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3.그날 첫 밤은


그날 밤. 세연의 방

세연은 방 안 작은 탁자 앞에 앉아 물 한 잔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고, 안쪽에서 손바닥만 한 액자 하나를 꺼내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았다.

사진 속엔 가족들의 웃음이 담겨 있었다.

정세연
“풀옵션 원룸이라며… 월세도 싸고… 교통도 좋다고 했는데…”

작은 목소리가 방 안에 흘렀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끝을 닫았다.

정세연
“이게 뭐야… 나 진짜 왜 이래…”

눈앞이 흐려졌다. 문득 떠오른 기억.

혼자 유학 중이던 중국의 겨울날. 버스 정류장에서 눈 맞으며 울던 밤.

한국인이라서,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무시와 외로움.

정세연
“왜 항상 시작이 이래야 돼… 나 그냥… 열심히 살고 싶을 뿐인데…”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

그리고, 이윽고 고요한 방 안에 흐느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편 거실.

물을 마시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던 명호는, 문틈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흐느낌에 걸음을 멈췄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가 보여준 이전의 눈빛.

그건 단순히 당황한 얼굴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정확히 알아차린 것 같았다.


디에잇(명호)
‘…울고 있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물을 따라 컵을 들고, 천장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그리고 작게,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디에잇(명호)
“…진짜.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목소리는 낮고 짧았다.

그러나 그 말투엔, 조금 전과는 다른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건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낯선 무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