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약점



변현수
아들, 네 행동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지 이제 알겠니.

누군가가 오랜 세월 사용한듯한 흔적이 남아있는 퀴퀴한 창고 안에는 침대 하나와 빛바랜 책걸상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한쪽 팔이 긴 사슬에 구속된 채 무릎을 꿇은 백현과 눈을 맞춘 현수가 있었다.

부르튼 입술과 군데 군데 나있는 멍자국이며 생채기들만이 백현이 중국에 돌아와 어떤 생활을 했는지 대변해주고 있었다.



변백현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백현의 입에서 마침내 잘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단 한 번도 용서를 구한 적 없는 백현이었기에 현수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변현수
난 내 아들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재밌구나. 이런 것도 나쁘진 않아.

현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백현은 더 짓씹을 곳도 없는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비릿한 피를 핥았다.


변현수
다시 한 번 날뛰면, 김민석은 쥐도 새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거야. 너 때문에. 알겠니.

우리 아들, 드디어 약점이 생겼네. 조롱 어린 어투로 말한 현수는 문을 닫고 나갔다.



변백현
살았구나, 민석이 형.

다행이다, 하고 연신 중얼거리던 백현은 고개를 파묻었다.


변백현
이제 다시는 못 보려나.

예뻤는데. 참 예뻤는데 그 사람. 백현의 짓무른 눈가에서 눈물이 똑, 떨어졌다.

성인이 되고, 산주가 되고. 이제 아버지의 영향력을 벗어 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얽매어 있었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파플로프의 개. 아버지에 대한 공포심은 생각보다 백현의 깊은 곳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은연 중에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공포.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던 그것이 민석을 볼 때면 잠시나마 희미해졌다.


백현에게 민석이란 햇살과도 같은 존재였다. 저를 욕하고 때려도 캄캄한 어둠 속 유일한 빛이여서, 백현은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 때문에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겪었다.

백현은 더 민석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그 사람이 더는 저 때문에 다치질 않길 바라며 백현은 그 사람과 반대로 걷는 것을 택했다.

그것은 백현의 선택이었다.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닌, 민석을 위해 자유의지로 선택한 것.

백현이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을 때, 굳게 닫힌 문이 열리며 소연이 들어왔다.


장소연
돌아왔네. 안 돌아올 거 같이 굴더니.


변백현
...왜 왔어.


장소연
나 아버지 사업 받기로 했어.

백현 네가 뿌리 깊은 조폭 집안이라면, 소연 네는 회사였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는 건실했으나, 뒤에서는 무기 밀매부터 손 안대는 것이 없는 곳. 현수가 소연과 백현을 맺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변백현
그 말은..

장소연
니가 원하던대로 됐다고. 너랑 나 이제 남남이야.



변백현
왜 그런거야.

장소연
나 이제 너 안 좋아할 거라서.


장소연
할 말 끝났어. 나 간다.

소연이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는 순간, 백현이 입을 열었다.


변백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심이 담긴 말, 소연은 순간 울컥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문을 열고 나갔다.


짝사랑은 힘든 순간의 연속이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그 짝사랑을 끝내는 것이다.

입술을 깨물고 간신히 눈물을 참은 소연이 나오자 세훈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장소연
너 요즘 자주 보인다, 오세훈.



오세훈
우셨..습니까?

장소연
티 나니.


오세훈
아닙니다.

장소연
변백현 보러 왔어?

소연은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세훈은 고개를 내저었다.

장소연
그럼 왜.



오세훈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백날 울리는 놈한테만 가서 말입니다.

장소연
그런데?



오세훈
오늘 그 놈 만나고 웃으며 나오시면 포기하려 했는데, 또 울고 계셔서요.


오세훈
소연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가 어쩌면 좋겠습니까.

세훈의 물음에 소연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장소연
어쩌긴 어째. 그냥 늘 하던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겠니.

희미하게 소연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소연의 표정 변화를 알아챈 세훈이 답했다.


오세훈
알겠습니다. 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연은 자연스레 손을 뻗고 세훈은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둘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꼭 쥐고 있는 것이 썩 좋은 방법은 아니란 걸 마침내 깨달은 소연이었다.

자까의 말: 결국 현수만 나쁜 놈이였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현수는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죽이고 싶으신 이쥬님들 맘은 제가 만 번 이해하지만..이야기 전개를 위해 필요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