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마님
6화. 소원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적에 엄마가 죽었다.

죽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혼자서 장례식장을 지켰다.

의미 없는 인사를 하고, 의미 없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위로를 들었다.


김여주
'왜 죽었어?'

그날부터 여주는 집 안의 혼자이 되었다.

중학교에 올라가 어떻게든 돈을 벌었고,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사람의 기부금으로 나는 꽤나 넉넉하게 살 수 있었다.

지금도 물론이고 과거의 여주는 생계유지를 위해 위태롭게 매달렸었다.

엄마의 유서엔 나를 위한 돈이 통장에 있다고 알려줬지만 여주는 그 통장을 아직까지도 보지 않았다.

집 안 깊숙한 곳에 고이 모셔뒀다.


작까~^^
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문을 열고 나가자 정국이 벤치에 누워 잠들었다.

그냥 모른체하고 지나가고 싶었지만 추운 곳에서 잠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에 정국을 흔들어 깨웠다.


전정국
나 너무 추워.


김여주
악마도 추워요?


전정국
당연하지, 악마도 고통 다 느껴

춥다는 정국의 말에 여주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열을 내고 있던 핫팩을 꺼내 정국의 손에 쥐어주었다.

손에서부터 퍼져오는 따뜻함에 정국은 몸이 녹는 듯 살짝 떨었다.


김여주
따뜻해서 행복하죠?

살짝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주를 쳐다보던 정국은 핫팩을 살며시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고작, 이런 팩 하나에 행복감을 느끼는 여주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차가운 밤거리를 걸으며 정국이 떨리는 여주의 어깨를 보며 춥냐고 물었다.


김여주
조금 춥네요.

춥다는 여주의 말에 정국은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여주의 어깨에 걸쳤다.

큰 점퍼가 자신의 몸을 감싸자 여주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김여주
그러면 그 쪽이 춥잖아요.


전정국
난 괜찮아. 아까 네가 준 핫팩 덕분에


김여주
고마워요.


전정국
야, 근데 그 쪽이 뭐냐 그 쪽이, 호칭이 왜 그래?


김여주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소원을 들어주니까 지니?

여주의 말에 정국은 어이없다는 듯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소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온 여주에게 소원이 생겼을까 하고 정국이 호들갑을 떨며 여주에게 물었다.


전정국
소원 생겼어?


김여주
아니요.

왠지 모르게 지금 부는 바람이 아까 전보다 더욱 차가워진 느낌이었다.

다시 침묵을 가지며 길을 걷다가 전봇대 주변에서 길고양이가 울며 둘의 곁으로 다가왔다.

길고양이 오른쪽 뒷 다리에는 상처가 있었다.

여주는 빤히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섰다.


김여주
소원이 생겼어요.

여주의 말에 정국이 팔짱을 풀고 크게 외쳤다.


전정국
정말? 정말정말? 뭔데?


김여주
저 고양이 좀 치료해주세요.


전정국
미안한데... 너와 관련되지 않은 소원은 들어줄 수 없어..


김여주
아니 그러면서 무슨 악마예요?


전정국
난 지니가 아니라 악마여서 그런 걸..?


김여주
아차!!

여주가 웃어 보였다.

여주의 허벅지에 머리를 비비적대는 고양이를 가운데에 두고 여주와 정국이 어색하게 서로를 보며 서있었다.

소원, 누구에게나 있을 만도 한데 생각해보면 생각나지 않는 그 애매한 것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