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수사일지

Ep. 28 ° 백화점 폭탄 설치 사건 (4) _

이젠 익숙한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선배들 다쳤을 때 미치도록 들었던 심박수 측정기 소리, 주삿바늘로 찔려서 팔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 그리고... 이번에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

천천히 눈을 뜨자 또 익숙한 병실의 천장이 보였다. 저번과 같은 VIP 병실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디더라... 아, 선배들 입원해있는 병실이다. 김현성씨한테 찔리고 민 경위님이랑 박 경장님이 오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하여주 [28]

"...으, 아아..."

이번엔 꽤 깊게 찔렸는지 어깨가 좀 아팠다. 빠르게 회복하기는 힘들겠는걸. 안돼, 그러면 우리 팀 세 명 부상이잖아. 절대 안돼. 피해가 너무 커. 빨리 일어나야 되는데. 김현성씨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깊게 찌르시냐...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깼어? 아직 일어나면 안돼."

하여주 [28]

"아... 정, 경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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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아직 마취가 덜 풀려서 말 잘 안 나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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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어깨는 좀 어때. 아프면 끄덕이고, 괜찮으면 도리도리해."

어깨에서 느껴지는 강도 센 통증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자칫하면 복귀가 늦어질까봐 고개를 저었다. 정 경사님은 그런 날 보고 아무 말 안 하시다가 다친 어깨인 오른팔을 들으셨다. 순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여주 [28]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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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하여주. 무슨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

원래도 굳어있던 표정에서 더 굳어진 정 경사님의 얼굴은 언제나 날 항상 긴장케 했다. 내 상태를 제대로 말 안 하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나신 듯 했다. 뒤늦게 아픈 어깨를 잡고 죄송하다 읊조렸지만 아직도 화난 어투로 말을 이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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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우리가 너 단독 행동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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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함부로 무전까지 끊고 용의자 쫓아간 것도 모자라서 부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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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너 진짜 왜 그래."

하여주 [28]

"...죄송해요. 무전은, 실수로 끊어진 거고..."

하여주 [28]

"흉기를 들고 뛰는 걸 보니... 박수연씨를 해할 가능성이 높았어요."

하여주 [28]

"시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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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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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서 좀 갔다올테니까 이따 팀원들 더 오면 다시 사과하고."

하여주 [28]

"...네. 죄송해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날 혼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으신지 찝찝한 표정의 정 경사님이 나가신 뒤,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 정도의 어깨 통증은 좋아도 일주일은 무조건 가겠고, 최악의 경우 2주까지도 가겠는데, 회복기간 중 복귀도 보장된 게 아니었다.

이 급한 성격 좀 고쳐야되는데... 진짜 이번에는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무전은 인이어 만지작거리면서 선배들에게 말 전하고 있다가 뛰는 바람에 조작 오류로 끊어진 거였다. 상황정리까지 하니까 김 경사님이랑 전 순경님이 아주 잠깐 원망스러워졌다.

하여주 [28]

"...아."

또 나는 뭐가 이렇게 서러운 건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치지 않은 왼쪽 팔을 들어 그 팔에 얼굴을 묻었다. 정 경사님께 혼난 게 서러운 건지, 경찰 일을 강제로 쉬어야 한다는 답답함이 밀려온 건지, 팀에 피해를 끼쳤다는 자책감이 들어서인지.

그 누구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의식도 없는 김 경사님과 전 순경님에게 혹여나 들릴세라 숨 죽이고 울었다. 이러면 항상 선배들이 어떻게 알고 위로하러 와주셨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네.

한참을 소리 없이 울고 있던 때 누군가가 내 떨리는 어깨를 따뜻한 온기의 손으로 토닥여주는 게 느껴졌다. 선배였나 싶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나 생각해봤는데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러면 의사나 간호사도 아닐 거고... 그럼 누가... 설마.

거짓말 같게도 김 경사님이셨다. 꿈인가 싶어 아픈 어깨를 눌러보자 꿈은 아니었다.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나의 그런 행동에 놀라며 뒤늦게 내 손을 제지하시는 김 경사님.

