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2장.스포츠플라자(6)



주현
"사장님 사모님이세요."

주현 씨가 부인을 우리에게 소개했다.

왠지 그런 것 같다고 예상했던 터라 별로 놀라지 않았다.


지훈
"사장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내가 대표로 감사표시를 했다.

사장 부인은 거기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주현 씨를 보며 남편이 방에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그리고 여자애의 오른손을 끌어 자신의 왼쪽 허벅지를 잡게 하고는 "자, 가자." 하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 부인이 천천히 발을 내딛자 여자애도 그 뒤를 따랐다.

둘은 복도를 걸어갔다.

우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주현
"저 아가씨는 유미라고 해요."


지훈
"승철 사장님의 따님인가요?"

내가 묻자 주현 씨가 끄덕였다.


주현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좋지 않아서..."


주현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었는데, 교정을 해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잠자코 있었다.

준휘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주현
"하지만 사장님이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해서, 한 달에 몇 번씩 여기로 운동하러 옵니다."


준휘
"장애가 있어서 사장님이 더 애지중지하시겠네요.


주현
"그야 물론이죠."

주현 씨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마침내 테니스 코트에 도착했다.

짧은 테니스 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코치가 쳐준 공을 되받아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코치는 볼을 쳐주면서 "나이스 샷", "좀 더 무릎을 굽혀요." 등 이런저런 주의를 주느라 바빠 보였다.


주현
"저.....,잠깐만요. 실례합니다."

주현 씨가 우리에게 말하고 복도 쪽으로 달려갔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짐수레에 기댄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큰 덩치에 새까만 피부를 지닌 남자였는데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주현 씨가 다가가자 남자는 이쪽을 보면서 대화를 나눴고, 주현 씨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봤다.

한참이 지나서야 주현 씨가 돌아와 말했다.


주현
"정민 죄송합니다."


준휘
"할 일이 있으시면 이만 여기서..."

준휘가 말하자 주현 씨는 손사래를 쳤다.


주현
"아니에요."

나는 작업복 입은 남자를 바라봤다.

짐수레를 밀면서 복도를 걸어가던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짐수레 미는 속도를 높였다.

그 뒤 주현 씨의 안내로 골프 연습장도 견학하고, 팸플릿을 산더미처럼 얻어 센터를 나왔다.

주현 씨는 출구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

이것으로 센터 취재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