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뱀파이어와 동거중
02. 저랑 같이 살래요?


태형이는 계속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울음섞인 말을 내뱉었고 중간중간 자신은 망했다는 이야기도 말했다.


김태형
어트케... 망했어... 먹어버렸다고...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여주가 더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다 큰 어른이 길바닥에서 울고있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자신의 잘못 인거 같으니 그를 일단 달래주기로 마음 먹은지 어느덧 10분이 흘렀다.


임여주
우, 울지마요!


임여주
뚝!

여주는 태형이를 겨우겨우 달랬다. 태형이는 여주의 목에 선명하게 남아버린 상처를 보고 또 한번 울먹이기 시작했다.


김태형
제가... 안 무서우세요?

태형이의 촉촉한 눈매에 여주는 뇌를 거치지 않고 즉답했다.


임여주
귀여운데요?

여주의 답이 자신이 생각했던 답과 달랐는지 태형이의 눈은 눈동자가 다 보일정도로 커졌고 그의 고른 치아 사이에 있는 2개의 송곳이가 보일 정도로 입을 벌렸다. 꽤나 놀란 표정으로 말이다.


김태형
네? 괴물이... 아니라?


김태형
귀엽다고요?


임여주
아니... 그...

여주는 빨게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임여주
상황 설명이나 하세요...

태형이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김태형
전 뱀파이어입니다.

태형이는 낮게 '아마도 그런 것같습니다'를 중얼거리다가 자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 여주를 보고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이번에는 생각했다.


김태형
'아, 둘 다인거 같은데...'


임여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뱀파이어요?


김태형
....네


임여주
그동안 인간의 피를 먹으면서 살아가신거에요?

태형이는 손사래치며 말했다


김태형
아니요!!


김태형
흡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임여주
그럼 아까 그 아마도는 뭐죠?


김태형
그야... 전 혼혈이니까....


임여주
혼혈이라니요?


임여주
뱀파이어도... 뭐 종족이라는게 있어요?


김태형
뱀파이어 사이에선 종족이 따로 없습니다


임여주
그럼 혼혈이라는건 무슨뜻...


임여주
아, 종족이 다르다는 뜻이군요?

여주는 이해가 됐다는 듯 살짝 손벽을 쳤고 태형이는 조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김태형
전 반은 늑대인간 반은 뱀파이어의 피가 흐릅니다


김태형
늑대인간의 피는 어머니쪽에서 뱀파이어의 피는 아버지 쪽에서 이어받았죠


임여주
그럼 흡혈을 안해도 되는건가요?


김태형
하면 안되는거죠

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임여주
왜요?


김태형
...늑대인간의 특성이 있어 그 대상에게 종속 당해버리니까

태형이는 여주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임여주
네?


임여주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김태형
그.....

태형이는 눈알을 또르륵 굴렸다.


김태형
아까처럼 또 폭주해버리면 큰일이니...

태형이는 여주의 손을 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김태형
저랑... 동거하지 않으실래요?


임여주
ㄴ, 네?


김태형
동거하자고요. 동거

여주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고 답했다.


임여주
아니 폭주랑 동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임여주
그냥 피를 드세요


임여주
뭐, 동물의 피 그런것도 안되는건가요?


김태형
네....


임여주
사람의 피만 되는거죠?

태형이는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
다른 사람이면... 안돼요...

여주는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이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임여주
'내가 생판 모르는 남이랑 어떻게 동거해!!'


임여주
그것도... 그것도....


임여주
'뱀파이어랑 말이지'

솔직히 여주는 믿기 힘들었다. 선명하게 느껴진 그 통증과 상처만 남아있지 않았다면 태형이를 그저 잘생긴 변태 미치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자신에게 정체를 들켜버렸기에 자신의 종족이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많이 곤란한 표정이었다.


임여주
'그 얼굴이면 다른 사람 하나쯤 홀리는건 식은죽 먹기 아닌가?'

여주는 애써 외면하며 걸음을 더 빠르게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