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함께 영원히
28_추억 여행


28

여주
“그리고 이제부터는 계속 붙어있으면 되잖아요, 그쵸?”


성운
“…또 가라고 하기만 해봐.”

여주
“안 할거에요. 얼른 와서 찌개나 맛봐요.”

그제서야 아저씨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방문으로 향했다.


성운
“근데 너 내 방 왜 들어왔어. 내가 첫날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여주
“아저씨 기분 풀어야죠.”

여주
“그리고 그때랑 지금이랑 우라가 같은 것도 아니고 방 한 번씩 드나드는 것쯤이야.”


성운
“너 금방 그게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는 알아?”

여주
“그니까 그냥 이럴 때 한 번씩 오겠다고 한 건데..”


성운
“장난이야. 우리 여주 찌개나 먹으러 가야지.”

여주
“언제부터 먹고 싶어 했다고. 언제는 또 그냥 먹어주는 거라고 했으면서요?”


성운
“냄새가 좋으니까? 그리고 나 된장찌개 좋아한다고 했잖아.”

여주
“그럼 한번 먹어봐요. 이거 좀 식었을 테니까 알아두고요.”

식탁에 앉은 아저씨에게 몇 가지 반찬과 찌개, 밥을 내주었다.


성운
“맛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는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주
“맛있죠?”


성운
“완전 맛있어. 너도 얼른 와서 먹어.”

그러면서 또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밥 한 공기와 수저를 식탁 반대편에 초능력으로 불러냈다.

여주
“아저씨 초능력은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야…”

여주
“왜 정령한테 굳이 이런 초능력까지 준 거지?”


성운
“다 이유가 있겠지?”

여주
“그렇겠죠, 뭐. 근데 이 된장찌개는 내가 먹어도 맛있는 거 같다.”


성운
“당연하지 누가 만든 건데.”

그러면서 살며시 나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덕분에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서로를 마주 보며 행복한 지금이 좋다.

_

이른 저녁인 건지 늦은 점심인 건지 어쨌든 다 먹고 치우고 아저씨와 소파에 앉았다.

여주
“근데요, 아저씨. 우리 뭐하고 있을까요?”


성운
“영화 볼까? 아님 게임을 할래?”

여주
“음…”


성운
“심심해애—”

아저씨가 몸에 힘을 다 풀고 소파에 기대어서 흘러내리면서 말했다.

눈동자는 갈 길을 잃은 듯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이지 귀엽다.


성운
“할 건 많은 거 같은데 왜 정작 할 게 없지?”

여주
“아, 아저씨! 그거 저번에 시간 여행 비슷한 거 보여줬잖아요.”

여주
“그걸로 우리 거의 첫날 즈음 보고 오면 안 돼요?”



성운
“그럴까?”

힘없이 흘러내리던 아저씨가 갑자기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내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흐리멍덩하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여주
“그거 말곤 딱히 하고 싶다고 생각나는 것도 없고..”


성운
“여주 하고 싶은 거는 다 해줘야지. 자, 얼른 손잡고.”


성운
“아 맞다, 우리 원래 잡고 있었구나.”

아저씨는 이번에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게 출발신호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럴 때면 나는 참 특별한 사람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어떤 인간이 정령, 그것도 남친인 정령과 이런 초능력을 써보겠는가.

우리 둘만 쓸 수 있는 신호이기에 더욱 특별했고 특별한 만큼 나도 마음에 들었다.

_

그때처럼 주변이 밝아지고 어느새 나는 그날 학원 맞은편에 서있었다.

여주
“비 오는 날이네요.”


성운
“응. 그때 네가 우산 뺏어간 날.”

여주
“뺏어간 게 아니라 빌려줬던 거죠.”


성운
“빌려준다는 건 돌려준다는 거야.”


성운
“넌 그날 안 돌려줬잖아.”

여주
“그건 안 돌려준 게 아니라 못 돌려준 거죠.”

여주
“불 나서 타가지고 없어진 거 가지고 뺏은 거라니.”


성운
“어쨌든 저기 한번 보자구.”

멀리서 그때의 아저씨가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학원 건물에서는 내가 비 오는 것을 보고 초조해하는 것이 보였다.

여주
[아저씨! 여기요!]

여주
“지금 들으니까 내 목소리 되게 크네.”


성운
“그러니까 내가 빗소리를 뚫고도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거야.”


성운
과거의 아저씨가 과거의 나의 말에 고개를 획 돌려서 말했고 과거의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여주
[아저씨! 나 오늘 우산 없는데 좀 씌워주시면 안 되요?]


성운
“근데 너 그거 알아?”

여주
“뭐요?”



성운
“나 원래 저때 너한테 우산 안 씌워줄려고 그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