀라요


최연준
부인이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하는 취미 없어요


김여주
...네?

누구보다 강압적이실 것 같은 분이요?


최연준
...으음


최연준
안 믿는 얼굴이네


최연준
기억을 잃기 전, 저는 안 그랬나봐요..?


김여주
...아

바로 아니라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다정하다. 과거의 그와 달리...

그럼에도 기억을 잃기 전 이 남자의 대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서늘한 동공, 사람은 아무 감정 없이 죽일 수 있을 것 같던 잔혹함, 나의 목을 졸랐던 하얗고 굵은 손의 감각. 낮게 내 주위에 위압감으로 포위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최연준
...


최연준
그랬나보네요 (중얼)

연준은 혼자 짐작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표정이 조금 화가 난 얼굴이면서 슬퍼보이는 눈이었다. 자기에 대한 참을 수 없음이 눈에 보였다.


최연준
과거에 난 왜 이렇게 못 됐을까요


최연준
왜 이런 아내를 두고 쓰레기 같은 짓을...


김여주
..?

그의 얼굴에서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 남자..

과거의 자신에 대해 기억도 없으면서 과거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책을 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 남자가 그런 짓을 하는 대에 환경이 그를 이토록 잔혹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정말...

인간성이란 게 이 사람에게도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 아픈 생각이 들었다.


와-락.

나는 천천히 그를 안았다.


김여주
과거에 무슨 짓을 했건, 지금은 다르잖아요


최연준
...?


김여주
지금 연준씨는 잘하고 있어요


김여주
좋은 남편이에요


최연준
...

여주의 말에 연준은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꽉 잡은 그녀의 허리를 쥐며 놓지 않겠다는 듯이.

품을 떠나지 못하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

..

.




...

다음날 아침,



최연준
일어났어요?

연준은 여주의 뒤에 바짝 다가와 안겨왔다.

여주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잔뜩 늘어졌다.


김여주
...네, 잘 잤어요..?

어젯밤 이후로 부쩍 우리의 사이가 진득해졌달까.

원래에도 자연스럽게 굴던 최연준이었지만

지금은 더...

뭐랄까 편해보인다

비록 나는 죽을 맛이지만


김여주
ㅇ..아침, 안 먹어요? 배 안 고파요!?


최연준
...으응-


최연준
조금만 이러고 있어요..-

연준은 아직 졸리다는 듯 여주의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김여주
...

두근두근..

등 뒤에 느껴지는 연준의 온기 때문인지, 노긋한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여서인지.

아니면, 이제 여름에 가까워진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이

화끈 달아오는 얼굴을 애써 돌렸다.



김여주
밥 먹을까요!?


김여주
오, 오늘은 휴일이라 제가 할게요..!!


최연준
같이 해요


최연준
좋은 남편하게


김여주
...


김여주
...(화끈)

정말이지...

무슨 말을 못하겠단 말이야...



김여주
...

말문이 막힌 얼굴로 연준을 올려다보자 싱긋 미소를 짓는 그의 눈과 마주쳤다.

부시시한 머리, 반쯤 감긴 눈, 좀 부었나 싶은 입술이...

잘근 입맛을 다시더니,


최연준
...

천천히 그의 고개가 나를 향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띵-동

그 순간의 정적을 깨고 현관문에서 초인종 벨 소리가 울렸다.

띵동.-


최연준
...


김여주
...제


김여주
...제가 가볼게요!!!

여주는 순간적으로 퍽 연준을 밀어내고 현관문 앞으로 달려나갔다.


김여주
...!!

위,

위, 위험했다.

하마터면 진짜로..

휘말릴뻔 했어..

나는 속으로 다행이다를 연신 내뱉으며 현관문 앞으로 달려나갔다.

...

..

.




-


-


...

다음화에 계속>>>>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