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ARD: 히든 카드
ESPER: 초능력자 [02]


담임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함께 들어왔다. 선생님들이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학생들이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자, 보조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을 향해 손을 한 번 들어올렸다.

"조용히 안 해!!!!!!!!"


김태형
"아악! 아, 귀야…."


전정국
"……."

순식간에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커져 반을 울렸고, 그와 동시에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귀를 막고 앞을 쳐다봤다. 아, 여전히 휴대폰 게임 중인 정국은 예외다.

"자, 오늘은 전교생이 능력 테스트를 다시 받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딱 한 번만 설명할 테니 모두들 잘 들으세요."

모든 아이들의 시선(정국 빼고)이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담임 선생님은 테스트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지겨워하는 기존 학생들과는 달리, 전학 온 학생들은 두 눈을 빛내며 경청했다.

테스트 장소는 학교 뒷산. 그곳에 있는 철창을 넘어 텔레포트 해 줄 테니 근처에서 날뛰는 동물들을 처리하면 된단다.

무심하게 설명을 듣고 있던 여주는 장소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어 담임 선생님의 눈을 쳐다봤다. 담임 선생님도 여주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두 사람의 눈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아주 간단한 테스트죠? 그 안에서 쓰는 능력의 범위에 따라 클래스 결과가 나올 테니, 모두들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해 보아요."

김여주
"…저게, 진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크기로 작게 중얼거렸다. 학교 뒷산, 철창 안. 그곳은 여주가 어제도 갔다 왔던 통제 구역 S-1이었다.

그걸 학교 내부 관계자인 선생님이 모를 사실도 아니었다. 보란 듯이 미소 짓고 있는 저 얼굴을 보면 더더욱 그러했다.

이건 분명… 대놓고 엿 먹으라는 거다. 가디언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숨기되, 학생들은 보호하라는. 아주 엿같다.


담임 선생님의 텔레포트로 뒷산에 도착한 학생들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선생님의 말을 기다렸다. 마지막 번호까지 확인한 선생님은 정확히 1시간만 준다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김여주
"…선생님. 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흩어지는 것을 본 여주는 조용히 담임 선생님의 옆으로 다가갔다. 아직 멀지 않은 곳에 그 S클래스 세 명이 있었지만, 이 정도 거리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을 게 뻔했다.

"뭐하니, 여주야. 빨리 애들 구하러 안 가?"

김여주
"지금 저랑 뭐 하시는 거예요? 통제 구역에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가디언을 제외한 학생은 끌어들이면 안 된다는 거, 잊으셨어요?"

"그런 소리 할 시간에 애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 애들 비명 소리 안 들려?"

"으아아아아악!!! ㄱ, 괴, 괴, 괴물이다!!!!!!"

김여주
"……."

으득, 이가 절로 갈렸다. 매번 이랬다. 여주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수업할 때마다 여주의 능력을 시험했고,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다치기도 했다.

이는 다 정부에서 내려온 명령일 터. S클래스를 가만 두지 못하는 정부에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선생님과, 아니 정부와 기싸움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애꿎은 아이들만 나가죽을 뿐.

결국 여주는 담임 선생님을 한 번 째려본 뒤, 비명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여주의 손에는 얼굴을 가릴 검은 마스크와 검은 후드티가 들려있었다.


산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워낙 뒷산이 넓다보니 애들 찾기도 쉽지 않을 텐데…. 걱정이 많아졌다.

짧게 한숨을 내뱉은 여주는 두 눈을 벅벅 비비고는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간혹 사람이나 짐승이 나뭇잎을 밟으면 부서지거나 꺾이게 되는데, 그 모양을 보려는 것이었다.

김여주
"이쪽이 맞는 것 같은데…."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으며 빠르게 걸어갔다. 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이상한 모습이 발견됐다.

바스락 부서진 것이 아닌 가운데만 납작하게 눌린 나뭇잎. 그 흔적을 따라 길을 찾아가니, 앞쪽에 커다란 몸을 가진 무언가가 보였다.


코브라. 그것은 사람보다 10배, 아니 20배는 더 큰 코브라였다.

아까 비명을 지른 건 이 학생이 맞았던 것인지 턱을 덜덜 떨며 다 새는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찌나 소리가 작던지, 하마터면 못 들을 뻔했다.

"사… 살려주세요……."

아마 코브라를 자극하면 안 된다는 걸 생각해서 작게 소리낸 것 같았다. 코브라는 여주를 의식해 학생을 둘러싼 몸에 점점 힘을 주었고, 그 고통에 끄윽 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대로 있다간 학생이 질식사 할 것 같아 코브라를 향해 손을 뻗으니, 그 자리에서 몸을 길게 늘어트린 코브라가 갑자기 입으로 무슨 소리를 냈다.

