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그 자리에, 있어도 돼요

해가 여문 그날 밤.

현관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거실로 들어섰다.

조명 아래 놓인 소파와 탁자, 그리고 익숙한 정적.그 안에 오늘 하루의 무게가 조용히 스며 있었다.

무언가 말하려던 명호가 짧게 숨을 들이마셨을 때

세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세연

“정말… 죄송해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급하게 쏟아진 말.

미리 준비라도 해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명호는 순간 멈칫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과.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잠시 흔들렸다.

눈빛이 살짝 흔들린 채, 입술을 떼려던 찰나—

정세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진 모르겠는데… 제가 얼른 집 따로 구해서 나갈게요.

정세연

정말… 민폐네요...저 때문에 불편하셨을 텐데…”

세연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두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목소리는 떨렸고, 말끝마다 자책이 묻어났다. 마치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조차 민폐인 사람처럼.

정세연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사람인데...

정세연

그런데… 괜히 여기서까지 그런 일 겪게 만들고… 너무 창피하고… 죄송하고…”

그녀의 어깨는 자꾸만 작아졌다.

손끝은 하얗게 굳어가고 있었고, 억눌린 숨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명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있다가— 그녀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세연 씨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요.”

세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려다 말고, 다시 시선을 떨궜다.

그녀의 눈가엔 이미 억눌린 감정이 고여 있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그 사람이 이상한 거지, 당신은 그냥 피해자 였던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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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런데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해요.”

그 말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울렸다. 명호의 눈빛엔 어떤 연민도, 가벼운 동정도 없었다.

그건 오히려—지켜보는 사람의 분노, 그리고 같은 어둠을 이해하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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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그냥. 여기 있어요. 억지로 안 그래도되니까 당분간은....”

짧은 말.

하지만 그것은 이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누군가의 곁에 있어도 괜찮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세연은 고개를 들었다. 동그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명호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분명히 따뜻했다.

그리고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명호는 살짝 시선을 피하며, 아주 짧게 덧붙였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그냥…항상 누군가들이랑 같이 있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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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세연씨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아서요.”

순간, 세연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말없이 입술을 깨문 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세연

"...감사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분명히 들렸다. 감정의 끝자락에 매달린 진심.

그리고 그 말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도감.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엔 말보다 더 많은 것이 오갔다.

침묵 속에서, 마음이 조용히 나란히 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