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남

집착남 : 06

여자가 아깝다는 말을 듣고도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한 채, 피식 웃으며 입을 떼는 박우진씨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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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러게요. 우리 여주가 제꺼라니, 아깝긴 아깝죠? 그래도 제꺼니까 됐죠, 뭐."

비웃듯 말하는 박우진씨의 말에 같은 식의 말투로 대답하는 배진영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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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진영

"그러게요, 이 여자가 그쪽꺼라니 많이 아깝네요."

옹성우씨는 배진영씨에게 그만하라고 소곤거렸고, 나는 박우진씨의 손을 잡으며 그만하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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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진영

"..저 자식이 찔려서 발끈한 건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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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

박우진씨의 손을 붙잡고 괜히 발끈하지 말라고 조용히 말하니, 화를 꾹꾹 참는 우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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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진영

"아, 왜 어울리지 않게 둘이 사귀나 했더니 돈으로 꼬득였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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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야, 뭐라고 했냐? 다시 지껄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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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진영

"..아, 시발. 지금 얼굴 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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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방금 한 말이나 지껄여 보라고!"

다행히 한 병실에 두 사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없었고, 박우진씨의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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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돈으로 꼬득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시발,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이 새끼가.."

박우진씨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이렇게 다독이기만 했다간 자칫하다 큰 일이 일어날 듯해서 나섰다.

김 여주

"그만해요, 우진씨, 진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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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후우. 여주야, 미안해. 너무 흥분했네."

내 말에 배진영씨의 멱살을 놓더니 내게 사과하는 박우진씨에게, 나야말로 너무 미안했다. 나같은 것 때문에 배진영씨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김 여주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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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너 때문 아니니까 눕기나 해."

말리느라 엉거주춤 일어나있던 날 다시 눕히는 박우진씨다. 그러자 옹성우씨가 금방 박우진씨에게 대신 사과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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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남자분, 죄송합니다. 진영이가 좀 흥분해서 아무 말이나 해버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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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됐습니다, 그 쪽 잘못도 아닌데요."

다시 차분해진 박우진씨다. 박우진씨가, 나깟 것 때문에 이런 말을 듣는게 화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뭐라고 박우진씨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할까.

김 여주

"..우진오빠, 사랑해."

박우진씨에게 평생 해줘도 모자랄 말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젠 사랑한다고 매일 표현할련다. 조금 부끄럽고 오글거리는 것 같긴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반말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우물쭈물대며 변명하던 도중, 이내 들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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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내도 사랑한다. 니가 내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니 훨씬 사랑하는거 모르제? 진짜 너무 사랑하는데, 니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이젠 좀 알아주지 그래-"

나를 사랑한다는 그도, 사투리가 튀어나온 그의 말도, 잠시도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내 눈만을 바라보는 그의 눈도,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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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니 우나?"

김 여주

"아..?"

박우진씨의 말에 핸드폰으로 잠시 비추어 본 내 얼굴을 보니,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이 보였다.

김 여주

"..감동받아서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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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이런 것보다 더한 말도 많이 할텐데, 벌써 감동받아 울면 어쩌나. 니 울면 내가 그런 말해줄 수 있겠나."

내 눈물을 직접 닦아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또 한 번 말하는 박우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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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니, 오빠라카는 거 귀여우니까 쭉 그래라. 앞으론 나도 서울말하려고 노력 안 하고 니한텐 사투리쓸 거다. 괜찮제?"

김 여주

"좋아-"

김 여주

"헤헤, 드디어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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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리도 좋나?"

김 여주

"응, 좋아! 이제 오빠랑 데이트도 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닐 거야!"

병원에서 서로의 사랑을 더 느꼈어서인지 이젠 반말도 하고, 다시 또 오빠라고 부르며 한 층 가까워진 느낌의 우리다. 물론 우리의 사랑도 한 층 더 짙어진 것 같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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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근데 있잖아."

김 여주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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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우리 공개연애할래?"

김 여주

"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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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왜 그라는데-"

김 여주

"우진오빠 이미지 깎이게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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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어차피 우리 회사 좀 있으면 꽤 먼데로 간다. 한 5개월 후인가, 그 쯤에. 난 그거 안 갈 긴데, 닌 갈 긴가?"

김 여주

"우진오빠랑 있고는 싶어도, 안 가면 난 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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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나랑 연애해야지, 뭘 해..-"

나의 물음에, 우물쭈물대며 말을 하는 우진오빠다.

김 여주

"푸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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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왜 웃는데!"

김 여주

"후흐,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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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크흠, 됐고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은 있나?"

김 여주

"오빠랑 동물원도 가고 싶고, 놀이공원도 가고 싶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싶고, 맛집도 가고 싶고, 수족관도 가고 싶어!"

줄줄 말하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던 우진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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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다 가면 되제. 오늘 다 가진 못 해도, 하루하루 다 가줄게. 오늘은 어디가고 싶나?"

김 여주

"으음, 동물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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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알았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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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어, 저기.. 누나."

김 여주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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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전화번호 좀 주시면 안 돼요?"

김 여주

"아.. 어음.."

어떻게 거절할지 고민하고 있자, 우진오빠가 나서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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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얘 내껀데 어쩌냐? 교복입고 있는 거 보니 학생인가 본데, 공부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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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저 지금 고3이거든요, 곧 성인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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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그래, 그래. 난 25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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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됐고, 누나 폰 줘봐요."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내 폰을 갖고 가서는 전화번호를 적는 남자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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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내 번호예요. 혹시라도 이 형이랑 헤어지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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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쪼그만게 지금 뭐라는 기가."

김 여주

"푸흐.. 알겠다, 알겠어."

애기보듯 귀여워서, 그냥 그러겠다고 해주었다. 우진오빠는 "알겠다고?"라며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빵 터져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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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제 이름은 이대휘에요! 다음에 연락할 때 대휘라고 불러줘요. 헤헤-"

이대휘는 어느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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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관린

"성공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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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휘

"응, 근데 저 옆에 있는 형이 남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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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관린

"하긴, 저 얼굴로 남친없는게 이상한 거려나."

속삭이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대휘와 그의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를 보더니, 이내 분노하는 우진오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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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저 쪼끄만게 지금 너한테 번호를 준 거가!? 뭐 저런게 다 있어!"

김 여주

"지금 쪼끄만 애한테 질투하는 거야? 오빠도 유치하네~."

나를 안아주며 말하는 우진오빠의 진심 가득한 말이 이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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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우진

"쟨 안 좋아하는 거 알겠는데, 앞으로도 나 말고 딴 남자 좋아하지 마, 나만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