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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페이지, 이야기 1개

20○○년 9월 9일

내가 또 다시 떠나가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그 날만 조금 혼란스러움을 보였다

어제와 오늘은 최대한 숨기려 했다

더 웃어보이고 평소처럼 행동했다

미안했다

예린이와 은비, 예원이, 소정언니와 유나언니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에게도 지금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싫었다

내가 이기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그저 평소와 똑같았다

걱정이 많았던 엄마도,

모르겠다며 그 상황을 미루려 했던 아빠도

모든 게 똑같았다

나만 달랐다

나만 힘들어하고, 나만 아파했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똑같았지만

나만 평소와 다르게 달랐다

물론 겉으론 티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이러다 쓰러지는 건 아닐지 나조차도 걱정이 됐다

그렇게 어느정도 잘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점심시간,

급식을 다 먹고, 급식실을 빠져나가려 할 때,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행히 4명 중에 내가 맨 뒤에 있어 그 누구도 나의 비틀거림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난 바로 중심을 잡고, 급식실을 빠져나가는 3명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난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숨기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혼란스러움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진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

.....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은비가 이런 상황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진짜... 왜 그랬던 걸까?

내가 왜... 조금 더 은비에게 신경쓰지 않았던 걸까?

지금은 그때의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나 진짜 많이,

나빴구나....

진짜.. 어떡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바꿀수도 없지만...

이때 당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너무도 원망스럽다

정말... 너무나...

원망스러워....

*

은비의 엄마)은비야, 얼른 앉아서 밥 먹어

은비의 엄마)이러다 늦겠다

정은비 image

정은비

... 응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은 은비 앞에 밥이 놓였다

은비의 아빠)잘 잤니?

정은비 image

정은비

응..

이내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은비의 아빠가 은비의 맞은편에 앉았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은비의 아빠)여보, 나 다녀올게

은비의 엄마)응, 조심히 다녀 와

은비의 아빠)그래, 은비도 학교 잘 다녀오고

정은비 image

정은비

응...

그렇게 은비의 아빠가 먼저 집을 나서고,

뒤이어 준비를 끝마친 은비도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12페이지, 이야기 1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