여전한 김 경사님을 보니 안도감에 더 눈물이 쏟아졌고 그런 내 마음을 아시는지 아무 말 없이 내 눈물을 닦아주며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병원복 입고 있는 선배가 낯설었지만 이런 다정함 보니까 맞네, 김 경사님. 확실하네.

하여주 [28]

"김 경사님..."

김남준 [30] image

김남준 [30]

"...여주야."

어느새 마취도 풀렸는지 발음도 잘 됐다. 나는 업무 칭호로 김 경사님을 부르는 반면 김 경사님은 내 이름으로 날 부르셨다. 호칭 편하게 하기로 했지... 제복 입고 하려니까 좀 이상했는데 지금은 둘 다 병원복이니까 편하게 해도 되겠지.

하여주 [28]

".....남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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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응. 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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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그렇다고 왜 혼자 울고 있어, 마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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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넌 또 왜 다쳐서 왔고."

하여주 [28]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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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응? 뭐가?"

하여주 [28]

"그냥,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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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뭐야~ 나 그런 소리 들으려고 깬 거 아닌데?"

말로 못 다할 만큼 죄송스러웠다. 맨날 단독행동 해서 다치는 바람에 팀에 피해나 주고, 의식 잃은 선배들에게 부담이나 안겨주는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으니 과연 나는 경찰로서 자질이 있는 건지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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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그만 울어, 바보야. 난 그게 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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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당장 팔도 못 쓸 만큼 어깨 다친 너가 죄책감 가지는 게 애들이 진짜 바라는 거라고 생각해?"

하여주 [28]

"이번에 다친 것도, 또 내 개인 행동 때문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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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어이구,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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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그건 혼날 수도 있겠지만 너 다친 거 누구보다도 속상해할 애들이야. 그건 알지?"

하여주 [28]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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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그러니까 뚝 해- 눈물도 참 많아, 우리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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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이럴 때 보면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을 하나 싶단 말이지~"

하여주 [28]

"놀리지 마...!"

한편, 정 경사가 뒤늦게 합류한 강력 1팀은 BU경찰서 심문실에 모여있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현성을 가운데에 두고 말이다. 하 순경을 부상 상태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라 다들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김현성씨."

김현성 [32]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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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할 말 없으시냐고요."

지금은 약 10분 째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는지 확인하려고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왜 하 순경을 찔렀는지, 왜 흉기를 들고 있었는지, 왜 개인적 분노를 공공장소에 표출해서 폭탄 설치라는 결과를 낳았는지.

묻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고, 여러 가지의 죄목도 물고 싶었지만 조금의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속으로 비는 마음도 있었다. 제발 사과라도 해달라고, 받고 싶다고.

김현성 [32]

"할 말 없습니다. 진행 하세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네. 그냥 진행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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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5월 24일, 오후 12시 55분. 근무하셨던 대한 백화점이 폭파 됐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김현성 [32]

"네,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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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모르시는 줄 알았습니다, 사건 발생 시 매장에 없으셔서."

김현성 [32]

"네?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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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진행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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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1층 로비 인포메이션, 3층 '로셔' 매장 창고, 5층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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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본인 폭탄 설치 총 세 개 하셨습니다. 맞습니까?"

김현성 [32]

"저기요. 저는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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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네, 뭐. 계속 진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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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로셔' 매장에서 근무하셨던 29살 박수연씨와 교제하다 최근 헤어지셨네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이것도 부정 하십니까?"

김현성 [32]

"...아니요. 그건..."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25일 오후 5시경, 저희 팀 순경과 대치 하시다가 흉기 휘두르셨죠?"

김현성 [32]

"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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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러면 원래 누구한테 휘두르실 계획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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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박수연씨인가요?"

김현성 [32]

"저는 흉기를 들고 다닌 적도, 백화점에 폭탄을 설치한 적도 없습니다!"

김현성 [32]

"사건 일어난 그 날도, 잠깐 전화 받으러 나간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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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백화점 밖으로 피신한 직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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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전화 한 통 받으려고 어디까지 나가신 건지..."

