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17.혼자만 알고 있는 계절의 끝

다음날 아침.

시연은 출근길에 괜히 더 조심스러워졌다. 몸이 버거웠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통증이 몰려왔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도 부쩍 잦아졌다.

강시연

‘마음이 알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몸이 망가지고 있는 걸까…’

진통제를 꺼내 조용히 삼켰다. 텅 빈 위장에 부드럽게 내려가는 약 하나로 오늘 하루를 버틸 준비를 했다.

***

강주아

“시연 씨, 그 멤버들 지금 출국했는데, 이번 투어 끝나면 바로 국내 촬영 들어가요.

강주아

다 따라다니셔야 해요. 다음 주부터 외근 많아지니까 준비 서둘러주세요.”

강시연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강주아 대리의 말에 시연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북을 열었다.

손끝은 조금씩 떨렸고, 눈앞의 글자들이 자꾸만 흐려졌다.

강시연

‘사직서… 써야 하는데…’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일이 몰려들었고, 지금은 무너지기엔 너무 많은 책임이 있었다.

강시연

‘그래… 오늘은 참자. 아직은, 조금 더…’

***

한편, 같은 시간. 해외 콘서트 현장 – 대기실

무대 시작 1시간전.

멤버들이 분주하게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먼저 마친 명호는 조용한 구석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진첩을 넘기다 멈춘 화면.

어젯밤,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시연의 모습.

그녀의 눈빛, 표정, 숨결까지 기억나는 그 순간.

자꾸만 그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승관 image

승관

“명호형~ 연애하냐?”

승관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명호는 대답 대신, 입꼬리만 조용히 올렸다.

승관 image

승관

“뭐야~ 갑자기 웃고 난리야~”

호시(권순영) image

호시(권순영)

“됐고. 너 이따 무대 때 그렇게 미소 흘리지 마라. 뿜을 뻔했다 어제.”

장난이 이어졌지만, 명호는 그저 시연을 떠올리며 웃었다.

아까 전엔 L매장에도 잠깐 들렀다. 시연에게 어울릴 것 같은 가방을 골랐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가면 바로 주고 싶다.”

모든 스케줄 끝나고 돌아가면 곧장 그녀를 보러 가고 싶었다.

그녀의 미소, 따뜻한 손길,

그리고… 그 순간이 더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 당연하게 믿고 있었다.

***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 주. 멤버들은 잠깐의 휴식을 받았다.

딱 하루, 많아야 이틀 정도.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 명호는 망설임 없이 시연을 불렀다.

명호의 부름에 문을 열고 들어선 시연은 거실을 본 순간, 그대로 말을 잃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깔린 테이블보,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서 피어나는 향,

붉게 비치는 와인잔, 그리고 창가에 세워진 캔들.

강시연

"이...이게 다 뭐예요...?"

시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명호는 조용히 웃으며 소파 쪽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선물."

그 말과 동시에 명호는 소파 뒤에 숨겨두었던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그 익숙한 로고에 시연은 숨을 들이켰다.

강시연

“이, 이건…”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그냥 네 생각나서 샀어. 주고싶어서."

시연은 당황해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강시연

“그, 그래도 이건… 너무 비싸요. 안 돼요… 이런 거 받으면—”

말을 하다가 시연은 문득 그를 바라봤다.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명호의 눈. 따뜻하고,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눈빛.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안 받을 거야… 시연아…?”

그 말에, 시연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강시연

‘이 사람은 그냥… 마음을 주고 싶은 건데.’

그걸 가격으로 재고, 거리감을 두는 게 오히려. 그 마음을 거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연

"고마워요… 명호 씨.”

그녀는 조심스럽게 쇼핑백을 열었다.

곱게 포장된 가방 상자를 열자, 진한 베이지에 골드 체인이 섬세하게 감긴 작고 우아한 핸드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예뻤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예댔던 건— 그 안에 담긴 마음.

강시연

"...고마워요 진짜...."

그 순간, 시연의 눈가가 서서히 젖어들었다. 명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어…? 시연아… 왜… 울어…?”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두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강시연

"괜찮아요...그냥 너무 고마워서..."

그 울음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었다.

6개월. 그 끝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

받고 싶었지만, 끝내는 돌려줘야 할 마음이기에— 더 아팠다. 명호는 그런 시연을 말없이 품에 안았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괜찮아요..내가 더 많이 줄게."

하지만 시연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한 문장을 되뇌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기억해둘게요. 당신이 준 모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