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선에서 왔어요, 도련님

33 |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시즌 1 完]

며칠 후.

정국의 글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여주는 말할 것 없이 너무너무 좋다고 적극 찬성.

그래서, 정국이는 요 며칠간 동네 서점 전부 구경하며 유아용 한글 책을 사 오기에 바빴지. 개학 준비는 덤.

그렇게 개학이 한 삼사일? 정도 남은 지금.

설여주

가...나...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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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아요, 이 다음은?

설여주

마... 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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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 다 외웠는데?

여주 옆에 앉아서 글씨 하나씩 가르쳐주던 정국이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지난 시간까지 했던 내용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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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모음이랑 자음 이제 구분할 수 있죠?

설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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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왠만한 생활 단어도 다 배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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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제 그러면, 여주 씨 이름 써봐요. 여기에.

A4용지 여주 앞으로 내민 정국. 여주는 자신만만하게 연필 쥐고서 서툴지만 꾹꾹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다.

설여주

서얼... 여어... 주...

설여주

…….

설여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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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디 봐봐요.

예상했던 대로, 우리의 우등생답게 틀린 점 하나 없이 잘 쓴 여주. 정국이는 여기서 생각한다.

어째 글을 알기 시작한 지 오래된 나보다 글씨를 훨씬 예쁘게 쓰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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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 이제 잘 하는데?

설여주

ㅎ... 꽤나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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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재미있다니 다행이다, 그러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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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전정국. 적어 봐요-.

설여주

전정국…! 도련님 이름이지요...?

말 대신 끄덕이며 대답한 정국. 열심히 쓰는 여주 유심히- 보며 웃음 사라질 일이 없어 보이는 정국이다.

설여주

됐다! 이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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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아, 잘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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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러면, 이제 오늘 배울 페이지는_

···

설여주

오늘 배운 내용은 조금 어렵습니다...

설여주

그 전과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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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아요, 훨씬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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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이해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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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가 있으니까 모르는 건 언제든지 물어봐도 되고.

설여주

…맞아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ㅎ

페이지의 빈틈이 없어질 때까지 빽빽하게 글씨를 채운 여주가 뿌듯한 표정 지으며 손목을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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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조금 쉬었다 할까요?

설여주

네... 손이 조금 아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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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손에 힘 많이 줬나 보네...

어느덧 붉어져있는 여주 손을 꾹꾹 눌러주며 정국이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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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무 힘주면, 손가락에 굳은살 생길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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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러니까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힘 줘요. 알았죠?

설여주

···네!

설여주

그럼 다시 해 보겠습니다...!

정국이 손에서 조심스레 제 손을 뺀 여주가 다시 연필을 잡자, 안 쉬고 바로 하는 거냐며 재차 묻는 정국.

정국이 입장에서는, 밤낮 안 가리고 글 공부에 매진하는 여주 모습에_ 이러다 쓰러지진 않을까 나름 걱정 중.

설여주

힘을... 필요한 만큼만!

자신이 연필을 꾹 쥐게 되면, 알아서 힘 조절하며 조심스럽게 글을 써보는 여주.

그렇게 홀로 중얼거리며 열심히 하는 여주 보는 정국이는, 그런 여주가 그저 귀엽고.

띡띡띡, 띠리리-. 이 와중에 들려오는 도어락 소리에, 정국이 귀 쫑긋 세운다.

철컥, 현관문이 열리기 무섭게 거실로 들려오는 수민의 목소리.

이수민

정국아, 여주야-!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수민이, 장 보러 다녀온 건지 양손 가득 채우고 있는 봉지를 탁자에 두고서는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설여주

오셨습니까!ㅎ

이수민

앉아요, 앉아-ㅎ

이수민

좋은 소식 하나 이야기해주려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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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좋은 소식…?

꼴깍, 비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킨 수민은 정국과 여주의 손을 한 쪽씩 잡으며 조심스레 입을 연다.

이수민

여주…

이수민

정국이랑 같은 학교 다닐 수 있게 됐어!

수민이 말 떨어지기 무섭게, 여주랑 정국이는 바로 아이 컨택.

설여주

헙... 정말입니까?!