김현성 [32]

"제 말 안 믿으실 거면 전 왜 불러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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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안 믿을 거 알면서 하나하나 다 변명하시는 건 본인도 마찬가지인데요."

김현성 [32]

"저기요!"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언성 높이지 마세요, 김현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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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지금 화내고 소리 질러야 될 게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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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김현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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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당신이 설치한 폭탄 때문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우리 팀원 두 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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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당신이 휘두른 흉기 때문에 당분간 팔 못 쓰게 생긴 우리 팀원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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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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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진심으로 미안하고, 사과하고 싶은 그런 마음 드시긴 해요?"

김현성 [32]

"...죄송하긴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벌인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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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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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박수연씨의 관심을 얻는 게 이 방법밖에는 없었습니까."

김현성 [32]

"그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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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끝까지, 사과도 안 하시고, 잘못도 인정 안 하시는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읊조리다 폭파된 폭탄을 제외하고 해체 성공 뒤 수집했던 나머지 두 개의 폭탄을 취조실 책상 위에 올려두는 김 경장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혐의, 인정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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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당신 행동 때문에 우리 팀원들이 지금..."

'아마추어.' 딱 김 경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자 단어였다. 취조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자신이 아마추어라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늘상 말하던 김 경장이었는데 따지고보면 오늘의 김 경장도 아마추어였다. 이 모습도 과연 아마추어일까.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김현성씨, 일단 유치장에 계세요. 아직 못 풀어드립니다."

김현성 [32]

"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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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다들 사무실로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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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김 경장은 조금 진정되면 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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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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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가자, 얼른."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는 김 경장과, 김현성을 데리고 유치장으로 향하는 박 경장, 그런 박 경장과 부상자들을 제외한 강력 1팀 4명의 팀원들. 당당하게 어깨 펴고 걷던 다른 때와 달리 훨씬 주눅 들어있었다.

박 경장까지 모인 강력 1팀의 사무실. 곳곳에 보이는 빈 자리가 오늘따라 더 비어보였다. 그들의 빈 자리는 무시하려고 해도 메꿔지지 않는 허전함이었다. 그럼에도 할 일을 해야 했다. 그것만이 이겨내는 방법이었다.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김현성씨를 확실하게 체포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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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백화점 내 모든 CCTV가 아직도 점검 중이라 확인은 힘들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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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확실한 증거 못 찾으면 내일은 김현성씨를 풀어드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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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정황이 이렇게 다분한데."

맞다. 의심 가는 정황은 많았다. 방송으로 나온 목소리와 김현성씨 목소리의 일치성, 사건 발생 당시 백화점 내부에 없던 김현성씨, 박수연씨에게 앙심을 품고 흉기를 소지한 채 도망 쳤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하지만 정황은 정황일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하 순경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죄목만 적용 시킬 수 있었고, 대한 백화점 폭탄 설치 사건의 용의자로 긴급 체포 했기 때문에 내일 날이 밝으면 증거 불충분으로 곧장 풀어드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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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다들 뭐 얘기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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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그래. 없으면 이쯤에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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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저, 할 말 있습니다."

심문실에 복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마디 말이 없던 정 경사가 입을 열었다. 무언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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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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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그게,"

•••

"며칠 전, 대한 백화점에서 벌어졌던 폭탄 테러 사건의 범인이 오늘 오전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32세, 김현성씨는 전 여자친구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폭탄을 수입해와 대한 백화점에 설치한 것으로..."

[사건의 전말 _ 김현성 시점]

박수연 [29]

"헤어지자."

5월 12일, 수연이는 내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했다. 이유는 나의 집착 때문이라고 한다. 거짓말... 내가 언제 집착을 했다고? 헤어지긴 뭘 헤어져. 나는 아직 헤어질 준비가 안됐어.

김현성 [32]

"싫어."

박수연 [29]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나 이미 마음 다 정리했거든."

김현성 [32]

"내가 무슨 집착을 했다고 그러는데?"

