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랑 몸이 바뀌었어요
끝!


*수빈 시점


수빈
"누나.. 안 돼. 알았지?"

누나가 말 없이 나를 안아줬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다. 누나는 헤어짐을 선택 했다는걸

날 위해서, 멤버들을 위해서 누나가 떠났다.

그런데 누나 .. 나는? 나는 이제 어떡해

아무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누나랑 방해받지 않고 영원하게 해주세요. 나 좀 행복하게 해달라고..


-
"넌 또 뭐냐.."


수빈
"꿈?..꿈인가?"


-
"하아- 방금 여주는 너랑 만나기 전으로 되돌려 달라고 빌었어. 알아?"


수빈
"그럼 제 기억은 남겨주세요"


-
"? 용캐 막지는 않고 기억을 남겨달라고?"


수빈
"누나만 알아 볼 수 있게 해주세요..부탁..입니다"


-
"그깟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내가 여주를 극히 아껴서 들어주는 거다. 다음부턴 이딴 소원 빌지 말라고"

꿈이 너무 생생해 머리가 띵 했다. 뭔데 이렇게 생생해.. 아오 머리야.. 지금이 몇 시,

..? 뭔데 한 달 전이야?

벌컥-


휴닝카이
"형 일어나요!! 스케줄 가야죠"


수빈
"어어..잠시만"


수빈
"아, 휴닝아 혹시 어제 누나한테 연락 온 거 없었어?"


휴닝카이
"누나?...제 친누나요?"


수빈
"아니 여주 누나"


휴닝카이
"그게 누구에용?.."

휴닝이의 반응에 당황 했지만 어느정도 예상은 했기 때문에 많이 놀라진 않았다.

그저 내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했을 뿐이다.

팬미팅에 누나가 왔다. 한 번에 알아봤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빠르게 마음을 진정 시키고 팬미팅에 집중했다. 그런데..


태현
"여기 앞에 계시는 분! 올라와 주세요"

아.. 망했다.

표정관리 해야지 표정관리. 지금 카메라도 많고 보고 있는 눈도 많잖아

계속해서 진행되는 팬미팅에도 마음 편히 웃을수가 없었다. 지금 눈 앞에 누나가 있는데 어떻ㄱ..


연준
"저 궁금한게 있는데 최애가 누구에요?"


여주
"연준 씨요"

참 나.. 언제는 내가 최애라면서. 순간 입술이 삐죽 나올 뻔 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수빈
"와- 최애가 연준 씨래요! 역시 역시 연준이 형"

역시 역시는 개뿔..

그 날 숙소에 돌아가 멤버들끼리 진솔한 대화도 나누며 술 한 잔을 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 괜히 힘드네

누나 생각을 하니 술이 잘 들어갔다. 어느 순간 연준이 형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뻗어버렸고 그나마 나와 같은 속도로 마시던 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 무슨 일 있냐며 걱정해줬다.


수빈
"..."

형. 형이 까먹으면 안되죠

여주 누나가 형을 얼마나 의지 했었는데..

..나 뭐 하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별에 별 생각이 다 드네


수빈
"뭐가 무기력해요 형- 그냥 컴백 준비 때문에 힘든거죠"

헤어지면 다들 이 정도로 힘든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빈
"..하아 알게 뭐야 내가 이렇게 힘든데..."

오늘따라 밤이 길었다.

*1년 후


여주
"저 안 해요"

선배
"여주야 제발 나 한번만 도와주라 응? 나 진짜 죽어-"


여주
"싫어요!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선배
"아니이- 피디가 너 데려오라고 시켰다니까? 한낱 막내인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거절 하겠어 ㅠㅠㅠ"

아놔 이 오빠를 진짜.. 평소와 다를 게 없는 강의실 안. 이 선배 때문에 시끄러웠다.

학생 겸 촬영 감독 밑에서 인턴으로 일 하고 있는 선배가 갑자기 나보고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을 하란다.

