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에피소드 : 01


숨이 막혀올 정도로 꽉 막힌, 말동무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을 정도로 외로운, 멀쩡한데도 미쳐버릴 것 같은 이 곳은 '정신병원'.

내 기준으로선 장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물론 내가 정신병자였다면 내게 안 좋은 영향만 미치진 않았을테다. 하지만 내가 아무 이상도 없는, 아주 멀쩡한 사람이니 안 좋은 영향만 미칠 뿐이다.

처음엔 별 거 아닌 증상으로 부모님께서 이 정신병원의 상담사와 상담을 하셨었다. 분명히 그 상담사는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하셨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만난 의사는, 내게 문제가 있다며 날 입원시켰었다. 의사가 부모님께 무슨 얘길 했는진 아직도 모른다. 당연하다, 부모님은 내가 입원해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레 돌아가셨으니.

지금은 정신병원에 입원한지 4년 정도가 되었다. 내 담당 의사겸 간호사는 4년동안 한 번도 바뀌질 않았다. 4년이나 많이 붙어있었으니 친하지 않겠냐겠지만, 난 그를 매우 증오한다.

내 담당 의사겸 간호사가, 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한 사람이기에.


강 다니엘
"들어갈게요."

평소처럼 그의 말을 무시했다. 어차피 나의 의견은 중요치 않기에, 내가 답을 해도 안 해도 어떤 일에서건 자신의 마음대로이니.

그래서 그와 말을 잘 안 섞게 된지도 1년이 넘었다. 그래서 그는 나의 목소리듣길 좋아하며, 듣고 싶어한다. 그러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지만서도.


강 다니엘
"오늘 기분은 어때요?"

이번에도 역시 그의 말을 무시하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그러자 멋쩍게 웃더니, 다시 입을 연다.


강 다니엘
"오늘 산책갈래요?"

대답을 안 할 수가 없는 질문이었다. 4년동안 제대로 나가지도 못 하고, 가끔씩 저의 감시인 듯한 도움을 받으며 이 앞까지 나가기만 했었기에, 내게 산책은 애타게 기다려지는 것 중 하나였다.


옹 성우
"네."

혹시나 나의 차가운 대답에 마음을 돌려, 안 간다고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이내 들려오는 답에 안심했다.


강 다니엘
"그럼 지금 나가요, 갑시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정신병원에 입원한지라, 나와봤자 이렇게 좁고 더럽고 어두운 골목까지가 끝이다. 하지만 숨통이 트이는 기분에, 정신병원을 나오기만 한다면 어디든 좋다.


강 다니엘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피식피식 웃는 것 같네. 자주 데리고 나와야겠다."

이제 무시하는게 익숙해진 나처럼, 저도 무시당하는게 익숙해진 듯 나의 무시에도 꿋꿋이 웃으며 얘기한다.


강 다니엘
"형,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요?"


옹 성우
"있다고 해도 안 데려다 줄 거잖아요."

그나마 길게 말한 나의 한 마디에, 고민하는 듯하더니 금방 "오늘만 특별히 데려다 줄게요."라며 싱긋 웃어보인다.


옹 성우
"..바다."


강 다니엘
"후흐, 그래요. 원래 안 되는 건데, 형이니까 특별히 데리고 가주는 거에요. 알죠?"

고개를 끄덕이니, "그럼 갑시다, 차타요."라며 나를 차에 태워주는 그다.


바닷가에 온게 얼마만일까. 입원하기 전에도 자주 오던 곳은 아니였지만, 어릴 땐 좋아하던 곳이었다. 여름이면 한 번씩은 왔던 것 같은데, 5년 정도를 오지 않았으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쪼그리고 앉아, 바닷물을 만졌다. 전엔 바다에 들어가 몇 시간씩을 놀아도 더 놀고 싶었던 나였는데, 이젠 어린 나이가 된다더라도 이런 정신 상태로 놀 수가 없는 정도다.

그것도 정신병원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지금도 멀쩡하지만 정신병원에 있으면서 정신 상태가 이상해질 정도였다는 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