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말아요, 그대
이야기 넷


01:15 PM
"으음.."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배가고픈 느낌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벌써 1시..'

사고이후 계속된 피로감 때문인지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다.

어떨땐 누가 흔들어 깨워도 모를만큼 잠에 깊게 빠진적도 있더랬다.

'심심하다'

배고픈건 둘째치고, 나는 할 것이 없었다.

원래도 사교성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만, 어쩐지 사고 이후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어졌다.

매일 혼자 말도 안하고, 간호사 언니한테 받은 책들만 여러번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난, 언제나 혼자였다.

그랬던 내 근 짧은 나날이 바뀌기 시작한 건, 아마 이틀 전 부터였을 것이다.

여름의 후반을 달리던, 어느 무더운 날.

에어컨을 너무 많이 쐬어 으슬으슬 떨리던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제외하곤 거의 처음으로 병실을 나섰던 그날.

카운터에서 간호사, 의사, 환자 가릴 것 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이끌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사이엔 '백현' 선생님도 계셨고, 그 '구급대원'도 있었다.

'또 무슨일로 여기까지 와 계신거지'

별 생각 없이 '그 구급대원'을 빤히 쳐다보던 그때, 그와 눈이 마주쳤다.

뭐라고 하는건지 주변 무리에 짧게 이야기 하고는 내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병실로 들어가려 손잡이를 잡았다.


김종대
"아, 잠깐만요!"

그가 날 살짝 잡으며 크지 않게 불렀다.


김종대
"어어, 혹시 지금 도망 가시던 거에요?"

'아니 나도 모르게 그만..'

속으로 한 대답이 들릴리는 없었다.


김종대
"ㅋㅋ 괜찮아요."

'? 뭐가말이요??'


김종대
"푸흡.. 표정에 다 드러나요."

장난스럽게 볼을 톡톡 건드리는 그의 손에, 그의 표정에 잠시 얼굴이 데인 듯 뜨거웠다.


변백현
"어라, 얼굴이 빨개요. 열 있는거 아니에요?"

뒤따라온 백현도 장난스레 얘기했다. 나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변백현
"ㅋㅋ 장난이에요, 저기에 종대가 간식 갔다 놨는데 같이 먹을래요?"


변백현
"참고로 도넛인데 열량이 엄청 높대요! 다른 사람들이 다 먹기전에 얼른 가서 먹어요"

백현이 속삭이듯 옆에 착 붙어 이야기했다.

'진짜 댕댕이..'


김종대
"이리와요, 아직 많아요."

그의 손에 잡혀 어쩔 수 없단 듯 이끌려갔다.

많기도 참 많던 도넛을 여럿 먹으면서, 사람들의 이런저런 소식을 들었다.

옆 병실의 어떤 할아버지의 따님은 곧 결혼식을 올린더랬고, 그 병실의 어떤 할머니 손자는 벌써 돌이라더라.

그동안 지내는 내내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던 병원에 점점 온기가 차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사는 얘기는 익숙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으며 내 가슴이 저릴만큼 아프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저 묵묵히.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텅 빈 속을 채워보려 하고 있었다.

최근, 나는 불면증을 얻었다.

잠이 들다가도 사고 당시의 장면이 계속해서 되풀이 됬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계속 되었으며 누군가 성큼성큼 내 목을 조르려 다가오고 있었다.

항상 그 누군가가 코앞에 다달았을 때, 현장에서의 '그 사람'이 다가와 기분 나쁜 무언가를 물리쳐 주었다.

어쩌면 애초에 없었던 사람 일지도 모르는 그가, 항상 날 살려주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난 이미 목이 졸려 죽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도 난 그 꿈을 꾸었고, 깨어나면 흐릿해져버릴 그와 또 한번 마주했다.

반복되던 꿈이 너무도 지겨워 늦은 새벽,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서늘한 공기를 맡았다.

매번 에어컨 바람만 맞다보니 답답하던 차였다.

"흐음, 후우"

새벽 공기를 기분좋게 호흡 중 이었을 때.


"먀옹"

'허억, 아가냥이다.'

고양이는 낯도 안가리는 지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왔다.


김종대
"야옹아?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