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Ep 64. 어느날, 과거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도여주/23
.......
도여주/23
...내 노력을.. 알고, 있다고..?
공다예/23
음.. 아마 그렇지 않을까.... 내가 본 드라마에서는 다 그러던데..
공다예/23
아이, 근데 막 현실은 드라마나 소설이 아니잖아
도여주/23
....아니야...
공다예/23
응..?
도여주/23
아,.. 아니.
도여주/23
싱긋)) ..세상엔 어쩌다 소설같은 일이 일어날수도 있으니까,..
도여주/23
.......
입이 심하게 텁텁했다.
밥을 다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 가글을 하고 자리에 앉은 지 몇시간이 다 지나는 와중에도.
그저 가볍게 넘길만한 대화였는데도 이리 신경쓰이는건...
...아마.. 그간 심심찮게 느껴왔던... 그런..
도여주/23
.........
도여주/23
.....하아아....
도여주/23
미치겠네...
김석진/28
응? 여주씨 뭐 안되는거 있어요?
도여주/23
아, 아 아뇨, 그... 문제있는건 저기...
김석진/28
....?
도여주/23
..다예... 쪽인것같은데..
김석진/28
아,
김석진/28
ㅋㅋㅋㅋ고마워요, 한번 가봐야겠다.
도여주/23
그, 과장님
김석진/28
네?
도여주/23
.....
도여주/23
싱긋)) 혹시 저번에 알려주신 그 가게 있잖아요, 퇴근전에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김석진/28
..? ..아, 아아 그 사탕가게였나?
김석진/28
네,ㅎ 뭐 그러죠. 좋게 쓰일 사탕인가봐요?
도여주/23
일종의 선물이죠, ㅎ
가볍게 웃은 그녀가 짧은 목례 후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심정이 이렇게나 복잡한데,
아니, 어렴풋이 알고 있어도 절대 그 속내까진 모를걸 알면서도
.....내가 그에게 무언가를 속였다는게, ..혹자의 목숨을 담보로.
그게 제일... 가슴이 따끔거렸다.
도여주/23
......
도여주/23
....중얼)) 오늘은 칼퇴다..
저벅_
_저벅
저벅_
도여주/23
.....
쉬는시간도 하나 없이 일에 몰두했던게 의미가 있었는지..ㅋㅋ
그래도 오늘은 추가근무 없이 회사를 나섰다. 그래서 날이 다 지기 전에 집 앞에 다다르게 되었고.
한쪽 손이 무겁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분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은 하고 있다만,
그게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
내게 민윤기에 관련된 일이 완전한 사적이고, 그 이외의 일이 공적이라면,
...지금 하려는건 아마, 사적에 흔들리지 않을 공적의 선물이랄까....?
집에 다다랐을때쯤 느긋하게 발걸음을 줄이며 걸어본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저 내가 한 몇십개의 뻘짓 리스트에 적히겠지만,
....
나초원
언니!!!
도여주/23
아, ㅎ ((싱긋
대개는 제때제때 알맞아서.
옆집을 다 지나가기 전, 조금만 걸음을 늦추고 귀를 기울이면,
조금 우당탕 거리는 소리, 빠르게 방문을 넘는 바퀴소리와, 가까워지는 복잡한 소리들 끝
말갛게 웃는 얼굴이 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조건없는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도여주/23
초원아, 언니가 오늘은 선물 사왔다?
나초원
선물..? ..나한테...?
도여주/23
응!
도여주/23
짜잔– 이거봐라? 이게 수제사탕이란건데
초원이를 알게 된 지 얼마 후, 그 아이는 내 퇴근시간에 맞춰 문 밖으로 나오곤 했다.
그리곤 다가와 집에서 그린 그림, 일기같은걸 소개시켜주곤 하는데
....누구 옆집에 사는 언니인지 맨날맨날 공주드레스에 착하고 예쁘고 다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게 진짜 내 모습은 아니겠지만..ㅎㅎ,
그래도 이때만큼은 정말정말 행복한, 20대 도여주가 된것같아서.
그래서, 더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휠체어에 앉아있는 초원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굽혔던 무릎을 피면 어느세 나오신 초원이 어머님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데,
항상 번거로울까 미안해하시는 모습이 죄송해 대신 말씀드린적이 있었다. 정말 제 삶의 낙이 되었다고.
물론 오늘도 다름없이 앞에 서계신다.