촬영 예정이였던 여배우의 갑작스러운 촬영 펑크 소식에 비상이 걸린 기획사는 급한 나머지 주변 인맥을 탐색 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인스타를 켜 인맥을 뒤적 거리던 선배가

마침 내 사진을 보고 있었단다. 그걸 기획사 관계자가 보셨고

무조건 나를 데려오라며 추진 하셨다고 한다. 아니 말이 안되잖아 세상에 예쁜 여자 널리고 널렸는데

선배
"어차피 촬영 씬 별로 없어서 많이 힘들진 않을거거든?..응? 한번만 도와주라"


예은
"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괜히 귀찮은 일 억지로 하지마"

선배
"야아! 너 왜 그러냐 신예은 ㅠㅠ"


여주
"아 할게요 할게요. 페이는 얼마야 그게 제일 중요해"

선배
"진짜?!?! 페이는 걱정 안해도 돼!! 우와 나 그럼 감독님한테 연락 드린다?!"

그렇게 선배는 쏜살같이 강의실 밖을 뛰쳐 나갔다. 아니 뭐 저렇게 빠르대.. 그런 생각을 할 쯤 핸드폰을 뒤적거리며 투바투를 검색하고 있는 예은이가 별 반응 없이 말 했다.


예은
"너 괜찮겠어? 얼굴도 공개 될텐데"


여주
"몰라 나 일반인이니까 많이 안 찍지 않을까?"


예은
"야 그러고 보니까 별다른 정보도 말 안해줬네 저 선배!.."


여주
"...뭐.. 별 일 없겠지. 큰 일이라도 나겠어?"

좆됐다.


수빈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잘 부탁 드립니다!"


여주
"..."


송강
"오... 역시 아이돌은 뭔가 다르네"


송강
"쟤네 너랑 신예은이 좋아하는 애들 아니냐?"

아니 선배.. 상대 아이돌이 애들이라고는 말 안 해주셨잖아요 시발.. 제일 중요한 걸 말 안 해주면 어떡해!

아무래도 내가 일반인이라 유출 방지를 위해 상대 가수들이 누구인지 무슨 노래인지도 안 들려줬다

그저 뮤비 콘티만 띡 보내주며 이렇게 촬영할거니 연습해 와라며 촬영 컨셉만 알려줬다.

요즘 알바 때문에 바쁜 예은이 대신 1일 매니저로 강이를 데려와서 긴장 안될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손발이 달달달 떨려서 뒤질 것 같았다.

아니 물론 1년이나 지났지만!.. 그래도 그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서 보지는 못 했는데


송강
"안녕하세요! 우리 여주 잘 부탁 드립니다!"


여주
"야 미친놈아 관심 끌지마"


송강
"어? 왜 여기 촬영장에서는 인사가 중요하다 그랬어"


송강
"야 내가 매니저야 너 신경 쓰지마"

..가뜩이나 키 큰 애를 데려와서 눈에 안 띌리가 없긴 한데

그래 여주야! 집중해서 촬영 하자 어차피 애들은 나 모르는데 뭐

1년이나 지났고 이제는 괜찮잖아? 맞아 나 괜찮아

야외 촬영이라 그런지 날씨도 너무 좋고 살랑 거리는 바람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촬영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대서 회사에서 준비해준 의상을 갈아입고 강이랑 사진 찍으며 장난 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범규
"안녕하세요! 그 촬영 펑크 낸 여배우 대신 오신걸로 아는데.. 진짜 너무 감사해요 여주 씨"


여주
"어어.. 아니에요! 저는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여주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범규
"제가 졸라서 감독님한테 여쭤봤어요! 혹시 몇 살이세요?"


여주
"아 저는 스물 세 살 입니ㄷ...."


범규
"엇!.."


범규
"와이쩨-!!!!!! 형아 이리와봐여!"


범규
"여주 누나가 형이랑 동갑이래!"


