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미모 박지연박지훈 (ParkJihoon)
Light-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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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나만 설렜지 나만 좋아했지


나는 중1부터 중2까지 2년 동안 태권도장에 다녔어. 그 2년 동안 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

넌 내가 처음 도장에 들어갈 때부터 다정했어. 나와 키도 비슷했어.

장난도 많이 치고 스스럼없이 나를 대해줬지.

처음 대회에 나갈 때 너는 나에게 다정하게 물어봤어.


박지훈(2)
많이 떨려?

작가
어..어? 엉..


박지훈(2)
ㅋㅋ 너답지 않게 많이 떨었네.

작가
아 진짜 겁나 떨린다. 나 실수하면 어케?


박지훈(2)
아 괜춘괜춘 처음이잖아.

이러면서 나를 안심시켜줬지.

대회를 하기 전에 선서를 하는 시간이 있었어. 우리 도장에서 2명이 선서를 하러 나가야 했어.

누구든 상관없었는데 다들 별로 싫어하는 눈치였어. 나는 모든 게 처음이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너는 나에게 다가왔지.


박지훈(2)
야 같이하자.

작가
어..? 다른 애들도 있는데?


박지훈(2)
에이 걍 하자.

그래서 나는 얼떨결에 나가게 되었어. 나갈 때 내 허리만 한 안전바 같은 걸 넘어가는데 너무 성급했나 넘어질 뻔했었어.

하지만 넌 내 손을 탁 하고 잡아줬어. 안전바를 넘어왔지만 넌 내 손을 놓지 않았어. 손을 꼭 잡은 채로 계단을 내려왔지. 계단을 내려와서도 손을 놓지 않았어.

솔직히 그때 설렜었어.


박지훈(2)
야 조심해야지. 다치면 어카냐.

작가
에이 안 다쳤잖아ㅎㅎ

같이 선서를 연습하며 웃고 떠들었어. 시끄럽다고 혼났지만 웃기고 재미있었어.

선서를 할 때 손이 자연스럽게 풀렸어. 아쉬워하던 찰나에 너는 내 손을 덥석 잡고 계단을 올라갔어.

볼이 빨개지는 느낌이더라.

어느 날

태권도장에서 다 같이 수영장에 가자고 했어.

원래 안 가려 했지만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어.

생각보다 수영장은 넓고 깊었어. 나는 키가 작은 편이라 걱정했지만 조심히 들어갔어.

딱 물이 까치발을 들어야 내 목까지 왔어. 태권도장 오빠들은 나를 계속 놀렸어.

태권도장오빠
ㅋㅋ ○○아 너 안 보이는데?

작가
우씨 !!

태권도장오빠
어 어디 있지?? ○○이가 없어졌어!!

작가
나 여기 있다고!!

이러면서 장난을 치고 미끄럼틀을 타러 갔어. 바닥이 막힌 튜브를 타고 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어.

다 내려갔는데 옆에서 장난기 많은 남자애가 내 튜브를 뒤집었어. 나는 그대로 물에 빠졌고 허우적거렸어. 물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남자애가 나를 물속으로 더 밀었어.

눈과 코는 따가웠고 발이 바닥에 닿았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 정말 멘붕이 왔지. 그때 네가 구해줬어.


박지훈(2)
야!!!

내가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너는 내 손을 잡고 위로 올렸어. 그리고 의자에 앉혀놓고 따뜻한 걸 손에 쥐어줬어.


박지훈(2)
야 괜찮아? 안 죽었냐?

작가
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죽었으면 여기 있겠냐?

너는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줬어.

작가
넌 안 놀아?


박지훈(2)
나도 조금만 쉬려고 그냥.

나는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끝날 때까지 계속 의자에 앉아 있었어. 근데 너도 계속 내 옆에 앉아 있어 주더라. 느낌이 조금 이상했어.

몇 주 뒤

관장님께서 이번에 도장에서 파자마를 하자 했어.

나는 네가 한다는 걸 듣고 수락했지.

파자마 당일

나와 친구들은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텐트에서 이야기만 했어. 밖에선 계속 너의 목소리가 들렸어.

새벽 3시가 되어서 난 잘 준비를 했어. 잠이 안 와서 텐트를 나가서 다른 애들은 뭘 하고 있는지 구경했어. 사실 네가 뭘 하는지 궁금해서 못 자겠더라.

남자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있었어. 너는 게임을 하다 말고 자겠다고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어.


박지훈(2)
넌 아직도 안 자냐?

작가
엉 잠이 안 와. 이정도면 걍 불면증인 듯.


박지훈(2)
빨리 자야 키 크지ㅋㅋㅋㅋ 언제 클래?

작가
아니 너도 나랑 비슷하거든?


박지훈(2)
뭘 소리임 내가 훨씬 큼

작가
아이고 눼눼 키 작은 난 자러 간다


박지훈(2)
그래 난쟁아 잘 자라

작가
야!!!


박지훈(2)
(따뜻한 물을 주며) 빨리 자라 땅꼬마야

작가
아주 병 주고 약 주고 달인이네


박지훈(2)
칭찬임?

작가
아니

이러면서 심장이 뛰었지만 나는 자러 들어갔어.

몇 달 뒤 나는 학원 때문에 태권도를 끊어야 했어. 근데 넌 별로 슬퍼하진 않더라.

태권도를 끊고 1개월 후

나는 친구들과 볼링장에 갔어. 나는 볼링을 못 쳐서 그냥 구경을 하고 있었어.

근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뒤를 돌아보니 너더라.

너는 나를 바로 알아보고 나에게 다가왔어.


박지훈(2)
어 오랜만

작가
오 오랜만임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네 친구들은 볼링을 먼저 시작했지만 넌 아랑곳하지 않고 나랑 이야기를 했어.

내가 먼저 물어봤어.

작가
너 볼링 잘 치냐?


박지훈(2)
아 내가 볼링 겁나 잘하지

작가
보여줌


박지훈(2)
ㅇㅋ 기달

너는 자신 있게 가서 1개 빼고 모든 핀을 쓰러뜨리고 우쭐하게 나에게로 다가왔어. 귀엽더라.


박지훈(2)
(우쭐) 봤지??

작가
ㅋㅋ 그래 잘했다


박지훈(2)
ㅎㅎ


박지훈(2)
(내 옷을 보며) 안 춥냐?

작가
조금? 괜찮아 거의 안 추워

너는 너의 겉옷을 벗어서 내 무릎에 덮어줬어.

작가
오 땡큐땡큐

이러고 우리는 헤어졌어.

그 뒤로 만나지 못했지.

그리고 같은 고등학교에 붙었지. 근데 넌 날 잊었나 봐. 하긴 1년 동안 못 봤는데 먼저 말을 어떻게 걸겠어.

사실 나도 말 걸고 싶은데 이미 너 옆엔 여사친들이 많더라. 난 그냥 빠질게.

너의 행동을 다 호의로 받아들리고 사실 잊으려 해도 잘 안 되더라. 너는 인싸고 친구도 엄청 많아서 날 잊었나?

장기자랑에서 춤 잘 추더라. 나는 널 보며 추억에 잠겨 네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 모두 나만 설렜나 봐.

다정히 웃어주던 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지만 잊어볼게.

내 무릎 상처를 보며 괜찮냐고 물어보고 밴드를 붙여주던 네 모습

내 치마가 짧다고 투덜거리며 내리라고 말하는 네 모습

배 아프다 할 때 약을 가져다주던 네 모습

그래 다 호의였던 거지? 그래 또 나만 설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