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2] 늑대들의 육아일기
3화_초콜렛 사건


늑대인간들이라-

같이 살다보니, 사실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이상한 존재들이 아니다. 인간과는 다를바가 없는 어린애들일 뿐이었다.

...인간보다도 더 어리기만 한것 같은 꼬맹이들.

우리집에서 살게된 삼총사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초록창으로 들어가 검색어에 '늑대' 라고 치고는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자 보이는 동식물 백과사전에 들어가 살펴보려는 순간,


다니엘
"누나 뭐해요?"


여주
"악! 깜짝이야."

순간 말을 걸어오는 다니엘을 보고는 놀라 폰을 저멀리 던져버렸다. 아, 저거 이번에 나온 신상이었는데.

후회한다고 한들 누구에게 잘못을 물어야하는 걸까. 다니엘이 아까 던졌던 핸드폰을 들고오더니 조용히 손에 쥐어주었다.

그래, 사고를 안칠리가 없었지.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가라앉히고는 다니엘의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어주었다. 살기를 느낀 다니엘이 말없이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다니엘
"...살려주십시오, 누님."

아니야, 내 주먹이 날라가기 전에 어서 도망가렴. 그러자 늑대로 변해선 밖으로 열심히 뛰쳐나가는 다니엘이다.

그들이 우리집에 살게된 이후로, 매일 발생하는 사고에도 익숙해져버린 내가 조금 무서워졌다.



성우
"누나,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민현
"얘들아. 나대지...(꼬르륵)"

아침부터 충격적인 비주얼로 기어나오는 성우. '밥' 이라는 소리에 주방으로 달려가 뒤지기 시작하는 다니엘. 그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배에서 나는 소리에 숙연해지는 민현까지.

틈만나면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남자 셋을 키운다는건 보통일이 아니다. 솔직히, 라면만 삼시세끼주는 게 무안해질정도로 많이 먹어대서 식비도 진짜 장난아니야.

그렇게 밥을 해 먹이고는 소파에 드리누웠다. 아직 결혼이라는 거 해보지도 못했는데 애를 셋이나 키워본다는게 참. 누가보면 기가 막힐 얘기다.

아, 원래 옆에서 같이 기가 막히는 척이라도 해줄 사람이 없었지. 삼총사가 날뛰는 걸 보며 소리없는 울음을 삼켜냈다. 같이 사는 게 사람이 사는 곳이 안됬다.


민현
"얘들아. 다 먹었으면 청소는 해야지."

그나마 '청소' 라면 언제든지 발벗고 나서주는 민현덕분에 집에서 살아갈 수는 있었다. 불행중에 다행인 사실이지만, 그거 이외에는 나아진 게 전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니엘을 쫓아 주방에 갔었던 성우가 급하게 달려오며 말했다.


성우
"누, 누나! 니엘이가 거품 물어요...!"


아, 인생이여-

일단 사건의 진상을 알아볼겸 다니엘을 끌고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 늑대로 변한채 완전히 굳어버린 것 같았다.


여주
"그러니깐, 찬장에 있었던 무언가를 주워먹다가 갑자기 이렇게 됬다는 거지?"


성우
"네. 맛있다면서 더 먹을거라고 뒤지다가 결국 쓰러졌어요."


여주
"대체 뭘 주워먹은거야... 우리집에 멀쩡한 음식이 있지도 않을텐데."

진심이었다. 원래 사람 사는 곳이 못될 뿐더러, 매일 라면이라도 겨우 살아가는 우리집에 멀쩡한 음식이 있을 확률은 거의 희박했다. 나조차도 매일 뭘 먹는지도 잘 몰랐으니까.


민현
"병원이라도 가봐야되는 거 아니에요?"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멀쩡한 민간인이 늑대를 키운다는 의심을 받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치치처럼 다시 헤어져야할지도 몰랐다.

그건 싫었기에, 침대위에서 뻗어버린 다니엘을 편하게 눕혀주고는 다들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러자 떠오르는 생각에 번뜩였다.


여주
"아, 맞다! 아는 오빠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있는데 거기로 데려가면 도와줄거야."

거기라면 다른 일반동물병원보다는 안전했기에 다니엘을 조심히 챙겨들고 재빨리 병원으로 향했다.


하성운
"어서오세... 어, 여주야! 오랜만이다."