내내 손에 쥐고 있던 연필까지 떨어뜨린 여주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런 여주 보며 덩달아 웃는 정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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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잘 됐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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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런데... 입학 전형은...

이수민

쉿.

이수민

이 엄마가 다~ 잘 알아서 해결했단다.

여주 안 보이게, 수민은 은밀한 손짓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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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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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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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엄마 설마, 돈 쓴ㄱ…

이수민

쉿. 엄마는 노코멘트~

이수민

우리 아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

이수민

여주, 이제 학교 갈 준비해야겠네-ㅎ 이따가 밖에 뭐 좀 사러 갈까?

왜인지 수민이가 여주 보다 더 들떠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음... 기분 탓 아닌 듯.

설여주

좋습니다...ㅎ

이수민

그럼 우선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과일 좀 깎아올게_

이수민

과일 먹고 나가자ㅎ

여주 머리 몇 번 쓰다듬어준 수민은 서둘러 주방으로 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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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저기… 여주 씨.

설여주

네, 도련님!

해맑게 웃고 있는 여주 보며, 나오려는 웃음을 꾹 누른 정국이가 말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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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학교를 가면… 되게 많은 친구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설여주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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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호칭을...

존댓말이 편하다던 여주의 의견을 존중해오던 정국이었기에_ 조심스러운 부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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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조금... 바꿔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ㅅ,

설여주

…소녀, 학교를 가는데 무엇이든 못 하겠사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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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ㄴ...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되려 당황한 건 정국이 쪽.

설여주

소녀, 당분간 도련님께 실례 좀 하지요...

비장한 표정의 여주가 양반다리 하고 앉더니, 자세를 바로 하며 정국을 향해 손을 내민다.

설여주

큼큼...

설여주

ㅈ, 잘 지내보자... 정국, 아!

한 마디하고서는, 토마토 마냥 붉게 달아오른 여주의 얼굴을 확인한 정국이는 속으로 끅끅 거리며 웃는 중.

이 정도 말 꺼내기까지... 쉽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 연습해왔을 게 눈에 훤-히 보였거든.

웃음도 잠시, 여주가 내민 손 슬며시 잡아주며 정국이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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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잘 지내보자-. 여주야ㅎ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서...

개학 당일. D-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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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떨려?

설여주

…ㄴ ㅔ...가 아니고... 응...

손 바들바들 떠는 여주를 본 정국이는, 환히 웃으며 여주 손잡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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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가 있는데 떨게 뭐가 있어-.

설여주

…그렇지... 맞아...!

꼬옥, 정국이 손 잡은 여주가 차츰 진정이 된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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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제 갈까?

설여주

…넵!

마지막까지 정국이 눈에는 한없이 귀여운 여주. 그런 여주에 시선 고정하다가도, 이내 정신 차리고 자기도 심호흡 한 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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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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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설여주, 화이팅-.

마지막으로, 여주 귀에 나지막이 속삭인 정국이는 기분 좋게 웃으며 여주 손 꼭 쥐고 교문 안으로 발 내딛는다.

그런 정국이를 따라, 환히 웃으며 조심스레 발걸음 옮기는 여주고.

그렇게 이제부터 본격적인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

지금까지는 둘의 시작에 불과했다면,

앞으로는 조선 출신 설여주 X 한국 고딩 전정국의 파란만장한 학교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

과연… 설여주는 학교 생활을 순탄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은_ 시즌 2에.

[시즌 1 The End]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여러분 뵙게 된 망개망개씌입니다:)

우선, 채융이와 함께 이 합작을 진행하면서- 다른 작품들을 연재할 때와는 다르게 서툰 부분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순위권은 물론이고_ 추천 팬픽에 포함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래서 채융이와 저는 앞으로 스토리를 더 보완하고 수정해갈 시간을 좀 가지기로 했어요.

이왕이면 여러분들께 더 완성도 있고,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글을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시간을 좀 가지고, 정국이와 여주의 학교생활을 중점적으로 전개될 시즌 2로 찾아뵐 계획입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시즌 2는 더 재미있는 글로 돌아오기로 약속드릴게요‼️

시즌 1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 2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