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하룻밤만 나 재워줘요, | 36화




박여주
잘 알아들었길 바라요_

_한진의 어깨를 툭툭, 가볍게 친 여주가 일관된 무표정으로 마저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김한진
그 자식이... 뭐라고 그렇게 감싸고 돌지_ㅎ


김한진
아주 대단한 사이라도 되나 봅니다.


박여주
대단한 사이라...

_한진의 질질 끄는 발언이 꽤 싫증 났던 여주가 뒤돌아 그를 응시한다.


박여주
그쪽은 소속사 사장 주제에, 할 일이 정말 없나 봅니다. 사적인 관계를 궁금해하시다니.


김한진
궁금한 게 아니라,


김한진
당신들의 그 서로를 지키고자... 다짐하는


김한진
희생 정신이 대단할 따름이라서.


김한진
난 또 두 사람이 교제라도 하는 줄 알았죠.

_한진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띠는 여주.

_그런 여주를 날 선 눈빛으로 지켜보는 한진이다.


박여주
교제라도 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박여주
저희 사이에 대단한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 듯 하니.


박여주
그 정도 호의야 베풀 수 있죠.

_대화를 이어나가던 여주는, 급기야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박여주
아, 제가 이렇게 한가하게 그쪽이랑 대화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라서요.


박여주
저는 이만.

_누가 봐도 기분 나쁠 법한, 탁한 미소를 지어보인 그녀가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지.


·


김한진
생각보다 겁이 없는 아가씨네.




"팀장님...!"


박여주
...어, 네? 네_

"여기... 커피."


박여주
아···, 고마워요_

_얼떨결에 팀원들의 관심속, 커피를 받아든 여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

"이사장님이랑... 협의는 잘 되셨어요...?"

아, 참.


박여주
아······.

"저희 야근인가요... 아니면 퇴근인가요...?"

_직원들의 입장에서는, 한진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에는 업무의 양이 늘어나기에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이고_

_이사장과 협의가 되었을 경우에는 퇴근을 해도 되는 시각.

_하지만, 여주는 협의에 실패했으니 팀원들의 야근이 필요했지.


박여주
······.


박여주
···퇴근, 하셔도 됩니다_ㅎ

"헐, 대박. 정말요? 진짜?!"

"이사장님 설득하신 거예요?!?"


박여주
끄덕이며-] 네...ㅎ

"대박, 팀장님이 최고에요."

"다음에 커피랑 밥이라도 살게요! 안녕히 들어가세요!"

_여주의 말에, 하나둘씩 사무실을 나가는 직원들이다.


···


털썩-]

_쏜살같이 퇴근한 직원들을 제외하고, 홀로 사무실에 남은 여주.

_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박여주
그래...


박여주
죄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일하게 해...


박여주
내가 하지... 내가.


_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막상 모니터를 켜니, 할 일이 막막하기만 하지.

_머리를 찬찬히 뒤로 쓸어넘긴 여주는, 팔목에 있던 고무줄로 긴 머리를 위로 묶는다.


박여주
단독 잡지...

아 김한진 개ㅅ.


박여주
:)...

단독 잡지 표지 제작, 구성 계획 짜고, 광고 협찬 목록 정리...

나 오늘 집에 갈 수 있을까.



00:51 AM


박여주
아... 허리야...


박여주
집... 가자, 집.

_인상을 찌푸리며, 허리 뒤를 주먹으로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주.

_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_터덜터덜, 이게 사람인지 좀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의 힘 빠진 걸음걸이로 겨우 몸을 이끈 여주가 도어락에 0000을 차례로 누른다.


박여주
······아, 이게 아니었지.

_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1004를 누른 여주가 휴_ 한숨을 쉬며 힘겹게 문을 연다.




박여주
휴우······.


박여주
···정국 씨 잠들었으려ㄴ

_그렇게 힐을 벗고, 집 안으로 발을 딛으려 할 때 쯔음


터-업]


박여주
...?!

_발에 걸리는 무언가를 느끼고선 뒷걸음질 치는 여주다.


박여주
무ㅅ···


박여주
···전정국 씨...?



_다름 아닌, 현관 바닥에 앉아 잠에 든 정국이가 있었던 것.

_그저 당황한 여주가, 무릎을 굽혀 앉아 정국을 살짝 건드리자



_천천히 눈을 뜨는 그다.


박여주
···깼어요?


박여주
근데 왜 방에서 안 자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박여주
나간 사람 무안해지게···.


전정국
···사과하려고 했는데... 안 보이길래...



박여주
사...과요?


전정국
아까... 했던 말요...


전정국
날 어떻게 믿냐고... 말이 안 된다면서... 의심해서 미안해요.


전정국
그냥 아까... 내가 조금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


박여주
···그 말 할려고 여기서 잔 거예요?


전정국
···기다린 거죠.

근데 이 남자.

아까부터 왜 이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나 했는데_


박여주
···정국 씨, 더워요? 땀 흘리는데...

그의 머리카락은 이미 식은 땀에 젖어든지 오래였다.

그제서야 바짝 마른 그의 입술도 눈에 들어왔고.


전정국
······.

_그때였을까, 정국이 간신히 눈을 뜬 채 여주의 손을 잡아 제 이마에 가져다 댄 게.


전정국
나··· 아픈 것 같아요.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프다면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힘없는 미소를 짓는 이 남자가.

다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선, 내 손을 더 꽉 잡아보는 이 남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