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마지노선

41화] Lovelorn <3>

엄마가 아프다.

애초에 예정된 일이 여과없이 일어난건지,

담담히 맞닥뜨린 엄마의 투병은 생각보다 별 충격은 없었다.

오히려 그 핑계로 집을 나와 엄마의 병실에서 지낼 수 있다는게 좋았을 정도로

아무 감흥이나 속앓이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를 짚어넘기는 날 보며 되려 소름끼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은,,

그건 한번도 내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뱉는 이야기들일 뿐이니.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흰색 방에 작은 구식 공기청정기 하나.

낡은 모포같이 생긴 푸른 이불과 구김없이 새하얀 이불보.

단조로운 병실에 적어도 꽃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화분을 들이고 거기에 꺾어온 노란 튤립이 무언가 불협화음을 이루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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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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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윽....((인상을 구기며 허리를 약간 굽힌다.

그리고 그때였을까,

내가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걸 깨달았을 때가.

일요일, 학교에 가기 하루 전 진단받은 급성 위염.

나는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방금전까지 엄마가 쓰던 병실에 몸을 누이게 되었다.

더이상 악화된 몸에 서울보단 지방에 내려가 있는게 훨 나을거란 결정을 한 우리 엄마.

..그때부터였을까, 우리가 본격적으로 집을 나와 아빠를 피해가며 살아왔던게.

쥐죽은듯이, 마치 귀가 웅웅거리도록 고요한 월요일 오전의 병실.

...참 내 인생, 뭐 이리 힘들게도 걸어왔나 싶은 약간의 회상과 의미없는 헛웃음이 지어질때쯤.

그래, 나는 그때쯤.. 참 유치하고도 책임감없는. 그냥 아이같은 행동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겠다.

산뜻하고도 어딘가 쓸쓸한 월요일 오전, 일찌감치 엄마와 지방에 내려간 오빠가 보내온 문자는 생각보다 충동적인 결정을 담고 있었다.

...며칠만 있으면 여기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것같다고.

일주일만 여기서 기다려주면, 그때 바로 지방으로 내려가서 같이 살자고.

지금이였다면 여러번 곱씹고 또 고민했을 허상만 가득할 그 말이, 그때는 왜 그리 가슴을 후볐는지.

애처럼 그 말에 아무런 고민없이 동의했던것같다.

...이제 더 이상 거지같은 현실에 허덕이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흐릿한 희망때문이였을까..?

그리고 그 희망이.... 우리들을, 여기까지..

_한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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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아마 저번 주말부터,

연락이 되질 않는 여주를 걱정하는 정국.

겨우 선생님한테 사정해 여주의 결석사유와 입원한 병원 위치를 구해낸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반장임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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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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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직 답장이 없는 메세지창을 덮어버린다.

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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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여주...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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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람 걱정하게 만드는데 선수야....

처음부터 시작한 사랑의 크기가 다르다는것쯤은 익히 깨닫고 있는 사실이였다.

그러기엔 너무도 서로의 모습이 많이 비춰졌기에.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지는거란 그 말은 다시금 그 말이 맞다는걸 증명해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국 현실에도 그려졌다.

쭈뼜거리며 찾아간 병원, 그리고 눈치껏 올라온 병실 밖 복도에서 언제 병실에서 나온건지, 한 손에는 다 마른 노란 튤립 한송이를 들고 나온 그녀를 발견했을때,

....나는 정말 가슴이 벅차서 부풀어오를것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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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크게 쉼호흡을 한 뒤 여주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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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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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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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저벅저벅 그녀 앞으로 다가온 정국이 들이켰던 숨을 얇게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조금의 의아함과 놀람, 숨길순 없었던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주.

약간 커진 눈과 상기된듯한 뺨.

무슨 말을 하려는듯 조금 움찔거리는 입술과 휘어진 눈썹.