여주
"아니 아니 저기 범규야, 아니 범,범규 씨"

관심 끌지 말라고 이것들아!...


연준
"엉? 나랑 동갑이라고? 진짜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완전 어려보여요"


여주
"아하하 감사합니다.."


연준
"옆에는 남자친구에요?"


여주
"얘요? 아 얘는 그냥"


송강
"네! 남자친구이자 1일 매니저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여주
"득츠 즈블..." (닥쳐 제발)

강이의 옆구리를 쿡 찌르니 새삼스럽게 무슨 반응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긴 나 번호 따일때마다 남친 행세 해줬으니.. 습관처럼 그런 건 알겠는데

그래도 상대는 투바투잖아 이 새끼야

남들이 보면 하하호호! 거리며 뮤비 주인공들이 화기애애한듯 보이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어요 존나. 애들이 나 알아보면 어쩌냐고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우리가 궁금했는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수빈이는..

수빈이는...

..여전히 예쁘네


수빈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잘 부탁드려요"


여주
"네.. 열심히 할게요"

다른 생각 못 하게 열심히만 해야지

그렇게 촬영이 시작되었다. 야속하게도 수빈이랑 단 둘이 하는 촬영이였다.

하필 촬영 내용도 손 잡고 걸어가는 거

감독님
"먼저 가까이서 찍을 거니까 둘이 최대한 설레는 장면 연출 해줘요"

네! 대답은 크게 했지만 막상 손을 잡으려니 어색해서 미칠 것 같았다.

아 떨려 설레고 긴장되고 어색하고 아주 쓰리콤보로 난리났다.

그래도 촬영이니까 집중 해야지. 최대한 웃어보이며 수빈이와 마주 보고 걸으니 수빈이도 그에 맞춰 예쁘게 웃어줬다.

근데.. 나보다 더 떠는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인가

감독님
"좋아! 한 번에 오케이 갈게요. 이번엔 멀리서 찍을거니까 둘이 손 잡고 계속 걸으면 돼요. 마이크 안 찼으니까 둘이 얘기해도 되고"

감독님
"오케이 싸인은 저 폭죽 소리로 낼테니까 소리 들리면 멈춰도 돼요"

여기 감독님은 설명 되게 쉽게 해주시네.. 내가 일반인이라 맞춰주시는 건가?

그렇게 스탭들을 등지며 손을 잡고 걸었다. 어차피 뒷 모습만 보일테니 안 웃어도 되겠지.

그 때 수빈이와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여주
"...저기 수빈 씨 손을 너무 세게 잡,"


수빈
"누나 오랜만이야"


여주
"!!!..."


수빈
"우리 몸 바뀌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수빈
"항상 특이하게 만나는 것 같아 그치"


여주
"..수빈아 너 어떻게"


수빈
"너무 놀랜 티 내지마 촬영 중이잖아"


수빈
"누나도.. 나 보고 싶었어?"


여주
"..."


수빈
"그래서 이렇게 온 거지? ...그렇다고 해주라"


여주
"수빈아..나는.. 나는"


여주
"하아-..미안해 수빈아. 나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했을거야"


여주
"그래도 나만 벌 받을 줄 알았어. 나만 그 좋았던 추억들 혼자 간직하고 기억 못 하는 너네들 보면서 평생 아파 할 줄 알았는데"


여주
"..그런데 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면.. 말이 달라지는데"


수빈
"내 기억 지우지 말라고 나도 소원 빌었어"


수빈
"한 번은 까먹어도 두 번이나 까먹으면 억울 하잖아"

수빈이가 살풋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왜.. 아직도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설레게

난 미안해 죽겠는데.. 너랑 똑같이 쳐다 볼 자신이 없는데


수빈
"나 솔직히 초반에는 되게 힘들고 누나 미워도 하고 그랬는데"


수빈
"지금 생각해 보니까 누나가 현명했어. 나는 내 본분도 잊고 조심도 안 하고. 누나 걱정만 시켰었잖아"


수빈
"그래서 다시 보면.. 처음이여도 좋으니까. 아주 천천히 다가가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보네 누나를"

담담히 말 하지만 꽤나 진심인 듯 했다. 수빈아 나는-,

펑-!

