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러브 미로 00-2


엄마가 아저씨와 재혼한 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저씨네 아들들은 우리 엄마를 아줌마에서 어머니로 바꿔 불렀고, 나는 아저씨를 아버지라 불렀다.

초등학생 딱지를 떼고 교복을 입은 지도 벌써 1년째, 나와 김태형은 엄마의 말대로 같은 중학교에 다니며 한창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들과 나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가 묻는 말에 간간이 대답만 할 뿐이었다. 이 집에 와서 그들이 웃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반지하에 살 때에도 항상 내게 새로운 동화책을 읽어주며 등장인물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기 사 먹을 돈을 다 동화책에 쓴 것 같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버지에게 매일 아침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했다. 매일 아침 6시마다 출근하는 아버지였지만, 정말 엄마를 사랑하는지 그날부터 아버지는 출근 시간을 9시로 바꿨다. 아버지가 회사 사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식탁에 앉고도 우리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아, 정정하지. 남매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아버지
“여주야, 학교 생활은 어떠니? 학교에서도 태형이랑 같이 잘 지내고 있지?”

여주
“⋯네. 그럼요.”

엄마
“석진이는 올해가 중학교 마지막이네. 졸업 선물로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버지
“여보, 아직 5월이에요. 졸업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어.”

엄마
“아, 그런가요? 제가 너무 주책을 떨었네요.”


김석진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어머니.”

엄마
“어, 벌써 다 먹었니?”


김남준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남준이 너도⋯?”

평소에도 아침을 먹지 않는 석진과 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뒤를 따라 태형도 숟가락을 내려두었다.


김태형
“⋯⋯.”

잘 먹었다는 인사, 다녀오겠다는 인사 한 번 하지 않고 가방만 챙겨 형들을 따라나가는 태형. 엄마가 그런 태형에게 인사하려 입을 열었지만, 끝끝내 태형에게 닿지 못했다.

여주
“엄마, 계란말이 맛있다. 나 밥 한 그릇 더 먹어도 돼?”

엄마
“아⋯ 그럼! 우리 딸, 많이 먹어-.”

아버지
“여주야, 아빠가 태워다 줄까? 오늘 하루 기사 아저씨는 쉬라고 하고.”

여주
“⋯그래요. 좋아요, 아버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엄마, 미안한 눈빛을 보내는 아버지. 그 둘을 상대하는 사람은 항상 마지막에 남는 나였다.

‘⋯답답해.’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편하게 지낸 적이 없었다. 그토록 바랐던 넓은 집과 맛있는 음식, 좋은 옷들도 다⋯ 불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