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어두운(3)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드디어 그 지옥같은 고아원을 벗어났다고 좋아하던 때였다.

나는 그때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야, 하셍언!"

하셍언은 내 별명이다.

영어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써보라고 해서 나는 'Ha Seng Un'이라고 썼는데, 틀린 표현이란다.

덕분에 계속 셍언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야, 하셍언! 뭐하냐?"

"나? 그냥, 노래 들어."

"나도 좀 듣자."

그 아이는 내 왼쪽 귀에서 이어폰을 확 빼버렸다.

[I promise you, I promise you, 내가 더 많이 더...]

"야, 이딴 노래를 왜 듣냐?"

"이딴 노래라니. 좋은데..."

"이거 진심 개별로. 빨리 음악 바꿔바꿔."

나는 억지로 음악을 바꿨다.

[윙윙윙윙 부메랑 Hey 돌아버려...]

"그래, 이런 신나는 노래를 들어야지."

그 아이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연신 '돌아버려'라며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갈리기 시작했다.

"야, 똑바로 안 해?"

그 아이는 다른 아이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억, 억... 미안해..."

"미안하면, 어? 똑바로 좀, 어? 했어야지."

나는 보다 못해 그 아이를 말렸다.

"세훈아, 그만해."

"하성운, 이런 애는 봐주면 안돼. 기껏 골키퍼 시켜줬더니 뒹굴뒹굴 놀기만 하잖아?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그래도...

세훈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 아이를 때렸다.

"그만해!"

앞을 막아서자 세훈이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저렇게 되고 싶어? 비켜."

세훈이의 폭력은 날마다 계속되었다.

어느새 나 말고는 세훈이의 주변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세훈이가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일이 잦아졌다.

"대체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내가 괜히 할 일 없어서 이러는 줄 알아?! 저 ㅅㄲ들이 자꾸 나를..."

"그러면 너가 너의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할 때까지 너랑 친구로 지내지 않을 거야."

"하... 이제 너까지 날 배신하냐? 어떤 놈이야? 강서준?"

"걔네들이랑은 관계없어."

"그래, 너도 걔네들이랑 똑같이 해줄게. 기대해라."

그 말을 끝으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세훈이는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만을 괴롭혔다.

너무나 답답했다.

왜 나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보아야 하는지...

결국 세훈이에게 따지러 갔다.

"너 왜 날 안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만 괴롭혀? 그거 진짜 찌질한 짓인 거 알아?"

"니네가 하는 짓이 더 찌질해. 나는 더욱 더 찌질하게 굴 거니까 평소처럼 나한테 관심 주지 마."

"

할 말이 없었다.

먼저 내가 세훈이를 떠났으니까.

죄책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매일매일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다행히 몇 주 뒤 운 좋게도 나는 이사를 가게 되었고, 다시는 세훈이를 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보게 되다니.

...어떡하지.

나 때문에... 설마...

위험해- 너무나 위험해.

내가 지켜야 해.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더 풀어나갈까 고민이 많네요.

그리고 혹시 제가 등장인물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서 많이 불편하시다면 댓글로 얘기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