스으슥– 스스슥–

무슨 소리를 하는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기에 자리에 가만히 있으니, 갑자기 주변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풀들이 사정없이 흔들리고, 그 속에선…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뱀들이 나타났다.

김여주
"하아… 다리 없는 건 딱 질색인데."

여주에게 향한 시선들이 하나같이 붉었다. 팔을 뻗어 다른 풀을 건드리고 작은 돌맹이를 던져봐도 눈을 돌리지 않는 게,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했다.

그때, 문득 어제 서준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북쪽 학교가 폭파되었고, 폭파된 이유는…….

'국가 몰래 생체실험이라도 했는지 동물들이 능력을 쓰면서 북쪽 특수학교 학생들을 공격했다고 하더라고.'

생체실험. 그래. 저 코브라는 반정부군이 생체실험을 통해 만든 돌연변이였다.

김여주
"…벌써 남쪽까지 온 건가."

생각보다 반정부군의 속도가 빨랐다. 이 상태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다간 그대로 밀리게 생겼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코브라가 능력이라도 썼는지 바닥과 나무를 기어다니던 뱀들이 동시에 여주에게 뛰어올랐다. 갑자기 다리 없는 것들이 달려들어, 여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그대로 뱀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스슥. 그와 동시에 여주가 손을 뻗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텅 비어있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뱀들에 놀란 학생이 헙, 하고 숨을 들이키니 그에 맞춰 코브라도 더 세게 힘을 주었다.

"허, 허억. 사, 사, 살려주,"

김여주
"…가만히 좀 있어봐. 조준 잘못하면 너도 없어진다."

학생은 숨이 부족한지 몸부림을 치며 헐떡였고, 코브라는 여주에게 하악대며 대치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여주는 땅바닥에 향했던 손을 들어올려 정확히 코브라의 머리에 갖다댔다. 그리고 코브라가 다시 한 번 하악 경계할 때,

파스스–

"쿨럭…!! 쿨럭, 쿨럭!! 허, 허억!! 허억, 허억……."

코브라의 머리가 사라졌다. 학생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코브라의 몸에서 빠져나와 부족한 숨을 들이켰고, 여주는 그 학생에게 다가가다가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얼른 몸을 숨겼다.

"아, 영훈아!! 괜찮아?! 선생님!! 영훈이 찾았어요!!!!"

하나둘씩 몰려든 학생들은 주위를 둘러쌌고, 뒤에서 재미가 없다며 투덜투덜 걸어오던 태형은 저 앞에 있는 코브라의 몸을 보고 깜짝 놀라 지민의 팔을 때렸다.


김태형
"미친!!! 야, 박지민. 네 눈엔 저거 보이냐?! 코브라가 몸밖에 없어!!"


박지민
"악, 악!!! 야, 아파!!! 내 눈에도 잘 보이니까 그만 좀 때리지?!?"


김태형
"미쳤다. 내가 남쪽에 와서 저런 걸 또 보다니. 학교 터질 때 이상한 독수리 본 게 다였는데. 그치, 전정국?"


전정국
"……."


김태형
"아오,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야, 우리 저기 가 보자."

태형은 한 손으로는 지민의 손목을, 다른 한 손으로는 정국의 뒷덜미를 잡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코브라의 몸으로 달려갔다. 가까이서 본 코브라는 더 가관이었다.

머리가 잘렸다고 하기에는 깔끔하게 베어있지 않았고, 터트렸다고 하기에는 주변에 잔해가 없었다. 이에 궁금증을 느낀 건 태형만이 아닌 듯 지민 또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코브라의 몸을 여기저기 훑어보았다.


박지민
"야, 전정국. 너가 볼 땐 어때. 잘린 것 같냐, 터진 것 같냐?"


김태형
"내가 볼 땐 터진 거인 듯. 잘렸으면 이런 자잘한 것들이 없어야지."


박지민
"너한테 안 물어봤거든, 김태트리스 새끼야?"


김태형
"아, 전정국이 말을 안 하잖아!!!"


박지민
"그래서, 전정국. 넌 어떤 것 같다고?"


전정국
"……."


박지민
"전정국도 머리가 잘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대. 역시 터진 게 맞겠지?"


김태형
"시발? 쟤 아무 소리도 안 했잖아, 작지민 새끼야!!!"

지민과 태형이 투닥거리는 소리 사이로 정국의 바로 옆에 있던 나무가 살짝 흔들렸다. 흠칫. 멍때리다 중심을 잡지 못한 여주였다.

나무가 흔들려 나뭇잎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이들 중 고개를 들어 여주를 쳐다본 이는 없었다. 여주는 순간적으로 놀란 심장을 부여잡으며 인기척을 줄이곤 다른 나무로 뛰어 옮겨갔다.

"……."

여주가 있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국의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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