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과외하기

01 : 싸가지 과외하기

오늘은 처음으로 지훈이를 과외하러 가는 날이다.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고 설레서 밤잠도 설쳤다. 왜 이러냐, 김여주. 너가 수학여행가는 중학생도 아니고!

김여주

"음.. 첫 날이니까 격식도 차릴 겸 원피스입고 가는게 좋으려나? 아니지, 어디 결혼식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원피스람-"

김여주

"그냥 평범하게 슬랙스입고 가자. 아니지, 그래도 조금 이쁘게 보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05:40 PM

"또로롱- 또로롱-"

김여주

"헐, 늦었다!"

빌어먹을 결정장애 때문에 늦은 난 결국 원피스와 힐을 신고 전속력 달리기를 하는 기행을 벌였고, 다행히도 과외 시간 안에 도착했다.

김여주

"△△동 124-1에 있는 단독주택단지라고 했으니까.. 여기가 지훈이네 맞는 것 같다."

근데 이 단독주택단지는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것 마냥 반짝반짝하네, 마당까지 있고. 나는 8평짜리 원룸 얻을 때도 눈물을 머금고 계약했는데.. 흑-

짠내나는 원룸 계약 때를 떠올리며 초인종을 누르니, 박지훈네 어머니가 나오셔서 나를 안내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벽지와 북유럽풍 디자인이 날 사로잡았다. 이렇게 좋은 집에서 과외를 하게 되는 거구나. 나이스!

박지훈 부모님

"지훈이 방은 2층이에요."

김여주

"네! 지금 올라가볼게요."

박지훈 부모님

"저기, 선생님..!"

김여주

"네?"

박지훈 부모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수고하세요."

뭐지, 이 묘한 대화는. 어머님 표정이 좀 안 좋았던 것 같기도 한데. 뭐, 괜찮겠지.

2층으로 올라오고는, 마음 속 조그마한 곳에 생겼던 불안함을 애써 접어두려 나는 화끈하게 박지훈의 방문을 열었다.

김여주

"지훈아, 안녕! 오늘부터 같이 공부하게 될 네 국어 과외 선생님이야!"

박지훈 image

박지훈

"...?"

아, 망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처음으로 본 건 바로, 박지훈의 복.. 복.. 더이상은 부끄러워서 말 못해.

김여주

"꺄아아-"

박지훈 image

박지훈

"야, 노크 안하냐?"

김여주

"미.. 미안..!"

급하게 방문을 닫은 뒤 심호흡을 했다. 들숨에 괜찮아, 날숨에 정확히 보진 않았어(?) 씁하씁하-

첫 날부터 제자의 상의탈의 장면을 봐버린 나에겐 마음 한 켠 속에 있던 불안함이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