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남

집착남 : 16

민현오빠를 더 꽉 안아줬다. 안아준다는 표현보단 안긴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말이다.

김 여주

"오빠,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로 했잖아. 다시 이렇게 지내면 된 거지."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이렇게 슬퍼할 건 넌데, 내가 위로받고 있자니 내가 너무 한심해. 근데 그 때 일이 자꾸 떠올라. 내가 아무리 술을 쳐먹어도 어떻게 너한테..-"

김 여주

"그만."

김 여주

"그만 얘기해, 이제 그런 얘긴 하지 말자고 했잖아. 좋은 얘기만 하고 싶어."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알았어, 가자. 내가 너무 시간 끌었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나를 품 속에서 놔주더니, 평소의 해맑은 표정으로 함께 걷는 민현오빠다. 잠시 그 일이 떠올라 너무 미안했었나 보다.

민현오빠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에 들어왔다. 아까는 민현오빠만 생각하느라 못 느꼈는데, 몸이 너무 피곤하다.

김 여주

"후으, 지각만 피하자. 지금이라도 빨리 자야지..-"

김 여주

"으흐, 늦게 잠들어서인지 아직도 피곤한 것 같다. 그래도 꽤 일찍 일어난 것 같은데-"

10:40 AM

김 여주

"..잠깐만, 출근 시간 10시인데.."

김 여주

"아오, 이 바보야!"

과거의 나 때문이라며 과거의 날 탓하고는, 이럴 시간도 없다며 빨리 준비하고 회사로 향했다.

김 여주

"..안녕하세요..-"

11:10 AM

현재 시각 11시 10분, 출근 시간을 1시간 10분이나 넘겼다. 그러자 날 쳐다보며 말하는 직원분들이다.

배 진영 image

배 진영

"뭐냐? 회사 안 나오려는 줄 알았네."

옹 성우 image

옹 성우

"아이고, 사장님은 시간 안 지키는 거 엄청 싫어하시는데.. 힘내요, 여주씨."

망했다, 시간 안 지키는 걸 싫어한다니. 하긴, 좋아할 사람이 있겠나. 그래도 나 때문이니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사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크를 하고 사장실에 들어와 사과부터 했다. 물론 눈을 꼭 감고 존댓말로 말이다.

김 여주

"죄송합니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어, 여주 왔어? 회사에선 존댓말쓰려나 보네."

김 여주

"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그래, 그럼 그렇게 하고.. 그래서 뭐가 죄송해?"

김 여주

"출근 시간을 1시간 10분이나 넘겨서요..-"

황 민현 image

황 민현

"후흐..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 괜찮아, 가봐."

김 여주

"..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가보라고, 괜찮으니까."

김 여주

"..네, 감사합니다!"

시간 안 지켰으니 아무래도 화낼 듯했는데, 너무 쿨하게 괜찮다며 나가보라는 민현오빠에 당황스럽지만 금방 감사하다며 사장실을 나갔다.

사장실에서 나오는 내게 모르는 사람이 궁금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묻는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뭐하십니까? 왜 사장실에서 나오는 겁니까-"

억양이, 아마 부산에서 온 사람인가 보다.

김 여주

"아.. 지각을 해서 사장님께 사과드리고 왔습니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잠깐 이리로 와보세요-"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을 어디로 데려가려나 싶었지만,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남자에 일단 따라가긴 해보았다.

따라와보니 웬 옥상이다. 왜 굳이 옥상으로 온 건지 궁금한 와중에, 손이 자꾸만 떨려왔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왜 떠는 건지..-"

김 여주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빨리 일하러 가야 하니까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내랑 사귈래요?"

초면에 갑자기 사귀자니, 많이 당황스러워 미간이 찌푸려졌다.

김 여주

"..뭐라고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내랑 사귀자고요. 첫 눈에 반했다고요, 너무 이쁘셔서-"

김 여주

"..아는 사이도 아니고 초면에 갑자기 사귀자니, 그냥 예쁘단 이유 하나로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네, 저는 이쁘면 다거든요."

역시 외모지상주의, 예쁘고 잘 생겼으면 다 되는 건가.

김 여주

"죄송하지만 저는 외모지상주의인 사람들 안 좋아합니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잠깐만-"

계단으로 향하려는 나를 자신의 품에 넣는 남자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를 냈다.

김 여주

"뭐하시는 거에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내랑 안 사귈 거냐고 물어봤다. 진심인데 외모지상주의가 싫네 뭐네하지 말고 답해."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안 그래도 니 입술 탐나는데 참는 거니까 자꾸 그러지 말라고."

김 여주

"..처음 보는 사람한테 못 하는 말이 없으시네요. 저는 그 쪽한테 관심없으니까 꺼지세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꺼져? 죽고 싶은 건가."

급 돌변한 남자가 쾅- 소리가 울리게 말로만 듣던 그 벽쿵을 하는 바람에 설레긴 무슨, 무섭기만 하다.

김 여주

"왜.. 왜 그러세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니 남친도 없잖아. 근데 왜 이리 철벽이지?"

김 여주

"..있어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거짓말하면 죽는다. 남친있어, 없어?"

김 여주

"있.. 있다고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하.. 쪼끄만게 거짓말도 못 하면서 어디서-"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있다는데 왜 지랄이야-"

너무 무서운 상황에 왕자님처럼 내게 와준 민현오빠다. 내가 이 오빠한테 처음 반했던 이유도, 나 도와줘서였지. 그런데 또..-

같은 이유로 다시 반했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사장님-"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강다니엘씨 해고합니다. 물건들 모두 싸서 당장 나가세요."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죄송합니다, 사장님."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알아듣게 말해줘?"

황 민현 image

황 민현

"내 여친 건드린 대가로 꺼지라고. 죽기 싫으면-"

민현오빠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내게 귓속말을 하는 강다니엘이란 남자다.

강 다니엘 image

강 다니엘

"다음에 또 보자. 그 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까 조심해-"

김 여주

"..."

그렇게 강다니엘이 내려가자, 옥상엔 민현오빠와 나만 남았다. 긴장이 풀리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괜찮아?"

김 여주

"..그 때처럼 또 이렇게 도와주니까 포기할 수가 없잖아."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어?"

김 여주

"안 좋아하려고 노력 중인데 왜 방해해..-"

얼굴이 빨개지더니, 나까지 얼굴이 빨개지게 말하는 민현오빠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너야말로, 그만 좋아하려 노력하는데 왜 방해하는 거야-"

서로의 속마음을 내비추는 바람에 사귀고 싶다는 욕심이 또 생겨버렸다.

또 욕심내는 내가 한심하지만, 이번에도 욕심을 내서, 용기를 내서 사귈 거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날리 없을 것이라고 오빠를 믿으니까-.

황 민현 image

황 민현

"지금 네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

김 여주

"같은 생각일 거야."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그럼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