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다.

오후 8시

000

...아,

쓰러졌지? 나...

천천히 눈을 떴다.

퀴퀴한 약 냄새와 지속적으로 신호음이 들리는 기게들, 팔목에 꽂힌 링거줄이 느껴진다.

문득, 몇 시지? 하는 생각에 전자 기계를 올려다봤다.

오후 8시 30분.

쓰러져서 오랫동안 안 일어났나 보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삭신이 쑤신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한 남자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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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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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깼나.

무덤덤한 얼굴로 날 쳐다보며, 앉아 있던 간이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는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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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 수면제 먹고 잠들었냐? 어떻게 6시간을 내리 자, 밤에 잠 안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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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부작용인가 보지. 근데 너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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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원래 범생이들 말은 잘 안 듣거든? 근데, 김태형이 너 깰 때까지만 봐 달라고 아주 지랄을 지랄을. 어차피 야자 째고 놀러다닐 데도 없었는데 여기서 쉬자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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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좀 이상하지만, 내가 약 냄새를 좋아하거든. 하도 건강해가지고...

박지민이 증명이라도 하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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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난 삼십 분이면 일어날 줄 알았지, 그걸 내리 자냐. 안 어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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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진짜 미안... 김태형이 부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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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부탁이 아니라 협박. 살다 살다... 내가 반장한테 쪼는 건 진짜 생에 처음이다.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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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애가 아주 정색을 하고, 야. 얘 좀 봐 줘. 민윤기도 시킬 거 아니야. 하면서, 존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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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오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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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난 한... 한 시간 정도, 그 전까진 김태형이 있었어.

아아아악, 머리를 깨고 자살하고 싶어졌다. 반장한테 이게 무슨 꼴이람.

내가 급하게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하려고 하자, 박지민이 급하게 날 다시 밀어 눕혔다. 그냥 누우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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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거기 있어라 그냥. 환자 놀리는 것도 진짜 재밌지만... 너 다치면 나 김태형한테 뒤져.

손가락으로 제 목을 긋는 시늉을 한 박지민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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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안, 빨리 가. 애들 기다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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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학교서 건강하게 보자. 이불 잘 덮고, 좀 쉬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서 고맙다고 말을 헀다. 박지민은 피식 웃고 손을 흔들었다. 링거 바늘을 꽂은 손목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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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

띵 띵 띠리딩, 띠리리링. 띵띵.

엄마가 전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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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

엄마

야! 너 요즘 모의고사 친다고 무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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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

엄마

너 이씨 아주 그냥, 반장도 너 업고 가느라 고생했겠다 가시나야. 이왕 된 김에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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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엄마

쉬어! 병원 밥 좀 잘 챙겨 먹고!

예고 없이 전화가 확, 끊겨 버렸다. 그리고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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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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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진짜 고마워... 나 안 무거웠어? ㅠㅠㅜ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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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ㅋㅋㅋㅋ 아냐 너 괜찮으면 다행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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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줄거 있음 말해 진짜 다해줄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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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

너무 갔나, 그래도 나 같은 돼지를 업고 뛰어 준 건 진짜 영웅인데... 뭐라도 감사를 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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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 요즘 나쁜 선배분들이 자꾸 사귀자구 해서... 밀어내진 못 하겠고...

주시진 말고도 또 있나 보지? 이 나쁜 인간들 착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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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뭐야 그런 선배들이 있다고? 진작 말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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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는 거면 다 해줄게, 뭔데??

순간 감정이 너무 솟아오른 바람에, 힘든 거면 못 해준다고 말하기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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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내 여자친구인 척 해줘 부탁할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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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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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알아 미안해 조금 이상한 요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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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 나서, 00이 너면 부탁할 수 있을것도 같았어

왠지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척' 인데 뭐 어때. 연기잖아, 000.

게다가 태형이 여자친구인 척이라는데.

000

- 괜찮아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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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진짜진짜 고마워! ㅠㅜㅠㅜㅠㅜ

000

- 갚는 셈 칠게!! 이걸로 쌤쌤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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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당연하지

나는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기계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