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너에게

미치겠는

연습을 다시 시작하려던 연습실 안, 문이 열리며 승철이 들어섰다.

분명 밝은 얼굴로 나갔던 그였는데, 돌아온 얼굴은 어딘가 굳어 있었다.

피부색이 조금 창백해졌고, 입꼬리는 내려가 있었으며 시선은 땅을 향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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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석민)

"형, 잠깐 스탭분 만나고 온다더니 표정이 왜그렇게 안 좋아? 뭐 안됐어?"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서는 도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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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그런거 아냐. 아우. 조금만 더 쉬었다하자."

승철은 심란한지 마른 세수를 하며 구석자리 의자에 가서 앉았고,

걱정이 됐는지 정한이 조심스레 다가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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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무슨 일 있었냐. 왜 그래."

정한의 낮은 목소리에 승철은 고개를 숙였다가,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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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뭐, 너도 아는 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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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서연이 말인데."

정한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저릿했다.

그렇지만 최대한 무심한 척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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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서연 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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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방금전에 마주쳤는데, 내가 좀... 심했나 싶어서."

승철은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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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그날 카페에서 했던 얘기, 그거 그냥 얘기하다보니까 또 꺼냈는데... 근데 표정이 좀… 많이 안 좋더라."

정한은 숨을 삼켰다. 이미 말하지 않았어야 할 얘기를 또 꺼낸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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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근데..나한테 고백하려고 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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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동생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그냥 선을 좀 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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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뭐??"

정한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눈썹이 찌푸려지고,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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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야, 그런 얘기 왜 했어. 그냥 넘어가면 안 됐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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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나는 걔가 동생으로밖에 안 느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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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혹시 더 감정 깊어지기 전에 정리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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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아니 무슨....!!"

조금 화가났는지 언성이 높아진 정한.

잘 풀리나 싶었더니 언성이 높아진 정한에 의해 멤버들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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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아니, 나는 그냥 동생같은데, 서연이가 혹시라도 다른 마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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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그래도!! 그런 얘기까지 굳이해서 상처 줄 필요는 없었잖아! 조금 더 좋게 말 할 수도 있었던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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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하.."

정한은 말을 하다 멈췄고, 착잡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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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야 너 왜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무거워진 분위기에 멤버들은 '형들...왜그래...' 하면서 다가왔고,

정한은 미안하다며 잠시 나갔다오겠다하며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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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쿱스(승철)

"야, 윤정한..! 잠깐...!"

승철이 불렀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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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진짜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복도를 나와서 걷는 정한.

그녀가 너무 신경쓰였다. 머리카락을 헝그러뜨리며 화를 분출해봐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다가갈 수도 없으면서 대체 왜 이러는지.

무심코 밖에 창문을 바라봤을땐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뭔 날씨마저 도와주질 않는지.

정한은 복도를 걸으며 답답한 마음에 밑으로 내려갔고,

회사 난간쪽을 걸으며 우연히 시선을 돌렸을때 어떤 한 여자가 무거운 걸음으로 회사 뒤편쪽으로 나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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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서연..."

서연이었다. 따라가야되나 불러여하나 망설여지는 순간.

서연은 우산도 뭣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하염없이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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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우산도 없이 뭐 어디가는거야..."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신경쓰여 미치겠는 정한.

결국 다급히 그녀를 따랐다.

***

회전문을 열고 나온 서연.

이서연

"아..비오네.. 아까 옥상 에서만 해도 날씨 괜찮았는데...."

비가 얼굴을 때리는데도 그냥 서 있었다.

이서연

'몰라 이젠....'

걸음을 떼려던 순간, 손목을 탁— 누군가가 붙잡았다.

이서연

"…서, 선배님?"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앞에, 정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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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비 오잖아. 우산도 없이… 뭐하는 거야."

정한은 숨을 고르며 서연을 바라봤다.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목소리엔 묘한 떨림이 묻어있었다.

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얼굴을 마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