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선에서 왔어요, 도련님
28 | 청소요정이 되고픈 설여주



부스스_

시곗바늘이 어느새 8시를 가르키고

해가 뜨기 시작하자 반자동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피는 여주

설여주
으으...! 깜빡 잠들었네...

덕분에 도련님께서 그리신 그림도 못봤구나

그거 보려고 그렇게나 졸음과 싸워가며 버틴건데

괜스레 자신이 약해빠졌다는 생각이 드는 여주이다

설여주
'그나저나, 도련님은 어디계시지..'

설여주
'게다가 난 분명 이곳에서 잠들지 않았는데...'

설여주
아 -

무언가 깨달은듯 탄성을 내뱉은 여주의 얼굴에 붉은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거실에서 잠들고도 방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어느정도 예상한 모양이었지

설여주
어우.. 그러게 거기서 잠은 왜 들어서는...

설여주
주책맞게, 정말...

푸욱, 이불에 고개를 파묻고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는 여주

한참을 그 상태로 조신히 난리치던 그녀는 조금 진정이 된듯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끼이익..

여주가 조심히 문을 열자, 불이 다 꺼진 어두운 거실에 햇빛이 드리워졌다

설여주
'도련님은 어디 계시지...'

획_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정국을 찾아대는 여주

곧이어 쇼파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쇼파에 엎어져 자고있는 그가 보였다

설여주
'아직 주무시는 모양이네'

하긴, 그렇게 늦게까지 그림을 그리셨으니

피곤하실만도 하지

살금살금_ 여주가 정국이 깨지않도록 발걸음을 소리를 최대한 낮춘체 거실로 들어섰다

설여주
어..

설여주
어.. 라...?

거실에 들어서고나니 새벽에 정국이 보았던 광경을 목격하고만 여주

나름 깔끔히 그림을 그렸다 생각한 그녀였으니, 여간 충격이 아닌 모양이다

대체 무슨짓을 하면 이렇게까지 물감이 사방팔방으로 튀어있을 수 있는건지

누가보면 물감으로 눈싸움이라도 한줄 알것 같다

설여주
세상에..

먹물은 묻으면 잘 지워지지도 않는데,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설여주
ㅇ, 일단 뭐라도...

후다닥_ 마음이 조급해진 여주가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뒤적뒤적_

설여주
닦을 걸레는 찾았고..

설여주
물은.. 어디서 구해야하지

지난번에 도련님께서 근처에 냇가는 없다고 하셨는데

설여주
이걸.. 이렇게... 하던가...?

정국이 수도꼭지로 물을 틀어 세수하던 모습을 얼핏 뒤에서 봤었던 여주

그 기억을 더듬에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만져보는 중이다


끼릭_

쏴아아 -

설여주
(깜짝 - )

설여주
와.. 물이 나오네..!

설여주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로구나..!

위로 올리면 물이 나오고

밑으로 다시 내리면 물이 안 나오고

21세기 사람들로써는 당연한 이 수도꼭지가 여주에겐 마냥 신기하기만 한가보다

설여주
아차..!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약하게 자신의 뺨을 두드리고는 수건에 물을 젖시는 여주

수건에서 물이 떨어지지않도록 꾹꾹 짜내는 모습이 한두번 해본 솜씨는 아닌듯 하다

설여주
됬다..!



후다닥_

다시금 급하게 거실로 뛰어나오는 여주

무작정 물감으로 여기저기 튀어있는 바닥을 벅벅, 열심히 닦기 시작한다

슥삭슥삭_

슥삭슥삭슥삭슥삭_

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_

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슥삭_

거의 광기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닦는다

하지만 이런 여주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물감은 하나도 지워지지 않았지

마치 물감을 지우려 안달난 여주를 놀리는 것처럼 보였달까

설여주
역시나 그냥 물로는 안 지워지는구나..

설여주
어쩌지...

아무리 힘을 줘서 닦아봐도 선명히 남아있는 물감자국에 시무룩해진 여주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걸레질만 하고있는다



전정국
으음...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을 느낀건지 뒤척거리는 정국

스르륵_ 눈꺼풀을 올리자, 자신의 앞에서 쭈그려앉아 시무룩해져있는 여주가 보인다


전정국
여주씨..?


전정국
거기 앉아서 뭐해요?

설여주
아.. 일어나셨어요?

설여주
피곤하실텐데 조금더 주무셔요

정국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말을 돌린다


전정국
그닥 피곤하지는 않아요


전정국
그리고, 내가 뭐하냐고 물었을텐데요 - ?

설여주
그게...

우물쭈물_


전정국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봐요

설여주
여기.. 먹물이 엄청... 많이...

설여주
닦으려고 했는데.. 잘, 안 지워져서요...

설여주
제가 괜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하여.. 집이 더러워졌습니다...

고개를 푹_ 숙이곤 금새 울상이 되어버리는 여주

금방이라도 붉은 뺨을 따라 눈물이 흐를듯,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있다


전정국
아.. (긁적 - )

이렇게까지 속상해할줄 알았으면 어제 치우고 잤어야되는건데

이놈의 게으름이 문제다, 문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