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선사시대 로맨스

1화: 비밀친구가 생겼다

 [대신 딸이 싫다고 하면 더이상 접근하지 말것.]

선포령과 함께 알려진 또 하나의 규칙이었다. 그나마 자유롭게 밖을 다닐 수 있게된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당당하게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내린 선포령을 잘 지키되, 내 마음을 뺏어야한다는 점에서 달성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내가 원하고 원하던 바였다.

그러면, 날 찾아오는 남자들도 줄어들겠노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결혼하자구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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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싫어."

언제나 그랬듯이 달라진 게 없었던 상황에 여주네 가족들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부족장

"이거...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 어떠카노?"

모든 부족들의 시선이 여주에게로 집중된 가운데, 여주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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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저는 제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시집갈꺼라고 전해주세요."

그렇게 간단하게 끝낸 회의에 결론으로 한 가지를 더 공고하기위해 나왔다. 여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이에나처럼 한순간에 뛰어왔다.

여주만을 바라보던 남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던 여주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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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저는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닌,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갈것입니다. 여러분은 아니라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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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러니깐 이제 자기의 부족으로 돌아가세요. 저는 아직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여주의 말이 끝나자 실망한 군중이 조용히 제 갈길로 향했다. 분산되는 군중을 보자 이제서야 만족했던 여주가 오랜만에 산책을 나왔다.

여주는 초원의 공기를 쐬며 아까 자신이 군중에게 한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리쳤던 말을 계속 곱씹었다.

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였다. 그래서 그걸 깨달으려 하지 않는 저들이 싫었다.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원했으니까. 부모님이 어릴때 해주셨던 이야기와도 다를바가 없는 행복이다.

"나랑 결혼하자!"

또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왔다. 아까 모였던 군중속에 있던 사람인 것 같았다. 군중이 해체되자 나에게로 접근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싫다며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하지만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고 들리지 않았는지 계속 달려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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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싫어, 싫다고!"

하지만 내가 혼자있는 것을 보고는 더이상 말을 듣지도 않고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말릴새도 없이 숲으로 뛰어가서 숨어야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으로 달려갔다. 길이 울퉁불퉁한 탓에 상처가 금방 생겼지만 잡히는 것보다는 몇천배 더 나았다.

턱-

결국 뛰어가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다리에는 쓰라린 상처가 거슬렸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오며 소리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결국 몸을 겨우 이끌고는 커다란 나무 밑에 숨어서 숨을 죽였다. 그늘이 지고 나무가 잔뜩 있었던 탓에 숨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내가 넘어졌던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걸음을 뒤로하는 남자였다. 숨은 덕에 저 놈을 피할 수 있었지만, 영광에 상처도 함께 남아버렸다. 

나는 자연스레 상처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랑 만나야겠다고 간단히 생각했다. 어쩌면 이리저리 쫓겨다닌 탓에 당연하다고 여긴걸지도 모른다.

주변에 상처를 씻을 연못이 있을까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늘진 숲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나무와 짧은 풀들이 전부였다.

멈추지 않는 피와 까진 살갗이 꽤 징그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주는 저들이 더 그렇다고 생각하고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죽일 기세로 달려왔으니, 잡혔어도 안좋은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까 문양을 보아하니 사람을 납치하는 부족이 분명했다.

여주는 목 뒤에 있던 문양을 쓸어내리다가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이젠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들리는 발소리에 급하게 숨을 죽였다. 설마 아직도 가지 않았던 건가?

근처 풀숲에서 무언가 바스락거리더니 튀어나오는 다른 남자였다. 그는 내 다리에 있는 상처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가까이 다가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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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오, 오지마."

내가 뒷걸음질치자 다가오는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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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아프게 안, 해. 싫으면 관둘께..."

남자의 말에 아프긴 아팠던지라 나는 조심히 다리를 내어주었다. 남자는 물통에 있는 물을 흘려주고 약초를 상처에 올렸다.

내가 따가워서 잠시 움찔하자 똑같이 움찔거리는 모습이 순수해보였다. 그리고는 작은 천조각으로 무릎을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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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다 됐다."

순간 다 됐다며 나를 보고는 남자가 살짝 웃어주었다. 얼떨결에 그를 바라보니 조심히 손을 내밀었다. 일으켜주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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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아파..."

쓸린 다리에 힘이 전혀들어오지 않았다. 그도 부축해주는 것만으로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나를 들어올렸다.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선의적인 친절을 받아봤다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겨가다가 그의 목덜미에 새겨져있는 작은 무늬가 보였다. 아마 부족을 나타내는 문양인 것 같았다. 궁금해진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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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혹시 어느 부족에서 왔어...?"

그러자 해맑던 얼굴이 금새 그늘이 지더니 어두워졌다. 뭔가 하지말아야 할 질문을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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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나는, 부족이 사라져서 숲 속에서 혼자 살아."

혼자 산다는 말에 자신과 동질감이 느껴진 여주였다. 잠깐동안 잠잠하더니 여주가 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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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럼 내가 친구가 되줄게. 이 숲으로 오면 다시 만날 수 있는거지?"

남자는 내 말에 조금 놀란듯 고민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친구가, 생긴 것 같아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을 하고나니 발걸음이 느려졌다. 나는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초원에 있는 우리집까지 날 데려다주고는 다시 숲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고맙다고 말하자 그대로 발길을 옮기는 그다.

그나저나 내가 사는 곳을 딱히 말한 적이 없을텐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것일까. 어쩌면 군중들 속에서 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상관없었다.

부족장

 "대체 무슨 일이고!"

다리에 상처를 보더니 놀라는 부모님이었다. 나는 부모님을 진정시켜드리며 숲에서 넘어졌다고 전했다.

그러자 날 안아들더니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들어가버리기 전에 그 숲을 한번 바라보았더니 아까 그 사람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안겨있던 터라 손을 흔들어주진 못했지만 내가 바라보자 조용히 숲으로 돌아가는 그였다.

이제껏 겪은 상처대신에, 좋은 친구가 하나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