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ARD: 히든 카드
ESPER: 초능력자 [15]


김서우
"어, 누나!!"


김남준
"여주야, 잘 잤……. 너 팔이 왜 그래?"


박지민
"쟤 팔이 왜, ……."

또다. 전에 아침을 같이 먹었던 멤버에 서우 한 명이 추가됐다. 이로써 그동안 조용했던 여주의 생활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었다.

김여주
"밥 먹어.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오른팔에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꼈지만, 여주는 그 시건들을 모조리 무시하며 서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물론, 서우에게도 팔을 보여주지 않는 건 잊지 않았다.

김서우
"누나, 저 이제 누나랑 같은 가디언이래요! 어제 이사장님이 알려주셨어요!"

김여주
"…이사장?"


김남준
"우리 학교로 돌아오고 나서 서우랑 서준 선배만 이사장실로 불려갔었거든. 근데, 여주야. 너 팔,"

김여주
"잘 먹었습니다. 천천히 먹고 오세요."

김서우
"어, 누나 아직 한 숟가락도 안 떴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서우의 입에서 이사장이라는 소리가 들렸고, 여주는 남준의 말을 듣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에 앉은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고, 숟가락도 들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지민
"나도 먼저 가 볼게. 형이 서우 잘 데려와."


김남준
"어, 야, 야!! 박지민!!!"

여주가 급식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민은 간식으로 나온 식빵을 입에 물고는 여주의 뒤를 따라 나왔다. 뒤에서 남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굳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급식실을 나온 여주는 바로 이사장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학교 내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닐 경우 이사장을 보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여주에게는 아니었다.

최근에는 여주가 이사장을 보러 가지 않았기도 하고, 이사장이 여주를 피해다니기도 했어서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반정부군에게 실험을 당해 원치 않게 S클래스가 된 아이를 가디언에 끌이들인 것에 대해선 이야기해야 했다.

아직 새벽이라 아무도 복도를 돌아다니지 않아 여주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했다. 이제 세 개의 교실만 더 넘어가면 이사장실이다.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해 성큼성큼 걸어가니, 누군가 여주의 왼팔을 확 잡아돌렸다.

김여주
"…박지민?"

"따라와."

차가운 얼굴에 냉랭하게 내뱉는 말과 달리, 손목을 그러쥔 손은 따뜻했다.


지민이 여주의 손을 잡아끌고 도착한 곳은 보건실이었다. 당연히 등교 시간 전이니 보건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고, 지민은 여주를 간이 의자에 앉혔다.

김여주
"뭐하자는 건데."


박지민
"치료해야지. 바보야."

김여주
"됐어, 알아서 낫겠지."

여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몸을 일으키자, 붕대와 소독약을 찾던 지민은 얼른 손을 뻗어 여주의 어깨를 눌렀다.


박지민
"제대로 치료 안 하면 곪거나 흉 져. 내가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가만히 있어."

김여주
"나 만나야 될 사람 있어. 바빠."


박지민
"지금 네가 다친 것보다 중요해? 어디서 어떻게 다친 건지 안 물어보는 것만 해도 고마워해라. 입이 아주 근질거려 죽겠으니까."

김여주
"……."

이것도 걱정인 걸까. 윤기에게 직접적으로 걱정된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여주는 자신을 향한 상대방의 감정에 신경이 쓰였다.

여주가 또 다시 몸을 일으키면 그때는 한 대 쥐어박아서라도 자리에 앉히려 했던 지민은 생각보다 가만히 잘 앉아있는 여주에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본 뒤, 얼른 소독약과 붕대, 그리고 구석에 박혀있던 의료 도구들을 가져왔다.

김여주
"…그거 보건 선생님이 수술하실 때만 사용하는 건데."


박지민
"알아. 딱 봐도 수술할 때 쓰는 것들이잖아."

혹시 북쪽에서 넘어온 지민이 실수를 할까 봐 미리 언질을 해 주니, 지민은 개의치 않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서랍에 있던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익숙하게 여주의 옷깃을 걷어올려 상처를 살피는 게, 꽤 의사 같아 보였다.


박지민
"옷에 스칠 때마다 안 아팠냐? 보는 내가 다 아프네."

김여주
"괜히 손대지 말고 그냥 가. 치료는 리커버리 애한테 부탁하면 돼."


박지민
"퍽이나 그러시겠다. A클래스 리커버리가 S클래스 몸 고치는데 얼만큼이나 고쳐주겠어. 5mm? 7mm?"

비꼬는 듯한 지민의 말투에 기분이 나빠진 여주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니, 지민이 의자에 달린 바퀴를 굴리며 여주에게 훅 다가갔다.

한 손은 여주의 손 위에, 다른 한 손은 여주의 어깨 위에 두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지민의 눈빛은, 여주에게 나만 믿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박지민
"이래 봬도 나 S클래스 워터마스터야. 공격은 불보다 약할지 몰라도 방어나 치료에선 물이 더 우위야."

