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26화 | 피어오르는 음모




김여주
이봐요- 나 왔는데, 환영 안 해줄건가?.

썸도 아니던 그와 내 사이가, 하루 아침에 연인으로 발전하고 나서는, 더이상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숨기지 않아서 문제랄까.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그의 등뒤로, 팔을 비집어 넣고 허리를 끌어 안았다. 그럼, 그는_ 하던 부엌 일을 멈추고,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고.


박지민
온 줄 몰랐어. 부엌까지는 소리가 안 들려서-.


김여주
그런데, 뭐하고 있었어?.

그의 등뒤로 보이는 도마와 썰다만 채소들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고선 물으니. 그는 몸을 반쯤 돌리고선, 썰고있던 채소들을 그릇에 칼로 밀어넣는다.


박지민
너 먹이려고. 요리하고 있었어.


김여주
함박 스테이크야?.

응. 며칠 전에 먹고 싶어 했잖아. 손을 씻더니_ 그릇을 내게로 내밀어 보여주고선. 같이 해보지 않을래?, 묻는 그에 고개를 얕게 끄덕여 보였다.



박지민
그럼- 일단 손 씻고 장갑부터 끼자.

냉큼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놓고는, 싱크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한 나. 그는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낸다.

손을 다 씻고 수건으로 손을 닦으니, 일회용 장갑을 손수 손에 씌어주더니, 날 챙겨주고 나서야제 손에 일회용 장갑을 꼈다.


박지민
손으로 주물러봐.


김여주
어?, 흫, 느낌 좀 이상해. 말랑말랑한게_

투명한 보울 안에 들어있는 채소들과, 다진고기를 손으로 먼저 주무르며, 기분이 이상하다며 베시시- 웃으니 그는 다짜고짜 뺨에 입을 맞췄다.



김여주
뭐야, 갑자기ㅎ…


박지민
예뻐서.

예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에, 나는 절로 입꼬리를 늘렸다.


박지민
어서 주물러. 빨리해서 저녁 먹자.


김여주
네네. 알았네요-.



한편, 박 회장네 저택_


권우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따뜻한 홍차를 우린 차를 한모금 들이키고는, 찻잔위로 잔을 내려놓았다. 앞에 선 박 회장은 여과없이 날 바라보고 있었고.

박 회장
알아보니, 업계에선_ 꽤 유명하다고 하던데.


권우현
아닙니다. 아무래도 저희 업계가 넓다보니, 소문이 과대포장 된 듯 합니다.

만족스러운 듯 허허, 웃어보이던 박 회장은 다리를 꼬더니 그 위로 깍지 낀 손으로 지탱하고선 말했다.


박 회장
권 팀장은, 의외로 순진한 모양이야.


권우현
네?.

대기업의 CEO씩이나 되는 사람이, 소문으로 자네를 알아봤겠냐는 말이야. 그 말에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박 회장
돌리지 않고 말 하겠네. 권 팀장 자네를, 뒷조사를 좀 했어.

당황스러운 이 상황. 나를 조사해서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다고. 괜히, 입술을 잘근- 씹어물고는 시선을 내렸다.

박 회장
많이 놀란 모양이야.



권우현
솔직히 좀 당황스럽습니다. 저를_ 뒷조사할 일이 뭐가 있다구요.


권우현
전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하하하하하!!. 미친듯이 웃기 시작하는 박 회장. 얼마나 웃어되는지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선 하는 말이.

박 회장
평범한 회사원이, NC그룹 막내 딸이랑 결혼을 하진 않지.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은 심장에 놀라 박 회장을 매서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박 회장
아까 말 했지않는가. 권 팀장을 뒷조사했다고.



권우현
…제게 원하는 게 뭡니까?. 뒷조사를 하고, 이런 얘기를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박 회장
여자친구가 있지. 김… 여주였나. 내가 그 친구를 좀 알아.

여주란 말에 내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져, 더이상 여기에 말을 들어줄 필요는 없겠다. 라는 생각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권우현
박 회장님과, 더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대로 돌아서 가려는 순간. 박 회장의 짧지만 강력한 말 한 마디에, 그 자리에 멈춰섰다.

박 회장
내 아들놈과, 김여주가 만나는 것 같더군.


권우현
…뭐라고요?.

박 회장
난 알고있어. 그대가 NC그룹 막내딸과 결혼하는게, 사랑때문이 아니라는 거.

주먹이 자동적으로 꽉- 쥐어졌다. 대체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알고있는 건지.


박 회장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지. 그래서 결혼하는 거 아닌가. 그 집 막내딸이 널 마음에 들어해서.


권우현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박 회장
니가 진짜 사랑하는 건 김여주잖아.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어머니 병원비는 물론이고_ 자네와 김여주, 둘 사이에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겠네.


권우현
……

박 회장
물론, NC 그룹에도 입 닫아주고.

너무나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였다. 하지만, 박 회장이 내게 요구하려는게 뭔지 모르는 상황이였으니까. 선뜻, 승낙하기도 어려웠고.


박 회장
겁 먹지 말게.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니까.


권우현
…말 한 마디?.

박 회장
옛 일에 대해서ㅎ.

박 회장은 세상 인자한 얼굴로 지긋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소름이 돕게 무섭던지.



권우현
……제가 뭐라 말 하면 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