그 모든 그녀의 모습에 터질듯한 반가움과 약간의 원망을 담아, 한껏 끌어안고 싶었던걸 참아낸 정국이 펄럭거리는 그녀의 옷소매를 쥐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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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디, 가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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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어,.. 아, 밖에 잠깐. 튤립이 다 말라서 버리고 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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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그제서야 그의 눈빛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꽃병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틈을 타 그에게 차올랐던 질문을 내뱉는 여주.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 시간은 괜찮았냐, 등의 퍽 형식적인 질문에 입꼬리를 올리며 편한 웃음을 지어보인 정국이,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며 느릿하게 복도를 가로질러 같이 병원 밖 작은 공원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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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하— 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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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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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그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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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여기 한번도 안나와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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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어.. 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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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병실에만.. 거의 있다보니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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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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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싱긋)) 그럼 나랑 같이 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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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근데 오늘 날씨 진짜, 좋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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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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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고개를 돌려 슬쩍 정국을 쳐다본다

아,

..너는 알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알면, 그럼 어떻게 행동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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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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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근데, 웬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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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어..? ((퍼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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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눈짓으로 슬쩍 여주가 잡고있는 튤립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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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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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병실에, 꽃혀져있었는데.. 너무 말라서 그냥 버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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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예쁘잖아, 노란 튤립. 드라이플라워로 장식해도 예쁠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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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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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그럼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바스라지잖아. ..나는 생화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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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피식)) 그렇게 예쁘면 조만간 나 한송이 사주던가, ...이제 화병이 비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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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그를 올려다보며 피식 웃어보이는 그녀에 조금 움찔한 그가 그녀를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병원에 있어 약간 청초해진 얼굴에도 이렇게 두근거리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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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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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귀 끝이 약간 붉어진 정국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린다.

.......

나는 그때까지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대의 감정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탓일까.

사랑, 그런 부질없는것보다는 현실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지껏 생각해왔던 나는 이번에도 그 생각을 굳게 세웠다.

분명히 좋은 기억이고, 서로 호감이 있었다지만 나는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드린적이 없었기에.

...진지하게 받아드려 누리기엔 현실이 너무 견고했기에.

내가 진심이 아니였으니 너또한 그저 가벼운 사랑이겠거니 생각한게 나의 이기심이였다.

괜한 치기와 약간의 오만. 거만함과 이기심에 똘똘 뭉쳤던 나.

그렇게 포장했음에도 가슴이 어딘가 공허한 느낌은 그저 약간의 죄책감일 뿐이라 여기며 허술하게 꼬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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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나는 이틀 후 오빠가 오면 퇴원을 하고 바로 지방으로 내려가고자 했기에,

차마 너의 상처와 고통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_이틀 뒤

저벅_

_저벅

저벅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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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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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한쪽 손에 안개꽃을 든 체 복도를 걸어간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안개꽃다발.

사실 사오지 못한 노란 튤립이 맘에 걸렸지만, ..윤여주에게는 안개꽃이 훨 잘어울릴것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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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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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꽃다발을 코 밑에 갖다대 향을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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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노란 튤립이 아니여서 실망하진 않겠지?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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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 꽃 꽃말은 너무 슬펐다고.)

눈에 이미 익혀둔 병실 앞에서 슬쩍 숨을 고르는 정국.

문 앞에 그녀의 이름이 없어 살짝 헷갈리긴 했다지만 한번의 기억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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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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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싱긋

드르륵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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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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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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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야,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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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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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딨어? 야, ...윤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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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윤ㅇ..... 아, .. 잠깐.... ..아니,..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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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들고있던 꽃다발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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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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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하아..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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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흔들리는 기차 차창에 머리를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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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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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랑에 빠진

너에게 언젠가 속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작가

네..!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언제나 말씀드리듯 작중 궁금하시거나 이해안가시는 내용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

작가

...부디 한번씩만이라도.. 손팅 부탁드립니다.

작가

손팅수 적은거... 사실 참 씁쓸하더라고요....

작가

무슨 말을 더 해야 상황이 나아질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손팅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