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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Playlist_천연곱슬


동현이가 여주를 처음 만난건 정말 우연이었다.

고 1. 가을 어느날 빨리 밥을 먹고 친구들과 농구를 하기 위해 동현이는 급식실로 후다닥 뛰어왔지만 개같은 수학쌤... 점심시간을 4분이나 날려먹었다.

진짜 죽어라 뛰어왔지만 이미 줄은 길게 늘어져있었다. 줄이 얼마나 긴지 빼꼼 내다본 동현이의 시선에는 주황머리에 긴 파마머리를 여주가 보였다. 동현이에게 여주의 첫인상은 교복 위에 입은 말괄량이 같은 후드티가 잘 어울리는 여자아이였다.

"어? 여주야 파마 어디서했어?"


김여주
저.... 천연 곱슬이에요......

지나가는 여자 선배가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어보자 여주는 익숙하다는 듯 답했다. 그 여자 선배의 손을 뿌리치고 한 남자 선배가 만져보며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

"진짜 사자같아"


김여주
'원래 이런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여주는 뚱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매직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울상이 되었다.


김동현
빠글거려....

동현이의 말에 여주는 동현이를 노려보고 휙 고개를 돌렸다. 혼잣말을 한다는게 그만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나와버렸다.

여주는 모르겠지만 동현이는 여주를 놀릴 생각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여주의 그 머리가 여주와 완전 찰떡이어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머리때문인지 그 화내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김동현
쟤 누구야?


전웅
누구?

동현이는 여주를 가르켰고 웅이는 씨익 웃으며 물어보았다.


전웅
저 뽀글머리?

동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웅이는 의미심정한 눈빛으로 동현이를 바라보더니 동현이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전웅
반했냐?


김동현
ㅁ...뭐??


전웅
이 형님이 응원한다


김동현
아 뭐래;;

동현이는 웅이의 어깨에 올린 손을 치우고 급식실로 들어갔다.



김여주
'아 기분 잡쳤다'

여주는 뚱한 표정으로 급식줄을 기다렸다. 자신이 천연 곱슬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용실 어디로 다니는지 물어보는 선배도 가뜩이나 부시시한 머리를 헝크리면서 사자같다고 말하는 선배도 다 ㅈ같은데

오늘 자신을 보며 빠글거린다라고 한 동현이가 너무 신경쓰였다. 정확히 말하면 짜증이 났다. 솔직히 선배들은 동아리를 같이 하기때문에 친해서 그렇다하겠지만 아까 동현이는 완전 초면이었다.

물론 오가면서 동현이를 몇번 봤다. 동현이는 학교 존잘남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몇번 복도를 오가면서 봐왔고 동현이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괜찮은 애다라고 생각을 해오며 어느 정도의 호감이있었지만

지금도 걔속 기분나쁘게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도 옆에 전웅이랑 자신을 가르키면서 히히덕거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여주
'홍건고 날게잃은 천사라면서... 뿔을 잃은 악마 아니야?'

여주는 씩씩거리면서 급식실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이가 여주를 만난지 1주일째 되는 날. 여주의 어딜가도 눈에 띄는 그 머리때문인지 동현이는 오늘도 여주에게 자꾸만 눈이 갔다.


박우진
야


김동현
ㅇ...어?

여주를 보다가 우진이가 자신의 어깨를 툭치며 자신을 부르자 동현이는 고개를 돌려 우진이와 애들을 바라보았다


김동현
왜?


전웅
아니 이 ㅅㄲ 찐사랑이라니깐?


박우진
야, 그냥 사궈라 사궈


이대휘
그냥 고백 갈겨


김동현
아 뭔 개소리야?


박우진
1주일째다 미친놈아


전웅
그렇게 김여주가 좋으면 말이라도 걸어보던가


박우진
그냥 빨리 고백하고 까이면 안되냐?


이대휘
그래, 형 그냥 고백하고 까여 시원하게


이대휘
꼴보기 싫어


김동현
아니 저 머리 계속 눈에 가지 않아?


박우진
머리때문만은 아닐거 같은데?


이대휘
아 그냥 두자. 나 이 형 짝사랑하는거 보고싶음


김동현
아 ㅅㅂ 아니라고!!!

동현이는 웅이와 우진이, 그리고 빠른 연생이었던 자신보다 한살 어린 대휘를 노려보았다.


김동현
아니라니깐 자꾸 그러네?


그날 이후 동현이는 절대 여주의 머리가 눈에 띄어도 보지말자라는 생각과 여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빨리 매직을 하자라는 마음을 가졌다.

1년이 지난 고2 개학식날까지 둘은 서로를 보지 못했다. 그 공백을 오해를 확신으로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여주는 동현이에 대해 오해가 쌓였고 이런 일에 트라우마가 있던 동현이는 상황을 회피했기에 둘 사이는 오해로 시작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