자신의 병원으로 들어오는 여주를 발견한 성운이 반갑다며 살갑게 인사해주었다. 하지만 급하게 뛰어왔던지라 숨을 몰아쉬며 성운에게 말했다.


여주
"오빠, 혹시 얘 상태 좀 봐줄 수 있어? 이상한 거 주워먹고 거품을 물어가지고..."

품 안에 넣어왔던 다니엘을 성운에게 조심히 건네주었다. 아직까지 굳어있는 다니엘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일단 들어가자며 가운을 걸쳐입고 병실로 향했다.

다급하게 병실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하성운
"음...대체 뭘 먹은거야. 혹시 주워먹는 거 본 사람 있어?"


성우
"어... 쪼그맣고 까만거였는데... 달콤한 냄새가 났어요."

조그맣고 까맣고 달콤한 거라, 혹시? 문득 머릿 속에 떠오르는 단어에 소리쳤다.


여주
"아, 설마 내 초코... 초콜렛?"

그러자 시선이 모두 다니엘에게 향했다. 살짝 입냄새를 맡아보니 고약한 냄새와 함께 분명한 초콜렛 냄새가 풍겨왔다.

그때 상황을 상상해본다면, 라면을 해치운 뒤에도 배고팠던 다니엘은 찬장을 뒤지다가 내가 숨겨놓은 초콜렛을 하나 먹어버리고는 저렇게 됬다는 거였다.


하성운
"아이고... 초콜렛 잘못 먹으면 죽을수도 있는거였는데, 조그만한 거라서 그나마 다행이네. 한참 토하고나면 곧 나을테니까 걱정하지마."


하성운
"급한 일이라도 있거나 정말 걱정되면 약이라도 먹여줄게. 아니면 여기서 회복하고 가도 돼."


여주
"...고마워, 성운오빠."

성운이 나가자, 정적이 흐르다가도 침묵하기를 반복했다. 어이가 없었는지 조금은 해탈한 표정을 짓는 목격자와 남의 속 타는 것도 모르고 곤하게 뻗어있는 당사자.

이걸 걱정해줘야 하나, 아님 혼내야하는 건지도 헷갈렸다. 아픈건 걱정해준다 쳐도 마음대로 꺼내먹다가 이렇게 된거니까 이참에 정신차리든가 하겠지 뭐.


다니엘
"우웨에에..."

당장이라도 토할 기세로 우웩거리며 다니엘이 일어났다. 어지러운건지 머리를 붙잡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물어왔다.


다니엘
"여기는 대체 어디...? 에, 제가 왜 여기있는 거죠."


여주
"...이제 멀쩡하네."


민현
"다음부터는 아무거나 주워먹지마. 특히 까맣고 달콤한 냄새나는 건 절대 안돼."

부끄러운 감정을 뒤로하고 아직도 눈치없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다니엘을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래도 사람인데-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겠지. 설마, 그렇진 않을거라고 믿고 싶었다. 믿고 싶었는데 그렇게 될거라는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성우
"누나, 쟤 계속 주방에 들어와서 먹을 거 찾는데 주방 출입금지 시키는 건 어때요?"


여주
"...못 움직이게 차라리 묶어놔. 아니면 내가 뭘 주문해놓을게."

아침까지만 해도 '늑대' 에 대해서 검색하던 녹색창을 키고는 빠르게 자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얀 검색창에 '강아지 케이스' 라는 글씨가 써져있었다.

이참에 주문할거, 예쁜걸로 사놔야겠다. 몇차례 살펴보다가 발견한 케이스를 주문시키고는 금방 뿌듯해져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언제 써볼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결국 우여곡절이 많았던 3일의 결말은, 다니엘은 사고치기 담당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특별히 집중관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민현
"성우야, 그거 먹으면 안되는 거 알지? 조심히 내려놔."


성우
"아니야... 이거 먹을...(꿀꺽)"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긴장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우자 무언가를 주워먹고 쓰러지는 불상사가 줄어들었다.


여주
"...민현아, 너만 믿는다."

그러자 자물쇠의 열쇠를 조용히 넘겨받고는 소중하게 제 품 안으로 넣는 민현이다. 어딜가든, 삼형제에게는 먹을 게 가장 중요한 거였다. 그건 민현에게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민현
"...(오물오물)"



여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