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변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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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하…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냐.

서영은 끙끙대며 힘겹게 민규를 부축하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 그대로 그를 바닥에 내팽개치듯 놓는다.

피투성이인 뱀파이어를 굳이 본인의 침대까지 눕히고 싶은 마음은 없나 보다.

서영은 바닥에 널브러진 민규를 보다 구급상자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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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냥 거기에 버려두고 올 걸 그랬나.

툴툴대면서도 꽤 정성스럽게 그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

어렸을 적 꿈이 의사였어서 그런지 상처 봉합 정도는 그녀에게 껌이었다.

머리에 있는 상처를 모두 치료한 다음 혹여 몸에도 상처가 있을까 그의 셔츠 단추를 풀던 참이었다.

탁.

순간 민규가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챈다.

그리곤 힘겹게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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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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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보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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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쪽 상처 치료해 주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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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러니까 그쪽이 그걸 왜 해 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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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뱀파이어 죽도록 싫어하던 거 아니었나?

민규가 비릿하게 웃는다.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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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럼 뭐 죽든지.

서영은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을 세게 뿌리친 뒤 구급상자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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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이렇게 냉정하게 뿌리친다고~?

마치 꼬리 내린 대형 강아지처럼 서운하단 표정을 짓는다.

어쩜 이렇게 능글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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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뱀파이어가 어떻게 자신을 치유하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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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별로 알고 싶지 않네요.

민규는 몸을 일으켜 서영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녀의 목에서 그의 숨결이 간지러울 정도로 전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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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인간의 피를 먹고 치유하거든요.

서영은 민규를 세게 밀쳐낸다.

택도 없는 힘이었지만 민규는 밀쳐진 척이라도 해 주며 뒷걸음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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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내가 뭐 다 빨아먹는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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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조금만 나눠달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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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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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조금이라도 나눠주기 싫으니까 개수작 부리지 말고 그만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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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알겠어,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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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장난이니까 그만 화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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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근데 혼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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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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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러니까 널 데려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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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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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벌써 독립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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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부모님은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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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뱀파이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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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러니 뭐 독립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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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래서 뱀파이어를 그렇게나 미워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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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나랑 비슷한 처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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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나도 인간들한테 우리 부모님이 사냥 당해서 돌아가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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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럼 쌤쌤인가?

되도 않는 농담을 치며 장난스런 웃음을 입에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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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럼 난 이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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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그렇게 민규는 검은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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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쌤쌤같은 소리하네.

민규의 가정사를 들은 서영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분명 인간들에게 사냥 당해진 뱀파이어도 존재할 텐데.

과연 자신의 부모와 친구를 죽인 뱀파이어 장본인이 아닌 모든 뱀파이어들에게 혐오감이 향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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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나도 참……

서영은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는다.

더 이상의 의미없는 혐오감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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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꼴이 말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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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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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어~ 인간한테 대가리 깨지고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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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근데 병원이라도 갔다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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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그 붕대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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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있어. 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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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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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럼 난 먼저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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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밤인데 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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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어~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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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너도 피곤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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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너야말로 꼴이 말이 아닌 것 같고.

정한이 조른 탓에 시뻘겋고 푸르게 멍이 나 있는 원우의 목을 보며 민규는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네 목이나 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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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아.

원우는 제 목을 어루만진다.

이제서야 제 몰골이 어떤지 자각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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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계속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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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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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윤정한 죽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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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계속할 거냐고.

차가운 공기만 맴도는 집안에 긴 정적이 흐른다.

어째서인지 원우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자신도 지금 저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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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솔직히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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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진짜로 윤정한을 죽이고 싶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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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그럼 넌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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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난 죽이고 싶어.

민규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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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윤정한을 용서하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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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그래.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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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를 믿었던 그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