대답을 하려던 찰나 뒤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촬영이 마무리 됐다는 뜻이다. 수빈이와 한 번 마주본 뒤 손을 어색하게 놓고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송강
"너 되게 예쁘다 오늘?"


여주
"헙,"


송강
"계속 모니터링 하는데 진짜 잘 나와"


수빈
"...전 다음 촬영 준비하러 가볼게요"


송강
"?..네"


송강
"봤어? 네 최애가 나한테 말 거는거"


여주
"응..봤어.. 너 나한테 쳐맞고 있을 미래를 봤어.."


송강
"아 왜! 아니 이쁘다고 칭찬을 해줘도 지랄이야!"

덜컥 겁이 났다. 나 아직 대답도 못 했는데 수빈이가 오해 먼저 할까봐.

어느새 해가 저물어 살짝 어두워진 배경에서 멤버들과 내가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을 끝으로 모든 촬영이 끝이 났다.

야외 촬영이기 때문에 빠듯하게 촬영했던지라 멤버들이랑 대화도 잘 못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스탭들이 바글바글한 투바투 대기실과 조촐하지만 나름 우리를 많이 챙겨줘 간식들과 담요. 꽃과 케이크가 가득한 내 대기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송강
"으.. 진짜 피곤하다. 야 여기 화장실이 어디지? 나 다녀올게"


여주
"응 나 여기서 기다릴게"

강이가 하품을 하며 대기실을 나가자 정말 조용했다. 나도 피곤하네 연예인들은 역시 대단해..

그렇게 생각 할 쯔음 갑자기 대기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응? 뭐야 화장실을 벌써 다녀왔나?


수빈
"..."


수빈
"누나 오늘 고생 많았어 피곤 했을텐데"


여주
"어.. 너도 고생 했어! 이번 노래 좋더라"


수빈
"고마워 얼른 피곤할텐데 집에 가서 푹 쉬어"

수빈이가 그 말을 끝으로 대기실 문을 닫으려 할 때

난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수빈이를 불렀다.


여주
"야-!"


여주
"..너 내 대답은 안 들을거야?"


수빈
"어?"


여주
"나도 수빈아.. 솔직히 후회 안 했다면 거짓말이야.아파도 하고 한동안 술 없으면 잠도 자지 못 할 정도로 힘들었어"


여주
"그래도 나름 잘 버텼다고 생각 하는데..너가 내 이름 부르자마자 설레서 미치겠-읍!"

아, 이게 얼마만인지. 못 참겠다는 듯이 내 볼을 감싸고 부드럽게 입 맞추는 수빈이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리웠어 너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좋아서다. 벅차올라서 자꾸 울컥 울컥 했다. 숨이 차지만 떨어지기 싫어 찰싹 붙어 있는 우리 둘의 모양새가 웃기기도 했다.

벌컥-


송강
"..."


송강
"아이쿠야"

쾅!

급하게 입을 뗀 우리가 깜짝 놀라 대기실의 문을 바라봤다.


여주
"..방금 뭐 들어오지 않았어?"


수빈
"음.."


수빈
"모르겠고 나 누나 번호 좀"

쪽-, 조금은 적나라한 짧은 입맞춤을 하며 내 귓가에 속삭이는 수빈이였다.

-끝

여러분 이게 완결이라니 저 칀챠 믿기지가 않아요... 이번 편 좀 길었죠? 나름 아끼던 작품이라 어영부영 끝내고 싶진 않았어요

다른 멤버들의 기억이 돌아오는 걸 보고 싶다구요~? 저두요~! ( ͡° ͜ʖ ͡°) 그래서 외전으로 돌아올거랍니다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