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Episode : 02


쭈그리고 앉아있는 내게 다가온 이가, 나를 따라하듯 바닷물을 살살 만져보더니 이내 입을 연다.


강 다니엘
"좋아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자 내 어깨를 잡고 자신을 바라보도록 몸을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얘기한다.


강 다니엘
"제대로 대답 안 하면 앞으로 안 데리고 올 거야."


옹 성우
"..네, 좋아요."

그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저다.


강 다니엘
"앞으로도 이렇게 대답 잘 해줘요. 맨날 나 혼자 말하잖아."


옹 성우
"네."


강 다니엘
"나보다 형인데 언제 반말할 거에요? 4년동안 이래와서 익숙해지긴 했는데, 반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옹 성우
"존댓말이 편해서요."

애초에 친한 사이였다면 반말을 넘어 장난도 쳤겠지만, 그런 사이도 아니며 그런 사이가 될 생각도 전혀 없기에 이렇게 선을 긋는게 좋다.


강 다니엘
"그래요, 존댓말이던 반말이던 상관은 없으니까요."

웃어 보이고는, 다시 바다에 시선을 두는 저다. 나도 금방 바다를 응시하다가 갑작스레 든 생각에 물었다.


옹 성우
"나 왜 데려다 준 겁니까? 원래 이렇게 데리고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강 다니엘
"왜요, 싫어요?"


옹 성우
"싫고 좋고를 떠나서 원래 데리고 오면 안 되는 건데 데려와 줬으니까 궁금해서요."


강 다니엘
"평소에 웃지도, 잘 말하지도 않는 사람이 밖에 나오면 좋아하니까 데리고 나온 거에요."


옹 성우
"난 정신병자라 이런 곳에 나오면 뭘 할지 모르잖습니까."


강 다니엘
"형이 정신병자 아니라면서요. 왜, 이제 형 자신이 환자인 것 같아요?"


옹 성우
"간호사가 정신병자랍시고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으니, 정신병자가 맞겠죠."



강 다니엘
"..제 생각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네요."


옹 성우
"글쎄요. 찔리는게 있으셔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일 수도, 정말 내가 간호사님 생각을 꿰뚫는 거일 수도 있죠."


옹 성우
"아님 둘 다 맞을 수도 있고요."

내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 건지, 날 노려보듯 응시하는 저다. 그런 저를 태평하게 보니, 벌떡 일어나며 화난 듯 말한다.


강 다니엘
"이제 가요, 너무 오래있던 것 같네요."


옹 성우
"네, 가죠."

저의 분한 듯한 표정에,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주먹을 꽉 쥐다가도, 한숨을 쉬며 뒤로 돌아 주차장쪽으로 향하는 저다.


답답하고 숨막히는 정신병원에 다시 도착해, 너무나 익숙한 나의 병실에 들어왔다. 나를 데려다 준 저에게 고맙다며 이제 가봐도 된다는 말을 하자, 오늘도 평소처럼 같이 있겠다고 한다.


옹 성우
"불편한데요."


강 다니엘
"간호사로서 같이 있는 거에요."

웬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환자가 불편하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간호사가 환자의 병실에서 마음대로 있겠다니. 분명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져 더 저러는 것일테다.


옹 성우
"뭐, 마음대로 하세요."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척하며 병실 침대에 누워, 벽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는 척을 해도 잘 나가지 않는 저인 걸 알지만, 그나마 보질 않고 있으면 덜 역겹기에.



자는 척을 하다가 잠에 들어, 나도 모르게 푹 잔 것 같다. 눈이 떠져 일어났더니 비몽사몽해, 눈을 세게 감고 다시 떠 보였다. 그러고 정신을 차리니, 나의 손을 잡고 얼굴만 침대에 걸쳐 잠든 저가 그제야 보였다.

병실 침대에 걸쳐 잠들던 말던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게 어이가 없어,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자 잠꼬대를 하듯 말하는 이.


강 다니엘
"가지 마, 안 돼.."

강아지같은 얼굴로 애타게 가지 말라며 잠꼬대하는 저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만 않았다면, 이리 싫어할 일도 없었을테다. 하지만 이미 날 지옥같은 이 곳에 가두듯 입원시킨 저는, 내 평생의 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