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4화 | 이상한 불안감



6층으로 올라오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그저 드르륵, 거리는 카트 소리만 드릴 뿐.

이 정적을 먼저 깬 건, 여전히 카트 손잡이를 잡고 밀고온 지민이였다.


박지민
괜찮아요?.

복도를 나란히 걷던 와 중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 그는, 여주의 얼굴을 확인하며 물었다.

당연히 여주는 애써 괜찮은 척 미소를 머금었고.


김여주
좀, 창피하긴 해요. 괜히, 이런 모습이나 보이고.

창피할 것 없어요. 원래 저런 놈들의 특징이 다, 거기서 거기라. 여주의 집 앞에 선 지민이 말했다.


김여주
…그래도요.


박지민
기죽을 필요 없단 말을 하고 싶은거에요.

네… 나도 내가 잘 못이 없다는 건 아닌데.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내 뜻 대로 움직이지 않는 건지.


박지민
박스 혼자 들고가는거 무거울 테니까, 들어다 줄게요.


김여주
아, 잠시만요.

박스를 쌓아올려 가뿐히 들어버리는 그와, 지민이 무겁지 않게 빨리 현관문에 다가서서 도어락 번호를 입력하는 여주.


띠리릭, ㅡ


김여주
들어오세요.


박지민
실례할게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지민은 실내화를 신고 부엌으로 향했고, 여주는 그의 뒤를 따라 냉장고를 대신 열어주었다.

차근차근 맥주 박스를 뜯어 캔을 냉장고 문 쪽에 줄 세웠다.


김여주
나머지 정리는 제가 할게요. 집까지 들어다 줬는데.

이왕 하는 김에 끝까지 다 하고 갈게요. 냉장고에 넣어놓었던 반찬통들까지도 능숙하게 정리하는 그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보통 자취하는 성인 남자들은, 잘 정리 안 하지 않아요?. 그가 웃기다는 듯 풉, 소리를 내더니 얕게 웃는다.


김여주
그 웃음은 뭐에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여전히 웃는 그의 웃음에, 미간을 한 껏 찌푸리는데. 그에게는 먹히지 않는 모양이였다.



박지민
자꾸 인상쓰면 주름생겨요. 나 보다도 어린 양반이.

응?, 내가 어려요?. 동갑인 줄 알았는데. 냉장고 정리를 끝마친 지민이 문을 닫곤,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짚었다.


박지민
네. 내가 그쪽보다 연상이에요.


김여주
나보다 얼마나 많은데요?.

냉장고에 등을 기댄 채 그를 쳐다보니 잠시 음… 거리더니, 두 살쯤?. 이라며 미소 짓는다.


김여주
아니, 근데. 내 나이는 어떻게 알았어요?.

웃김도 잠시, 그가 내 나이를 어떻게 알았을까. 라는 의문에 물으니, 그는 간단하게 다이어리. 라고 답한다.


김여주
다이어리요?.


박지민
네. 그때 다이어리 열어봤다고 했었잖아요. 생년월일 적어놨던데?.


김여주
아, 뭐야. 방금까지 되게 멋있었는데.

생일 맞춰서?, 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 여주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마술인 줄 알았잖아. 라는 말에 그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한다.


김여주
이게 이렇게까지 웃을 일이야?.


박지민
아, 미안. 미안 미안. 삐치지마요. 우리 오랫동안 일 해야하는데.


김여주
안 삐쳤어요.

진짜?, 진짜?, 거리며 거실로 향하는 여주의 뒤를 따르는 지민. 정말로 안 삐쳤어요?.


김여주
진짜 안 삐쳤다니까. 내가 어린앤 줄 아나… 저 스물 여덞이거든요?.


박지민
알아요. 나도.



여주의 뒤를 따라가던 지민의 눈에 티비 옆에 쌓여있는, 옛날 카탈로그가 보이고. 자연스레 손을 뻗어서 펼쳐보는 그.


박지민
와, 이 카탈로그 진짜 옛날건데.


김여주
이거 알아요?.


박지민
알죠. 어릴 때 많이 봤는데.

지민이 카탈로그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 여주도 발꿈치를 들고 카탈로그를 바라보다가 하는 말이.


김여주
아, 이거. 저희 엄마가 보던거에요.



김여주
네. 저희 엄마가 디자이너님이랑 똑같이, ‘웨딩 드레스’ 디자이너 였거든요.

카탈로그가 반가워 페이지를 넘기던 지민의 손가락이 멈춰버리더니, 고개를 돌려 놀란 눈으로 여주를 내려다본다.


박지민
디자… 이너요?.


김여주
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황급히 카탈로그를 덮은 지민은, 원래 있던 곳에 카탈로그를 내려다 놓는다.

그리고 급한 일이 생각났다며, 가봐야겠다고 말하는 그.


김여주
갑자기요?.


박지민
…네. 일단, 오늘 일은 신경쓰지 말고.

현관문으로 향하는 지민을 따라 여주도 배웅을 하려고 나서는데, 그는 나올 필요 없다며 여주를 소파에 앉힌다.


김여주
하지만…


박지민
안돼요. 여기 있어요. 내일 제 작업실에서 봬요.


김여주
아, 네…

무언가 이상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바로 전 까지 풀어진 분위기는 사라지고, 그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긴장감이 잔뜩 서려있었다.


김여주
…기분 탓 인가.



여주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는 지민.


박지민
…설마.

“우연이라기엔, 가능성이 너무 낮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