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어》
책임을 진다는 건


09:45 AM

이석민
"야, 니네 김민규 학교 왜 안오고 있는지 아는 사람있어?"

1교시 수업이 끝나자 석민은 장난끼가 하나도 없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배주현
"아니, 몰랐는데... 학교 안 왔어?"

민규의 이름이 들리자 놀라는 주현과 일부로 말을 하지않으려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여주가 대조되어 보였다.


이석민
"쌤한테 물어봤는데 따로 연락도 안왔다던데."

체육쌤
"자, 이제 수업시작한다."

모두들 따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어느새 여주에게 불안감이 흘렀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여주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국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주가 석민에게 물었다.


배여주
"야, 이석민. 김민규 전번내놔."


이석민
"에...? 있는 거 아니었냐?"


배여주
"시끄럽고 빨리 줘봐."

석민이 얼떨결에 민규의 전화번호를 적어주자 여주는 바로 민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이 들렸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여주가 석민에게 물었다.


배여주
"이거... 김민규 전화번호 맞는거지?"


이석민
"그저께 통화도 했는데 확실하다."

석민이 민규와 전화한 기록을 보여주자 더 초조해졌는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러더니 석민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지금 말라가고 있는 거 아닐까.


배여주
"걔네 집, 어디야."


김민규
"하..."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던 민규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이미 학교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하찮은 지느러미도, 그냥 몸이 지쳐버린 것 같았다. 자만이라는 실수로 인한 후회따위는 해봤자 의미없었다.

여주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린 것도, 애초에 이렇게 될 줄 알았음에도 무언가 바랬던 자신이 한심했다.

그저 누군가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모두를 곤란하게 했다. 내가 사랑받는 다는 것이.

모두에게 곤란해질 거, 차라리 없어져버렸다면.

아니, 이건 내가 결정할 게 못돼.

석민이 알려준 주소를 겨우 찾아간 곳은 어느 주택이었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달려온 탓에 숨이 차던 여주는 숨을 내뱉었다.

누가봐도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조용한 동네, 조용한 집에 과연 그가 있긴 한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마저 무시해버리는 여주다.

여주는 왠지 모르게 흐르는 긴장감 속에 조심히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지만 누군가에 기척조차도 느껴지지 않자 여주는 귀를 의심했다. 정말 이 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 거야?

주소는 확실하니 틀릴 리는 없는데, 도무지 주변에 사람하나 보이지 않았다. 참지 못한 여주가 문을 두드렸다.


배여주
"혹시, 여기 사람있나요?"

띵동-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규는 잠시 움찔하다가도 타오르는 갈증에 몸을 웅크렸다.

아, 물에 안 들어간지 얼마나 됐었더라.

사실 여주와 연습할 때 사용했던 핀을 착용하면 발에는 전혀 물이 닿지 않았다. 그래선지 연습을 해도 계속 갈증이 생긴 것이었다.

그제야 그걸 깨달아버린 민규가 후회하다가도 조용하게 수긍했다.

쾅쾅-


배여주
"혹시, 여기 사람있나요?"

조심스러우면서 대담했던 목소리. 분명히 배여주였다. 여주의 목소리를 듣자 민규의 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어째서, 여기에? 분명 미워할 게 분명했는데. 날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뭐가 됐던지 간에 여기 와줬다는 게, 중요한 거 겠지...


민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띄었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자 여주는 무심코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철컥- 하고 문이 그냥 열려버리자 여주는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도 잠시, 조심히 문을 열고 발을 옮겼다.

아직까지도 집은 고요하기만 했다.

일단 사람의 기척도 없고, 문은 열려있던지라 들어와버린 여주는 생각보다 작았던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침대에 누워있던 민규를 발견했는지 이내 신발은 벗지도 않은채 다가갔다.

여주가 다가오자 정신이 바짝 들어버린 민규가 뒷걸음질치다가 벽에 등을 기대고는 말했다.



