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민남매의 일상 TALK
PurpleH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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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카라멜 팝콘 [Caramel Popcorn]


카라멜 팝콘 [Caramel popcorn]

54.

...

"이제 좀 놔줘도 될 거 같은데..."

재현이의 말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여주
"...아."

나도 연준이도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내 팔을 잡고 있던 연준이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고, 나 역시 꽉 붙잡고 있던 연준이의 팔을 황급히 놓았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애먼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댔다.

그때



최연준
"놀랐지."

연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최연준
"갑자기 잡아서."


오여주
"아니야. 내가 뒤로 가다가 그런 건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분명 넘어질 뻔해서 잡아준 것뿐인데 왜 이렇게 얼굴이 뜨거운 건지.

나는 일부러 카메라 화면만 내려다봤다.

그때 재현이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명재현
"괜찮아?"


오여주
"응. 괜찮아."

재현이의 시선이 내 팔로 향했다가 다시 얼굴로 올라왔다.



명재현
"다행이네."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런데 아까 운동장에서 봤던 표정이 또 잠깐 스쳤다.

조금 굳어 있는 얼굴.

'왜 저러지...'

또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시선을 멀리했다.

오늘따라 내가 괜히 표정 하나하나를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았다.


김지우
"여주야."

때마침 날 불러주는 지우의 목소리.


김지우
"사진 찍을 거면 이쪽에서도 한번 봐봐."


오여주
"응!"

나는 얼른 지우 쪽으로 걸어향했다.

그렇게 몇 걸음 가다 무언가에 홀린듯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러자 보이는 마주보고 서 있는 연준이와 재현이.

서로 오가는 말은 없었다.

그저 잠깐.

시선만 부딪힌듯 보였는데.

'뭐야...'

괜히 또 그 표정들에 사로잡혀 신경써버리고 말았다.

...

계단 촬영 위치까지 어느 정도 확인한 뒤 우리는 강당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예원이가 앞장서고, 지우와 동민이가 뒤에서 또 투닥거리고 있었다.


한동민
"어어~ 이러다 또 아까처럼 넘어진다~."


김지우
"넘어진적 없거든~."


한동민
"내가 안 잡았으면 진짜 넘어졌거든."


김지우
"안 넘어졌거든."


한동민
"넘어졌어."


김지우
"안 넘어졌다고."

동민이는 웃으면서도 계속 지우를 놀렸다.

지우가 위험에 처했을때 진지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장난꾸러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우도 짜증난다면서 계속 대꾸해주고 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역시 저 둘은 그냥 저렇게 있는 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

...

그렇게 강당까지 둘러보고 동아리실로 돌아가려던 순간.


이영서
"여주야."

뒤에서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돌아보자 영서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오여주
"응?"

나의 대답에 영서는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


이영서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이전에 화장실 앞에서 들었던 말이 바로 떠올랐다.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어.'

'무서워.'

나는 지우 쪽을 바라봤고 지우는 영서 한번, 나 한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먼저 예원이와 동민이를 데리고 지나가 주었다.

연준이와 재현이 역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오여주
"먼저 가."

내가 말하자 재현이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고개를 끄덕였고, 연준이 역시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둘이 멀어지는 걸 확인한 뒤 다시 영서를 바라봤다.


오여주
"무슨 얘기?"

영서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평소처럼 바로 말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숨을 고르는 모습.

이전에 화장실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영서
"저기..."

영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영서
"미안해."


오여주
"..."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었는데도 직접 들으니 마음이 이상해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영서를 바라봤다.


이영서
"그때 내가 너무 심했어."

영서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영서
"너한테 그렇게 말할 자격 없었는데."


이영서
"솔직히 나 질투했어."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이영서
"연준이도 그렇고, 재현이도 그렇고..."

영서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이영서
"내가 오래 알고 지낸 애들인데 갑자기 너랑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가슴 한쪽이 묘하게 조여왔다.

그동안 영서가 보여준 모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내가 연준이와 이야기할 때마다 굳던 얼굴.

재현이가 나를 챙길 때마다 어색하게 변하던 분위기.


이영서
"그래서 내가 혼자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영서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영서
"네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오여주
"...영서야."


이영서
"알아."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영서가 먼저 말을 이었다.


이영서
"미안하다고 해서 네가 바로 괜찮아져야 되는 것도 아니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영서
"그냥... 내가 미안하다는 건 말하고 싶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앞에 서 있는 영서를 보니 더 복잡했다.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었다.

상처받은 것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영서가 하는 말까지 거짓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았다.


오여주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내 말에 영서가 고개를 들었다.


오여주
"네가 했던 말들 생각하면 아직 화나."


이영서
"...응."


오여주
"근데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불편하게 지내고 싶은 건 아니야."

영서의 눈이 조금 커졌다.


오여주
"시간 좀 줘."

한참 나를 바라보던 영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영서
"...알겠어."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명재현
"여주야!"

재현이였다.

숨을 조금 몰아쉬며 우리 앞에 멈춰 선 재현이가 나를 보더니 말했다.


명재현
"혹시 카메라."


오여주
"...카메라?"


명재현
"챙겨왔어?."

재현이 물음에 가벼운 내 손을 발견한 나는 짧은 탄식을 뱉어냈다.


오여주
"아."

놓고 왔네.

가까이 다가오는 재현이를 바라보다 영서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는 영서.


이영서
"다녀와"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재현이를 향해 말했다.


오여주
"강당까진 분명 들고 갔는데 거기서 두고 왔나봐. 금방 가져올게."

그 말을 끝으로 등을 올려 강당으로 향하려는데...


명재현
"같이 가"

재현이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에 뒤돌아 재현이를 보는데 재현이 보단 옆에 멀뚱히 서서는 양손에 짐을 들고 있는 영서가 먼저 눈에 들어와 버렸다.


오여주
"괜찮아. 영서 무거워 보이는데 영서 짐좀 같이 들어줘."

내가 부탁하자 영서의 손에 들린 짐을 잠시 내려 보더니 영서 눈치를 보며 한손에 짐을 대신 들어주는 재현이.

얼떨결에 재현이에게 짐을 건내준 영서는 뒷목을 긁적이며 웃어보였다.


이영서
"괜찮은데..."

그렇게 마무리 짓고 나는 마저 등을 돌려 강당으로 향하는데...

터벅터벅- 등 뒤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곧이어 내 시야에 누군가의 옆모습이 들어왔다.

"같이 가"


자까
저도 같이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