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46화 | 절규와 분노, 그리고 기억

오전 10시. 아침 일찍서 부터 회사 근처 카페에 나선 여주. 문이 열리자마자 우현이 벌떡-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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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왔어?.

겨우 며칠 안 본거 같은데. 우현의 얼굴에는 덥수룩하게 수염이 자라있었다. 무슨 말을 하나 들어는 보자, 하는 심정으로 온 거 였는데. 꼴을 보니, 대화나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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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간단하게 말해. 문자 무슨 뜻인지.

사실 문자 메세지에 의미를 두고 온 것은 아니였다. 다만, 그 주인공이 박 회장. 지민의 아버지였기에 나온 것이지.

이번에도, 둘 사이를 갈라놓을 요량으로 한 거라면 다시는 만날 일 없을거다. 라고 마음먹고 온 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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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일단 우선 미안하다고 사과 먼저할게. 윤정이가 찾아간 것 때문에 회사에 이상한 소문 퍼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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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내가 그런거 아니라고, 말을 해두긴 했지만. 소문이 워낙 자극적이라, 뒷말은 나올거야.

테이블 위로 가지런히 놓여진 우현의 손은, 이상하게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매만지거나, 꼼지락거리는게. 망설이는 느낌이라해야하나.

사과를 뒤로 1분간 지속되는 정적에 여주는 한숨을 쉬고서, 핸드백을 어깨에 매고 의자를 뒤로 뺐다. ‘할 말 없으면 갈게.’ 길게 시간 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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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자, 잠시만!!…

손목을 잡아오는 손길에 풀썩- 하고 의자에 앉게 된 여주는,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말 할거면 빨리해. 오래있을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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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나는 여주 네 사고에 대해, 박 회장에게 들었어. 박 회장은 네가, 자기 아들과 만나는 걸 원치 않아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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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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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그때는 눈 앞의 말에 멀어서 말 못 했는데. 여주야, 박지민은 아니야…

헛웃음을 참지 않고 내뱉었다. 결국, 똑같은 맥락이잖아. 박지민은 아니다, 그는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이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우현이 소리쳤다. ‘끝까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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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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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더 들을 이유 있나?, 결국 다 똑같은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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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내가 왜 박지민은 아니라고 하는지, 이유 안 들었잖아.

꼭,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어차피, 예상가는 말 따위. 다시 한 번, 우현은 여주의 손목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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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다시 만나달라는거 아니야. 제발, 박지민 그 사람만 만나지 말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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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니까, 왜. 오빠가 뭔데, 만나라 만나지 말라야. 너무 선 넘는다고 생각 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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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살인자 아들을 만날거야?. 네 부모를 죽인?.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휙- 하고 돌려 우현을 내려보았다.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 우현은 지금 진지하게 말 하고 있었다. 거짓말 하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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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내가 똑똑히 들었어. 박 회장이 하는 말. ‘제가 죽인 놈들의 딸을 만나게 할 수 없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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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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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아마 박 회장은 모를거야. 내가 그 집에서 나오다가, 혼잣말 하는걸 들은거니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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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야.

욱신 ㅡ

순식간이였다.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온 것은. 머리를 감싸지고 주저앉자. 우현의 당황스러운 음성이 카페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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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여주, 김여주!… 왜 이래!!…

머리가 과부하되서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였다. 용량은 가득 찼는데, 새로운 기억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

그대로 블랙아웃 되버렸다.

어떻게 된건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원이 꺼진것 마냥.

“……야, 얘 왜이러는데. 진짜 병원가봐야 하는거아냐?.”

“…다녀왔어. 그런데 아무 이상도 없다더라. MRI 까지 찍었는데.”

“그런 애가 왜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ㄹ, 어?. 김여주 정신 들어?…”

여기가 어디지. 미세하게 뜨인 눈 사이로 밝은 빛이 스며들어왔다.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 시야 사이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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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야, 내가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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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유정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상체를 일으키려하자, 단단한 손이 팔을 붙잡아 주는 것이 느껴졌다. …전정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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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미치겠네. 눈에 안 띄려고 하니까, 연락오고 난리야.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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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전정국.

눈 사이로 끝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여주의 모습에 유정과 정국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것은 처음 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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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흡… 나 진짜 어떡해.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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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야, 김여주.

따뜻하고 넓은 가슴팍이 안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정국은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는것을 택 했다. 20년 만이였다. 여주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 것이. 볼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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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울어. 울어도 되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하지마.

다시는 보기 싫다. 네가 피 떡이되어서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유정은 두 걸음 떨어져 두 사람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였는데… 설마, 하고 정국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정국, 김여주 여자로 생각하고 있던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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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나 이제 어떡해… 미쳐버릴것 같아!…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는 여주의 손을 붙잡으며, 정국은 더 꽉- 끌어안았다. 두려웠다. 진짜, 이대로 잃어버릴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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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다…… 다 기억났어. 엣날 일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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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내가 공항으로 달려가던 순간이랑, 교통사고가 나던 그 순간까지…!

뚜렷하게 기억이 났다. 차와 차가 부딪히던 순간. 우리들을 향해 섬뜩하게 웃어보이던 박 회장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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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야, 숨 쉬어. 이러다 진짜 죽는다고!!…

기어코, 정국이 마저 울음이 터졌다. 제발 숨 쉬어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20년 전. 피 떡이 되어 돌아온 여주에게 살아달라고 애원하는 정국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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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 하아…

그것도 모르고, 행복하겠다고 지민을 만났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아들인지도 모르고. 눈을 질끈하고 감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억 못 했더라면…

차라리,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 낫지 않았을까. 비록, 부모를 져버린 딸이 되더라도 말이다.

울다 지쳐 잠이 든 여주를 뒤로한 채, 방에서 나온 두 사람. 띵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에 문을 여니, 땀으로 흠뻑 젖은 지민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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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여주는?. 쓰러졌다며. 지금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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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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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주 어디있어?, 여주ㅇ,

방으로 무작정 밀고 들어가려는 모습에 정국은 손목을 붙잡았다. 왜 붙잡냐는 얼굴이였지만, 뿌리치려는 지민에 정국은 더욱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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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금 뭐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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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애가 왜, 실신할 정도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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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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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권우현. 그 새끼가 여주를 만났어.

“알아와. 그 새끼가 여주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전에 여주 못 만나.”

“만약 여주가 저렇게 된 것에, 형도 꼈다면…”

“그때는 각오하는게 좋아.”

“그때는 권우현이고 나발이고, 박지민 너도 끝이니까.”

++ 오랜만이죠. 늦게 와서 죄송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