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줄게

유서

편지

아니 정확히는

유서라고 해야 맞을듯 싶다.

To. 우리 가족들, 태형이.. 나의 전부였던 내 사람들

일단 이런거 써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나 다른건 모르겠고 진짜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저 먼저 가서 좀 쉴게요.

더 이상 버텨내기엔 전 이 세상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요.

무언가가 서서히 날 갉아먹었고, 나는 저항할 힘도 없어 결국 잡아먹혀버리고 말았어요.

제가 제 스스로한테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한참 고민했고

결국은 내 사람들 실망시키기 싫어서.. 란 이유 말고는 찾아낼수 없었어요.

죽는다는 말을 하는건 참 쉽습니다.

누군가를 죽이는것도 어려운건 아니죠.

그런데..

죽는걸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 힘든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세상에서 없어지길 바랬어요.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했어요.

죽고 싶을때마다 우리가족들.. 태형이.. 내 소중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저를 가로 막았어요.

저는 하루하루 숨쉬는게 괴로워요.

이렇게 목이 졸려 켁켁댈 바에는 끊어버리는게 편안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너무 힘들어도 버텨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당하게 이겨내고 싶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내 목에 칼을 꽂지 않으면 그들이 내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내가 죽는게 그들의 행복이라면

내 불행이 그들에겐 기쁨이라면

기꺼이 그래주는게 낫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죽는것이 쉬울거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어요.

저는 지금 마지막 인사를 하려 해요.

어머니, 저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항상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항상 저의 롤모델이셨어요. 사랑하고 감사했습니다.

형, 항상 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우리형. 맨날 옷 몰래 훔쳐 입고 용돈 빌려달라고 떼써서 미안해.

태형이, 내 동생. 진짜 고맙다. 너 아니었음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이 편지 찾았으면 우리 가족한테좀 전해줘. 끝까지 의지할 수있게 해줘서 고마웠다. 너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이 돼줬어. 고맙다.

제 성격이 무뚝뚝해서 이런 말 마음에다만 담아두고 직접 못 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이 지겨운 싸움을 끝내고 싶어요.

항상 고맙고 사랑하고 미안해요.

민윤기 올림

추신: 저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리고 이내 눈물은 흘러넘쳐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려

종이 위에 툭하고 떨어져 그의 마지막 말을 적셨다.

멍하니 글을 읽고 또 읽어내려 가고 있을때

머릿속에서 나의 이성이 날 흔들어 깨웠고

난 그제서야 현실을 직시했다.

우선

민윤기, 그를 찾아야한다.

그가 지금 이 순간 있을만한 곳은 딱 한 곳.

그의 작업실로 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