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좋은 선배님?

정한과 서연 단둘이 남은 테이블

이서연

"...저, 선배님... 승철오빠한테는 말 안 하시면 안 될까요...?"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정한은 여전히 물잔을 손에 쥔 채 가볍게 웃었다.

정한 image

정한

"아, 안 해요. 근데 좀 궁금해져서요."

정한 image

정한

"그렇게 못 숨길 정도로 좋아하면서 왜 숨기는 거예요?"

서연은 한참 말을 고르다, 결국 입을 열었다.

이서연

"...승철오빠한테 저는... 그냥 동생일 뿐이라서요..."

정한 image

정한

"역시 그런거려나?"

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정한 image

정한

"하긴, 승철이 얼마 전에 여친 생겼잖아."

이서연

"....네...? 진짜요...?!!"

서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놀람과 당혹, 그리고 살짝 무너지는 표정.

정한은 그 반응이 재밌다는 듯 물을 꿀꺽 마시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한 image

정한

"푸하하. 아 미안, 농담이에요. 없어~ 그런 얘기 한 적 없어요."

이서연

"...선, 선배님...! 그런 장난은 좀..."

정한 image

정한

"아, 미안~ 진짜~"

정한은 두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하게 눈을 마주본다.

정한 image

정한

"근데, 승철이가 널 진짜 안 좋아하는 건 확실해요?

정한 image

정한

정말 동생으로만 봐요?"

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 그 모습에, 정한은 엷게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정한 image

정한

"어떻게 좀 도와줄까?

정한 image

정한

후배님이 걔 취향 딱 맞춰서 나타나면, 동생에서 여자로 보이지 않겠어?"

장난스러운 어조였지만,서연이 느끼기엔 어딘가 진심이 섞인 말투였다.

이서연

"정말... 그럴까요?"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게 되묻자, 정한은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정한 image

정한

"그럼 내가 도와주려면 너 번호는 알아야 되잖아?"

이서연

"…아, 네!"

서연은 얼떨결에 휴대폰을 꺼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했다.

마침 승철이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에스쿱스(승철) image

에스쿱스(승철)

"야, 얘기 좀 해줬냐?"

정한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응. 잘 했지 뭐~"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렇게, 정한은 이 묘한 관계의 열쇠를 쥐게 되었고 서연은 아직 모르는 사이—

이날 밤, 새로운 판이 조용히 깔리기 시작했다.

***

띠링~

집으로 돌아오던 길. 서연의 핸드폰에 도착한 카카오톡 알림.

• [윤정한 선배님] 쿱스의 뒷모습과 함께 찍힌 정한의 반만 보이는 셀카, 브이 포즈

서연은 순간 당황하며 입가를 손으로 가렸지만, 곧 고개를 숙이며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서연

“쿡...이 선배님, 뭐야 진짜...”

정한의 장난스러운 사진에 웃으며 눈을 들어 다시 한번 사진을 본다.

쿱스는 뒷모습만 보이고, 정한은 화면 반쯤만 얼굴을 드러낸 채 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있다.

의도된 장난같지만,그러나 거슬리지 않는 유쾌함.

이서연

‘그래도... 좋은 선배님이신 것 같아.’

서연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당혹스러웠지만 마음은 조금 놓여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