…불은 애초에 치료하는 능력이 없잖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팔을 걷어붙이는 지민에 여주는 차마 속에서 튀어나올 말을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워터마스터. 대대로 물과 관련된 능력을 가진 에스퍼들은 어렸을 때부터 치료하는 법을 배운다 들었다. 생물의 몸에 수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박지민
"부분 마취 들어간다."

언제 또 마취제를 찾아왔는지 지민은 능숙하게 주사기에 마취제를 넣더니 여주의 상처 주위에 주입했다. 상처 바로 옆인지라 제법 아플 텐데도 여주는 눈썹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박지민
"뭐… 안대라도 하나 찾아서 줄까? 계속 보고 있기엔 좀 그렇잖아."

김여주
"상관없어. 빨리 끝내고 가야 돼."


박지민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건데. 가디언실? 훈련실?"

김여주
"…네가 알 바 없잖아."


박지민
"아오, 싸가지하고는."

지민은 여주를 한 대 쥐어박을 듯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었다. 빨리 끝내줄 테니까 눈이나 감고 있으라는 퉁명한 한 마디를 내뱉고는 소독약을 상처에 부었다.

가감없이 소독약을 쏟아부은 것과 달리 지민은 능력을 사용해 섬세하게 소독약의 양을 덜어냈다. 꽤 많이 해 본 듯한 솜씨에 여주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멍하니 지민에게 시선을 두었다.



박지민
"야. 다 끝났……."

김여주
"……."


박지민
"……자냐."

길게 찢어진 상처를 봉합하고 그 위에 붕대까지 감아주니, 그제야 집중했던 지민의 시야에 자고 있는 여주의 얼굴이 보였다.

깨어있을 때는 지기 싫어하고 매순간 신경이 날카로운 짐승과도 다름 없더니, 지금은 뭐 순한 양이 따로 없다.

아침밥을 먹다 말아서 그런가. 자는 동안에도 우물우물거리는 선분홍빛 입술이 유난히 잘 보였다.


박지민
"김여주. 너 바쁘다며. 안 일어나?"

김여주
"응……."

대답을 하는 건지 그냥 반응만 하는 건지. 지민이 여주의 손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들며 깨워봤지만 여주는 미간만 찌푸릴 뿐 눈을 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꼬옥,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지민은 자신의 손가락을 붙잡는 무언가에 움직임을 멈췄다.

남자 중에서도 특히 손이 작은 편에 속하는 지민은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손이 자신의 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박지민
"ㅇ, 야……."

잠결에 여주가 지민의 손을 놔주지 않는 탓이었다. 치료 목적이 아닌 스킨십, 그것도 여자와의 스킨십이 낯선 지민은 금방 자리에 얼어붙었다.

북쪽에 있을 때도 남자나 여자 상관없이 아무 때나 들이대는 태형, 그 누구든 자신에게 들러붙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정국과 달리 지민은 여자와 신체 접촉을 할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굳어버리기에 일명 '쑥맥'으로 불렸었다.

그런 지민이 조용한 보건실에서 여주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 예상치 못한 스킨십까지 한 것은, 정말… 정말 놀랄 일이었다. 물론, 자고 있는 여주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말이다.


박지민
"……."

자고 있는 여주를 깨워 손을 놔달라고 말할까, 아니면 그냥 쳐내고 나갈까 하고 고민하던 지민은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다시 풀썩 앉았다.

멍 때리거나 여주를 바라보면 저절로 손으로 시선이 가, 아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두근. 두근.

심장이 낯설게 뛰었다. 온몸에 체온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넥타이를 풀거나 단추를 푸는 등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박지민
"…일어나기만 해 봐라."

지민은 답이 돌아오지 않는 공간에서 혼자 투덜거렸다.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과 달리 얼굴은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제 새벽에 써 둔 거 학원 쉬는 시간 이용해서 투척합니닥... 원래 '쑥맥'의 맞는 표현은 '숙맥'이에요! 강조하기 위해서 '쑥맥'으로 사용한 것이니 알아주셔요


팬아트 선물을 받았어요 ㅜㅠㅠㅠㅠ 히든 카드 팬아트는 처음이라 설렜습니다 ㅜㅠㅠ 르하레 님 정말 감사드려요 🙇🏻♂️🎆💗 ((판타지적 요소 너무 잘 표현하신 것 같아서 갬동 😭

모두들 히든 카드가 바뀌었다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네 10분 만에 만들어진 저의 작품(?)이에요 전 표지는 탄이들 얼굴이 너무 작게 보여서 안 되겠더라고ㅇ.... 😂

오늘은 장난꾸러기(?)처럼 여주와 티키타카를 뽐내지만 한편으로는 치료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자에게 숙맥인 지민이가 중점으로 나왔어요! 어남짐 부쳐핸즈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