김민규
"니가, 대체 여길 왜 왔어."

혈기도 빠지고, 갈라진 입술에 목소리마저 힘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 무작정 화낼 수는 없었던 여주에겐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던 여주가 아무말 않고있자 민규는 고개를 들어 살며시 여주를 바라봤다.


김민규
"내가, 말했잖아.인어, 맞다고..."


배여주
"바보야! 그게 아니잖아..."

민규는 쓰디쓴 웃음을 마저 지어보이다가 마지못해 헛기침을 했다. 이전에 있었던 감정은 사라지고 조금은 냉정해진 여주가 물었다.


배여주
"설마, 물 때문에...?"


김민규
"그러게... 벌써 일주일이 지나, 버릴 줄 몰랐는데. 하..."

민규가 헛웃음을 짓자 여주는 조용하게 다시 물었다.


배여주
"도와줄 건, 없어?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


김민규
"바다로, 갈 수 있게 도와줘. 지금."

여주는 자신보다 확실하게 덩치가 컸던 민규를 부축해줬다. 그리고는 누구보다 무거운 한 걸음을 그를 위해 딛었다.

민규를 집에서부터 가까운 바다까지 부축해주느라 여주는 어느새 땀범벅이 되어있었다.

방파제들 뒤에 서서 그를 내려놓은 여주는 숨을 몰아쉬었다. 민규가 바다를 바라보더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버렸던 곳을 바라봐서 였을까, 온갖 감정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민규가 옆에 있던 여주에게 물었다.


김민규
"넌, 후회안해?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집까지 찾아오기까지 했잖아."


배여주
"후회를 왜 해? 그건 둘째치고, 걱정됬을뿐이야."


배여주
"인어든, 사람이든 같은 반 친구니까. 안그래?"


김민규
"그래... 네 말이 맞다."

민규는 그 말을 인정하고는 여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주는 민규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이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바다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에 닿자 일어나는 물결과 파도가 조용하게 그들을 감싸주었다.

생각보다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주가 번뜩 잠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살피더니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는 민규가 눈에 들어왔다.


배여주
"이게 무슨..."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여주는 최대한 생각을 해보자며 천천히 겨우 떠오르는 기억들을 되짚었다.

집에서 들어와서, 그를 바닷가에 옮겨주고 함께 풍덩-

그럼에도 어째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에서 잘 자고있는 민규만이 여주의 눈에 들어올 뿐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졸리는 탓에 스스르 감기는 눈을 조용히 감았다.

07:36 PM
자연스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여주가 방을 보더니 놀란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일어난 거야?


김민규
"이제 일어났냐?"

아무렇지 않게 옆에 있는 민규를 보고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불로 제 몸을 감쌌다.

여주의 행동에 민규는 콧방귀를 뀌더니 자리에 일어나선 냉장고를 뒤졌다. 여주는 민규에게 물었다.



배여주
"내가 왜 여기서 일어난 건데. 대체..."


김민규
"어제 기억 안 나냐? 먼저 찾아와준건 너다."

그러자 찬찬히 기억을 되짚더니 이내 이불에 얼굴을 파묻는 여주였다. 민규는 자연스럽게 무시하고는 계란을 쥐었다.

민규가 여주의 뺨에 찬 계란을 갖다대자 여주는 한기에 정신이 확 들었다. 민규는 그 계란을 그대로 가져다가 깨고는 후라이팬에 올렸다.

계란이 맛있게 익는 소리가 들리자 민규가 서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여주가 물었다.


배여주
"뭐, 뭐하는데."


김민규
"아침은 먹어야될꺼 아니야. 먹기 싫으면 됐고."

아침은 먹어야된다는 민규에 말에 여주는 아무 대꾸도 없이 빠르게 수긍해버리고는 식탁에 조용히 앉았다.

민규가 반찬을 들고 식탁에 나란히 앉자 왠지모를 정적만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