내게 받은 사탕이 가득 찬 병을 흔들어보다 하나씩 아껴먹을거라고 다짐하는 애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다 문득,
도여주/23
.....
초원이 어머님
.....
은은한 미소를 지으신 체 그녀를 바라보시다 다시 날 바라보시는 그 눈빛이 여느때와는 조금 달라서..
초원이 어머님
나초원, 진짜 아껴먹을수 있겠어?ㅎㅎ
나초원
응!! 나 진짜진짜 안먹고 놔둘건데.. 맛이 너무 궁금하니까 하나만 먹는거야..!
초원이 어머님
ㅋㅋㅋㅋ그래? 언니가 준 선물이니까,
나초원
헤헤
초원이 어머님
...
초원이 어머님
아, 여주씨. 좀 들어올래요?
초원이 어머님
..ㅎ 밥까지는 아니여도 뭐라도 마시고 가라고.
도여주/23
.......
도여주/23
...네..
평소였다면 절대 내리지 않았을 결정이였을거다.
전보다 오랜만에 들린 그녀의 집은 전과 다른점이 없었지만,
신발장 위에 새로이 올려진 아기신발과, 모빌 등으로 그녀의 산달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들이.
그냥 물 한컵 주셔도 된다며 손사래치는 나를 기어이 테이블에 앉친 후, 레몬차를 한잔 내어주는 그녀의 손길이 미묘하게 굳은건,
..그래. 착각이였을까..?
초원이 어머님
...음, 여주씨..
도여주/23
네...?
초원이 어머님
......
사실 처음에는 초원이 얘기일거라 예상했었다.
그게 무슨 얘기든, 아쉬운 얘기라면 그렇게 티를 내지 말자고.
도여주/23
.......
근데..
초원이 어머님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줄지도 모르겠는데.. ...더는 못 숨길것같아서.
도여주/23
.....?
도여주/23
..무슨... 말씀이시길래...
초원이 어머님
......
초원이 어머님
...초원이 다리가 왜.. 저렇게 아픈지 알려준적 있었나요.?
초원이 어머님
교통사고.. 때문이였거든요..
도여주/23
.........
초원이 어머님
...큰,. 철판에... 다리가, 깔렸..었는데....
초원이 어머님
그 아수라장의 상황에서,.. 청년 한 명이 구해줬었어요.
도여주/23
...그, ..
초원이 어머님
정말 어려 보였었는데, ...보니까 스무살이였더라고요.... ㅎ,
초원이 어머님
......
초원이 어머님
...불행히도 나는 살았는데, 초원이를 살렸고.
초원이 어머님
결국 그 청년은 거기서 생을 달리했어요.
도여주/23
....어머님...... 그, ..
말 끝이 흐려졌다.
심장이 요동치고, 손이 마음대로 안돼 찻잔을 꾹 잡다 뺐다 한지가 여럿이였고,
.......
...이건 너무..!
초원이 어머님
미안해요.. 내가 정말, ...이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초원이 어머님
..이기적인거 아는데..... 지금 아니면 절대 못 말할것 같았어요...
초원이 어머님
...사고당했던 몸이 어느정도 회복됐을때, ..
초원이 어머님
딱 한번.. 희생자 추모식에 간 적이 있었어요...
도여주/23
........
초원이 어머님
...가슴이 문드러져서 차마 못들어갔었는데...
초원이 어머님
..거기서,... 여주씨와 닮은, 사람을 봤어요.
초원이 어머님
미안해요. ...내가, ..내가.......
도여주/23
...
도여주/23
..어머님, 그... 그..... ..
속이 문들어지다 못해 으깨져 밟혀버리는 기분이다.
.........
...왜 내 인생은 이따윈지, 진짜..
...
..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제가 ..하... 늦게왔죠ㅜㅠ
작가
그간 조금 아파서 글 쓰는게 더뎌진다는걸 사담방에만 올려놓고.. 정작 여기에는 안올려서ㅜㅠ
작가
기다려주셨을 분들ㅠㅠ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ㅠㅜㅠ
작가
이번 에피소드를 계기로 슬슬 완결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작가
큐큐큐ㅠㅜ큨...
작가
그런 연유로 더더욱.. 작중 이해안가시는 부분이 있으시거나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작가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
가시기 전 짧게나마 손팅부탁드려요ㅜㅠ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