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그리고 사랑
18



전정국
하..

국이 하나뿐인 누나한테 자기가 한 짓 정말 미친 짓이었던 건데, 그러면 안 됐던건데 너무 화가 나서 끝까지 몰아붙였지.

사실 국이가 느낀 감정은 분노보다는 배신감, 두려움에 가까워. 국이가 여주한테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게 정말 컸거든. 부모한테도 말하지 않는 것들도 자주 얘기하고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보기도 처음이야.

너무 소중한 사람과 하는 을의 연애에서 어떻게 상대를 대해야 하는지 감도 잘 안 오고, 무의식적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나날들이었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으니까 어린애처럼 자기 좀 봐달라며 화풀이했던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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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색색 잠드는 모습 바라보다가 터덜터덜 부엌가서 죽 끓이고 급하게 출근해. 정국이 나가고 한참 있다 여주 눈뜨는데 무의식적으로 몸 일으키려다가 끊어질 것 같은 허리붙잡고 인상 찡그림.

김여주
아윽...

온몸에 곳곳에 피어난 멍들이 보이고 생생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재생돼.

눈물이 주륵 흘러내리는데 아무도 달래줄 수 없는 상황이잖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유일한 안식처마저 빼앗긴 느낌이겠지. 여주가 아무생각 없이 옷도 안벗고 욕조에 물받아놓고 온 몸 푹 잠긴채로 하염없이 멍하게 앉아있어.

그 시각 윤기 씻고 대충 짐싸서 여주네 집으로 향해. 오늘 옛날에 둘이 맞췄던 퍼즐 다시 맞추기로했거든. 예상되는 반응에 피식 웃으면서 여주 집으로 가지.

띵동-

수차례 초인종을 누르는데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조차 안 해. 한 번도 이런적 없었지. 윤기 뭔가 불안한 기눈에


민윤기
(문을 쿵쿵 두드리며) 여주야!

하고 소리지른데 절대 문 안열림. 결국 여주 생일입력하고 문 따는데 현관에 여주 신발 그대로지.


민윤기
(아직 자는건가..)

하는 생각에 여주랑 정국이 안방여는데 순간 비릿한 냄새가 코 끝에 진동해. 윤기 당황해서 여주 찾는데 침대 위에 아직 굳지 않은 핏자국이랑 말라붙은 그것들 있는 거 보고 기겁해. 이게 무슨 상황인가싶지..윤기 너무 놀래서


민윤기
김여주!!여주야!!!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발에서 차가운 쇳조각 걸리는 느낌 남. 이게 뭐지 싶어 찬찬히 뜯어보는데


민윤기
이거, 내가 준 목걸이잖아?

직감이 오지. 이거 전정국. 그새끼가 질투에 눈이 멀어 밤새 묶어두고 괴롭힌거라고..

불 켜져있는 화장실 문 벌컥 여는데 어느새 식어버린 욕조 안에서 울다가 지쳐 잠든 여주가 보여. 윤기 자기 옷 입었다는 사실도 잊고 첨벙첨벙 들어가서


민윤기
여주야!

라며 여주 어깨 잡고 흔드는데 여주 공허한 눈동자로 윤기 빤히 바라보며 입 벙긋거려.

김여주
(입모양으로) 윤...기씨?

윤기 그대로 여주 겨드랑이랑 종아리에 손끼우고 들어올리는데 온몸에 멍자국들이랑 키스마크 보이지. 여주도 자기 몸에 있는거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 돌려버리는데 윤기 여주 꽉 안아주면서 다독여 줌.


민윤기
괜찮아요..다 괜찮아

근데 이것들 윤기 자신이 여주에게 했던 행동들이잖아? 아파서 벌벌 떠는 여주 허리띠로 때려가면서 관계했었지. 여주가 조금만 잘못해도 모진 말도 많이 하고 그랬음.

인형이 된 듯 공허하게 천장만 응시하는 여주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민윤기
(울먹) 그때도 이렇게, 많이 힘들었겠구나..

윤기 눈물 삼키면서 숨 가다듬는데 여주 얼굴 위로 윤기 눈물 떨어지구, 여주 손 뻗어서 윤기 눈물 닦아주면서

김여주
(입모양으로) 왜..왜 울어요 윥기씨

라고 벙긋거림. 윤기 아무 말 못한 채로 여주 몸 위로 몸 겹쳐서 꽈악 안아주는데 여주가 버석하게 웃고 윤기 머리칼 헤집으면서 슥슥 느리게 쓸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