박수연 [29]

"몰라서 물어? 잠깐 애들이랑 약속 다녀오고, 밥이라도 먹으려 하면은 여자애들이어도 나가지 말라 하고."

박수연 [29]

"연락 조금이라도 안되면 금세 부재중 전화 50통은 기본이고, 카톡도 300개 넘게 보내고."

박수연 [29]

"내가 안 미치게 생겼어?"

김현성 [32]

"그게 뭐가 어쨌는데? 그런 게 사랑이고 관심이야, 수연아."

박수연 [29]

"그런 게 오빠 사랑이라면 나 안 받을래. 나 좀 제발 놔줘, 응?"

박수연 [29]

"그리고 오빠 나 말고도 만나는 사람 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김현성 [32]

"뭐라는 거야, 정신 차려. 왜 또 망상질이야."

박수연 [29]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자고, 제발..."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헤어지지 않았다. 내가 계속 들이대면 너는 언젠가 나에게 넘어오게 될 거라고 굳게 믿었고, 그렇게 될 거라 확신했다. 꼭 그래야만 했다.

나의 계속된 연락에도 수연이는 받지 않았고, 수연이의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는 것도, 집에 찾아가 구애를 하는 것도, 수연이는 그 어떤 것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 너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지인의 소개로 브로커를 소개 받아 싼 값에 설치용 타이머 폭탄 세 개를 밀수해왔다. 당연 불법이었다. 비행기를 타면 공항 보안에 걸릴까봐 배까지 빌려서 길고 긴 여정을 떠났다. 수연이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폭탄을 가져오고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운지 일주일이 지나고, 5월 19일. 수연이와 헤어진지도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내가 근무하고, 수연이도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대한 백화점이 딱 좋은 장소였다.

너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리고 위험에 빠지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지켜볼 때의 너의 표정이 꽤 볼 만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나의 이별 선물이라고 생각해. 네 멋대로 이별을 고하고 매달리는 날 감히 안 받아준 너의 죗값이라고도 생각하고.

5월 23일. 인포메이션 관리 직원보다 일찍 출근해서 인포메이션 안에 한 개, 근무하면서 '로셔' 매장 창고에서 물품을 꺼내겠다는 핑계로 들어가서 옷 무더기 상자 속에 한 개, 쉬는시간에 옥상으로 올라가 한 개. 이렇게 세 개 설치 성공했다.

5월 24일. 방송실 앞을 지키는 경호원 교대 시간이 아침 9시 50분, 교대 시간은 딱 10분 정도였고 나는 그 틈을 틈타 방송실로 진입해 방송을 진행했다.

김현성 [32]

"오후 1시 쯤에 백화점 곳곳에 설치해놓은 폭탄이 터질 겁니다."

김현성 [32]

"어떻게 행동하실지는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시길."

여기서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주체는 당연 수연이였다. 너가 내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리 없으니 지금이라도 나한테 연락을 한다면 이 폭탄 사건은 철회 해줄 거고, 그렇지 않는다면 원계획대로 진행하는 거고.

하지만 방송을 끝내고 혼비백산이 된 백화점을 돌다가 그저 덤덤하게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 수연이를 발견했다. 정말로, 우리의 끝이 이렇게 참담하길 바란 건가. 너가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내가 느꼈던 고통을 너도 한 번 느껴보라고.

•••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김현성씨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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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폭탄을 설치할 때만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있었어요."

[사건번호 2002도258 : 백화점 폭탄 설치 사건 종결]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공개]

수사일지 : 작가가 에피소드로 사건 풀어내기 전 직접 쓴 사건 원고를 비유적으로 일컫음.

정 경사의 의료 지식 발휘 모먼트는 다음 화에서 계속...😎 3등이라는 과분한 순위에 빨리 올려고 틈틈이 썼습니다 😉 다음화는 강력 1팀 에피소드 풀고 또 다른 사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뭔가 구상한 거 대비 되게 허무하게 끝난 거 같아서 아쉬운 사건 🥹 다음 사건은 이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발전해서 알차게 사건 구성 되어있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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