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02

전정국에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나가서 앞으로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해야겠다.

악주희

-알겠어. 지금 나갈게.

악주희

그래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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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톡보다는 내 입으로 말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불렀어.

악주희

톡으로 말했으면 끝난 거 아니야? 그리고 난 네 말 이해를 못하겠어. 뭐가 미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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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냥 전부.

내가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이런 전정국의 태도가 겨우 멈출 수 있었던 눈물을 다시 차오르게 했다.

악주희

너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전정국의 얼굴을 마주볼 수 없었다. 눈물 흘리는 꼴을 보여주기 싫었다.

악주희

너는 진짜 쓰레기야. 그냥 다시는 찾아오지 마.

문이 부서질 것처럼 쾅-하고 닫았다.

문 앞에서 움직일 힘이 없어 주저앉아 조용히 아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게 입을 막고 눈물을 삼켰다.

전정국이 들을까 입을 막고 또 막았다.

이기적인 놈.. 알면서도 그랬던 거야?

나의 눈물은 곧 복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너도 내가 다른 남자랑 하하호호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보면 어떨까? 소개팅 하는 걸 네가 듣게 된다면?

나는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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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여보세요?

악주희

_너 지금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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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나 지금 학원 끝나고 집 가는 중인데? 근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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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꼭 운 사람 같네.

악주희

_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아까 점심시간에 말했던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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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점심시간에 뭐? 소개팅?

악주희

_응. 나 소개팅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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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안 한다고 그러던 악주희 어디 갔냐? 뭐, 그래 나야 좋지.

악주희

_소개팅 언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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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_아마 이번 주말에 될 것 같은데? 나 집 도착해서 끊을게!

악주희

알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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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아니 나는 네가 실망하지 말라는 거지. 이번에 소개팅 처음이잖아. 원래 나오기로 했던 애가 못 나오게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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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그니까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이상한 사람인 것 같으면 메세지 하고 내가 사랑한다는 거 잊지 말고...

악주희

너 지금 그 말만 5번이나 한 거 알고 있지? 나 들어간다. 이따가 연락할게!

소개팅을 하기로 한 사람이 오지 않아 휴대폰을 톡톡 건들고 있을 때였다.

"저... 악주희씨 맞나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얼룩이 묻은 하얀 셔츠, 꽉 끼는 청바지, 김 서린 안경까지.

첫인상이 이렇게 별로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악주희씨가 맞나보네요.. 킁 이렇게 아름다우실 줄은 몰랐습니다.."

악주희

...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저 악주희 아니에요.

"네? 킁 아니시라구요?"

악주희

저 남자친구가 기다려서 가볼게요. 악주희씨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최예나 이 녀석.. 아까부터 나한테 엄청 사랑한다고 한 이유가 이거였던 거야?

뚜루루- 뚜루루-

전화를 받지 않아...

자기가 전화하라면서 전화도 안 받고. 아오... 되는 일이 없네.

소개팅한다고 하이힐도 신었지만 결국 다리만 아프고 좋은 건 하나도 없었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벽에 기대던 몸을 일으켰다.

"어, 어, 아!!!"

일어나던 나와 누군가가 엇갈려 그 사람은 넘어지고 말았다.

악주희

저기요, 괜찮으...

조여주

내 괜찮.. 악주희? 여기서 뭐해?

나와 엇갈린 사람이 조여주였다니, 괜히 일으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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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야 괜찮아? ..악주희 네가 여주 넘어뜨린 거야?

악주희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전정국과 조여주를 마주친 것만 해도 짜증나는데 전정국이 이상한 소리를 하니 더욱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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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금 조여주가 넘어져있고 너는 조여주를 바라보고 있고.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조여주

정국아 그만해. 내가 실수로 주희 발에 걸려서 혼자 진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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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그럼 다행이네.

조여주 쟤는 뭔데 나를 감싸는 걸까? 나에게 화내는 전정국보다 조여주가 더욱 미웠다.

내가 불쌍했니? 나 은근슬쩍 엿 먹이는 거야?

악주희

야 조여주, 나 따라와. 할 말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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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조여주는 왜? 말할 거면 나 있는 곳에서 말해.

조여주

아니야 그냥 둘이 얘기하고 올게.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조여주

왜 따로 부른 거야? 빨리 얘기했으면 좋겠어.

악주희

너, 아까 왜 내 편들면서 엿 먹였어?

조여주

내가 언제 엿 먹였는데?

악주희

전정국 말리면서 내 편인 척, 세상 착한 척 했잖아!!

악주희

예전부터 그렇게 여우짓하면서 전정국 뺐을 때부터 너 별로였어.

조여주

나는 옳은 말만 했을 뿐이야. 그리고 내가 언제 여우짓을 했어? 여우짓은 네가 했지!!

악주희

네가 오기 전에는 전정국이랑 나는 사이 좋았어. 썸까지 타는 사이였다고! 근데 전정국이랑 나랑 있을 때 참견하는 건 너였잖아?

악주희

너만 없었으면 전정국이랑 나랑은 이미 이어졌어!!

조여주

정국이도 네가 아니라 내가 더 좋았나 보지. 애초에 걔가 너랑 사귀고 싶어 했을까? 쌍방향으로 좋아한 게 맞아?

악주희

조용히 해! 네 이름이 여주라고 뭔가 특별한 것 같아? 내 것까지 뺏어가니까 기분 좋아?

조여주

네 것이라니? 처음부터 내 거였어. 네가 내 걸 부러워했던 거겠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