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버렸다
03.단념


(은비시점)


영어 선생님
뭐..그래도 예린이 네가 굳이 버디고 가기 원하면 가고...


예린
아이..그정도는 아니구요..


예린
그냥 학교에서 써오라길래 쓴거예요..


영어 선생님
음..그래..


영어 선생님
어쨌든 난 신비로운고나 여친고 가기를 추천해


은비
.....


영어 선생님
은비는?


은비
네?


영어 선생님
은비는 고등학교 어디 갈 거냐고


은비
저는..


은비
아직 못 정했어요


영어 선생님
그래?


영어 선생님
내 생각에 은비는 공부 빡세게 시키는 학교 갈 것 같아


영어 선생님
뭐...천재고나..아님...시간고...?


은비
아니예요


은비
그런 데 안 갈거예요


영어 선생님
그래?


영어 선생님
어쨌든..


영어 선생님
그럼 은비랑 예린이랑 둘이 같이 신비로운고나 여친고 가면 되겠네


예린
힣...그럴까요?


은비
§..선생님이 뭔데...


은비
§선생님이 뭔데 내 인생을 결정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름..날 생각해서 해주신 말이겠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랬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너무..속상하고 억울했지만

막상...정해 둔 꿈도 없으면서...

그러면서 엄마와 선생님께 반감을 가지는..

나 자신이 싫어지기만 한다


영어 선생님
너네들 진짜로 내 말 잘 들어야해


영어 선생님
내 말 안 들은 언니오빠들은 다들 고등학교 가서 고생한다니까?


예린
넴넴~


은비
....

*******

학원에서 돌아온 난,

바로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학원 숙제 주제가..

나의...

"꿈"


은비
......


은비
하아...

막막했다


은비
꿈이 없는데 어떻게 나의 꿈에 대해 숙제를 하냐고....

솔직히 그동안은

막연하게

난 커서 제빵사 해야지~

난 나중에 피겨선수 할거야!!

이렇게...그냥 하고 싶은 말 툭툭 내뱉었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은비
하아 ..하기 싫어

기분이 상한 나는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난...

잠에 빠져들었다

*****

눈을 떠 보니

벌써 아침이었다


은비
하아..뭐했다고 벌써 아침이야...


은비
빨리 챙기고 학교가야겠다

*****

교실에 도착해보니,

선생님께서 어떤 공고문을 게시판에 붙이고 계셨다


은비
쌤..이게 뭐예요?


선생님
아...과학고 갈 사람 모집하는거


선생님
걱정마 이따가 조회할 때 다시 알려줄거야


선생님
왜..


선생님
은비 관심 있니?


은비
아뇨..그건 아니구요....


은하
하이잇 은비!!!


예린
일찍 왔넹.. 모해?


은비
음...그냥

*****

♩딩동댕동♪


선생님
자~얘들아~ 자리에 앉으렴

아이들
웅성웅성


선생님
자자 조용히 하시구요


선생님
오늘 중요한 전달사항이 있어


선생님
혹시 우리반에서 과학고 갈 사람 있니?

아이들
저요!!/ 저도요


선생님
음.. 두명?


선생님
그럼 너네들은 지금 나 따라와

아이들
네~

과학고...

한때는..나도....

가고 싶었는데...


은비
......


은비
부럽다


유나
어? 뭐라고?


은비
ㅇ..어? 아니야....


소정
.....?


소정
음...뭐 그래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는 애들도...

다..꿈이 있는데...

아니야..

이런 생각 그만 하자...

나만 피곤해질 뿐이야.....

*****

학교가 끝났다

고민이 많아서 그런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은비
하아....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수학학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


수학선생님
은비야?


은비
네


수학선생님
63페이지 안 풀었네


은비
아...죄송해요..


은비
까먹었어요


수학선생님
흠..뭐 그럴 수도 있지


수학선생님
아..맞아


수학선생님
너 얼마 전에 고등학교에 대한 안내장 받았다고 하지 않았니?


은비
아..네


수학선생님
1지망에 신비로운고 아님 여친고 썼지?

너무도 당연한듯이 말하는 선생님...

..계속 똑같아...

마치 쳇바퀴에서 탈출하려고 미친 듯이 뛰는 햄스터같아...

아무리 탈출하려 해도...

탈출할 수가 없어...

그렇게 탈출하려고 미친 듯이 뛰는 햄스터가

탈출을 포기해 버리듯..

난...

그냥 어른들이 짜준 각본에 맞추어 사는 꼭두각시가 되기로 했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소용이 없어

난.. 힘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니까


은비
.....


수학선생님
왜 말이 없니..? 설마..다른 데 썼니?


수학선생님
선생님이 신비로운고랑 여친고가 좋다고 했잖아

나는 활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은비
아니요? 당연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썼죠

그래..황은비...

감독의 말을 잘 듣는

그런 "인형"이 되자

그게...모두가 바라는 거니까

단 한 사람..

"나" 빼고...

03.단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