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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카드] Fix you (1) - 이율님 의뢰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지나갔다.

5층짜리 주택가 옥상.

이율은 그 끝에 두 팔을 걸치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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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

까만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만 같은 시린 바닥.

오늘도 이렇게. 그냥 이렇게. 바라만 본다.

손과 귀가 얼얼할 정도로 차갑게 얼고 나서야 이율은 작은 두 손을 모아 호- 입김을 불어 녹이고는 돌아섰다.

시끌시끌한 교실안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사람은 이율이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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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

학교에서 한마디도 안해본지 몇 개월.

밥을 혼자 먹은지도 몇개월.

멍하게 쉬는 시간들을 보낸지도.

몇개월째다.

멍하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 이율의 책상 위로 한 남자아이가 쓰레기를 놓고 간다.

"야, 이거 좀 버려줘. "

그러자 그 뒤를 따라서 재밌다는듯 킬킬대며 너댓명의 남자아이들이 똑같이 따라하며 쓰레기들을 책상위에 던지듯 올린다.

"야, 나도 이거 좀 버려줘."

"어? 여기가 쓰레기통인가??ㅋㅋㅋㅋ"

"어? 여기가 쓰레기 버려주는 덴가?ㅋㅋㅋㅋ"

어느새 수북해진 책상위를 내려다보던 이율은 말없이 일어나 쓰레기를 모아들었다.

품 안 가득 쓰레기라고 놓고간 걸 안고 걸어가는 몇 걸음이 너무 무겁다.

안쓰럽게 꽂히는 시선도.

재밌다는 듯 웃는 소리도.

다.

전부 다.

소름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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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녀의 하루는 늘 이렇게 적막했다.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밥을 먹고.

가끔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생각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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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

잘 안웃어서 사람들한테 호감을 못 주나......?

방에 들어가 가방을 벗고 거울을 보며 섰다.

어색하게 입술 끝을 끌어올려 웃어보았는데.

역시나.

어색하다.

비호감. 인것 같아.

무표정으로 돌아온 이율은 매직을 꺼내 거울에 까맣게 칠해버렸다.

꼴보기 싫어. 내 얼굴.

부엌으로 가 냄비를 여니 며칠동안 그대로였던 된장 찌개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인상을 찡리며 싱크대로 가져가 고무장갑을 끼고 물을 틀어 씻겨냈다.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에 뭐라도 먹을까 했던 이율이 문을 닫고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그녀의 모든 시간은.

그냥 늘 이렇게. 고요하다.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몇 번 울리고서야 늦은 저녁 아빠가 들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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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다녀오셨어요.

아빠는 별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커다란 비닐 봉지를 내민다.

라면과 인스턴트 식품이 가득인 봉지를 보고 이율은 냉장고에 소중하게 음식들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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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아빠, 저녁은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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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아.......

"다시 나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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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네.

엄마는 어렸을때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지금. 다른 여자분과 교제중.

딸이 있다는 건 비밀일까? 아니면 그 아줌마가 날 싫어하나?

모르겠지만 아빠는 일주일에 2.3번은 저녁 늦게 반찬거리를 사다놓고 다가서 다음날 들어올때가 많다.

처음엔 일주일에 1번 정도였는데 요즘들어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별다른 대화없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아빠는 바쁘게 집을 나선다.

"혼자 있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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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네.

"내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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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네.

쾅.

철문이 닫히는 소리에.

심장도 쾅. 하고.

닫히는 기분이다.

인적이 거의 끊긴 늦은 밤.

새벽으로 넘어가는 그 어디쯤.

옥상문이 가만히 열리며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모아쥔 이율이 들어왔다.

늘 서서 내려다보던 그 자리에 오늘은 가만히 올라섰다.

내 인생은. 앞으로 쭉 이렇게 고요하려나-

나는 쭉 이렇게 혼자려나.

뭘 어떻게 해야 바뀌는 걸까.

어디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바뀌는 걸까.

아빠에게는 내가 없어지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나 하나 없어도 티도 안날텐데.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밑을 내려다 보았다.

용기를 내자.

용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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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흡!!!!

눈을 감고 뛰어내릴 모양으로 무릎을 작게 굽힌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손이.

따듯하게 이율의 손목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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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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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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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하려고?

그날.

그 손.

그 눈.

그 사람의 한마디가.

내 인생을 구했다.

[매직샵] - 이율님의 의뢰가 접수되었습니다.

※이름 "아영"->이율 로 변경요청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이번에 커버곡으로 부른 Fix you 들으면서 썼어요! 너무조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방탄 만세다ㅠㅠㅠㅠㅠㅠㅠㅠ 그거 들으면서 읽으시면 아마도 더 좋을 것입니다(?) ㅎㅎ

어쩜 이렇게 찰떡 같은 시기에 이곡을 불러주신거죠??? 혹시 매직샵 보시나요? 저랑 스케쥴 공유했나요?? 하아.....방탄 진짜 고마워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