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망상증의 망상회로
이상형은 이상혁6
여간, 눈치가 없는 게 아니고서야..
그 집요하고 투명한 시선을 발견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문하나
…
문 앞에서 눈만 빼꼼히 내빼고는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이상혁
…
처음에는 기분탓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얼굴이 익을 때까지 자주 마주치는 것은
우연도
인연도
아닌게 일방적인 감시대상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한테 할말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집요한 감시에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하다
“좋아하면 말을 걸면 되잖아요”
박성호
너처럼 쉬운 사람도 없지..
김동현
…?
이상혁
…
김동현 말이 맞다
언제까지 지켜볼 생각인건데…
괜히 사람 신경쓰이게 하는데 재주있는 녀석인가
시선 하나만으로 온 신경을 집중지키는데
분명 그 아이의 시선은 나를 향한 무언가라고 인식하던 게
어느새 내가 그 얘를 신경쓰고 있는 건지
모를 노릇이다.
하지만
뭐 그것도 졸업 이후 서서히 그 얘에 대한 생각은 잊혀질 지나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겠지
졸업 이후에 난 그 녀석과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마주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이지
몇년간 그 얘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살아갔다.
몇년 뒤
그녀석을 학교에서 마주칠 줄 모르고
문하나
문하나입니다.., 올해 신입생입니다
이상혁
…
아
이름이 문하나였구나
몇년만에 처음 그 얘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이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여기서도 만나네
처음에는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나의 대한 생각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는데
왠지 자주 마주친다는 게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김동현
얘 좀 데려다주세요
김동현
밤길에 혼자가는 게 무섭대요
이상혁
..?
이건 또 무슨
김동현 이녀석은 무슨 생각이길래
하나를 내 앞에 떡하니 두고 가질 않나
”너네는 같은 버스였어?“
문하나
네..!
김동현
심심할까봐 옆자리 딱 붙어서 왔어
문하나
…!? 그게 무슨
이상혁
아, 그래?
이상혁
언제 그렇게 친해졌대?
부쩍 둘이 붙어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엥
또 어이없게 신경쓰는 내 꼴이 우스웠다.
이러면 그때랑 달라진 게 없잖아..
나는 또 저녀석을 신경쓰고 있었던 걸까
몇년이 지나서 잊고 있었는 줄 알았다.
그녀의 존재를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또 그녀를 찾아 눈길을 쫓던 것은
바로 나였을지 모른다.
…
..
.
”어, 엠티 이불녀?“
문하나
?
문하나
아 진짜… 뭐예요
김동현
ㅋㅋㅋㅋㅋ
동현은 버스에 앉아 숙취로 골골 대는 하나의 신경을 긁었다.
김동현
어제 무슨일이야ㅋㅋ
김동현
상혁이형이랑 밤길 산책이라도 한거야?
동현은 피식피식 웃으며 하나를 놀려댔다.
문하나
…에타에 올라왔어요?
문하나
벌써..?
김동현
상혁이 형은 올라왔던데
김동현
이불녀의 정체는 모르는 듯
문하나
…선배는 어떻게 안 거예요..;;
김동현
다리만 봐도 딱 너 같던데
문하나
그걸 또 자세히 봤어요?
김동현
ㅎㅎ
문하나
…하 (지끈)
어쩐지, 상혁 선배 얼굴을 볼 낯짝이없다.
나 때문에 에타에 박제되셨다니
미안해서라도 못 보겠다구요…….
3분 뒤에 출발합니다
이상혁
옆에 자리 있나
문하나
..!?
상혁 선배..?
이상혁
자리 있어?
문하나
아, 아뇨!
김동현
? 형 옆 버스 아니에요?
이상혁
엉, 바꿔달라고 해서
이상혁
마침 너네도 여기 버스라길래
문하나
아..!
이상혁
옆에 앉을게
문하나
..네!!
김동현
…
좋아 죽네..
숙취는 괜찮아?
문하나
네?
이상혁
어제 많이 마셨던데
문하나
아..그쵸
문하나
좀..
이상혁
이거 먹을래?
상혁은 손에 쥐고 있던 숙취해소제를 하나에게 건넸다.
문하나
아, 감사합니다..!
이상혁
가는 동안 눈 좀 붙여
이상혁
어제 피곤했을텐데
문하나
네에..
하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잠이 올 생각은 없는 듯 싶다.
소란스러운 심장 소리는 눈치 없이 잠에 들지 못하게 두들겼다.
문하나
…
이상혁
…?
이상혁
왜 불편해?
상혁은 꿈틀거리던 하나를 발견했다.
문하나
…숙취 때문에,,
문하나
하하;;
사실 선배 때문이라고요..
이상혁
..
이상혁
..당분간, 술은 입에도 대면 안 되겠다
문하나
..네?
이상혁
또 다른 숙소에서 발견될라
문하나
..!
문하나
아니, 그건 진짜 실수예요..!!
이상혁
ㅋㅋㅋㅋ
문하나
진짜예요..—
잊을만 하면 짓궂게…
이상혁
알겠어, 믿을게ㅋㅋ
문하나
…—
이상혁
삐졌어?
문하나
아니에요..-
이상혁
나는 에타에도 박제 됐던데..(중얼)
이상혁
엠티 이불남이라던가..(중얼)
문하나
..!!
문하나
…그건 미안하다니깐요..
이상혁
괜찮아~
이상혁
언제 또 유명해질 기회있겠어?
이상혁
이불남이지만
문하나
…
문하나
선배… 일부러 그러는 거죠?
이상혁
응?
상혁은 웃음을 참는 듯 보였다.
하나의 반응이 재밌기라도 한 듯
문하나
진짜.. 제발 잊어주세요…..
문하나
저 너무 쪽팔려요…
이상혁
ㅋㅋㅋㅋ
이상혁
그럼 너도 책임져-
문하나
…뭘요?
이상혁
이제 학교에서 유명인사라
이상혁
연애도 못해..~
문하나
…허어,,
문하나
연애할 생각도 없으시다면서요-
이상혁
이제는 좀 생겼는데
문하나
..
문하나
..네?
문하나
언제..
이상혁
그때 말했잖아
이상혁
좋아하면 좋아지게 된다고
문하나
…
문하나
뭐, 이유없이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도 있나봐요..?
이상혁
응, 그런가 봐
문하나
…
또 애매모한 대답
그래서 뭔데..
누군데..?
언제..?
이상혁이 이유없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
생각하기에 앞서 우울하다.
짝남의 마음을 엿들은 기분이다.
이상혁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조금..
마음 한켠이 씁쓸하다
…
..
.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