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난 늘 응원해
매듭 (6)


어느 한 컨퍼런스 룸, 양복을 격식 있게 갖춰 입은 두 남자의 모습에서 무언가 중요한 만남이라는 게 느껴진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 앉는 자리에 앉아,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누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태형
오랜만이야, 형.


석주
으응... 정말, 오랜만이네.

...... 어쩌면 이 재회가 곧 있을 정국과 태형의 재회보다 더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석주
잘... 지냈어?


태형
뭐... 사실 아주 잘 지냈다고는 말 못 하겠어.


태형
솔직히 말해서....

태형은 말을 하다 말고 힐끗 석주의 눈치를 봤다.


태형
매일을 폐인처럼 살았어.


태형
그냥... 뭘 해도 잊혀지지가 않더라고.


석주
「여주... 말하는 거겠지.」

석주는 아끼는 동생이 석주 자신의 여동생을 잊지 못했다는 말에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다.


태형
.... 여주 뿐만이 아니야.


태형
다....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돼버렸어.


태형
... 특히 형 말이야...


태형
아버지가 형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지만......


태형
정말... 그것만큼은,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더라.

그저 안타까웠다, 석주는.

부디 태형이 죄책감은 말고,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갔으면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태형의 발목을 붙잡아 버린 건 아닌지, 괴로웠다.

아직 어린 태형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유감스럽게도 그 일들은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석주
네가.... 맘 편히 살아갔으면 좋겠어.


석주
... 모든 건 다 잊고,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해, 난.

태형이 어딘가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석주로서는 정국보다도 태형을 더 오랫동안 봐 왔기 때문에, 태형은 정말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듯한 존재로 여겨졌다.


석주
그래...


석주
이번 재판 끝나면, 정말 원하는 대로 살아.


석주
이젠 너 간섭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태형
.... 내가... 그래도 되는 걸까...

석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석주
이번에... 여주.. 랑 정국이가 증인으로 서는 거 알고 있지?


태형
........ 응.


석주
... 어때, 만나서 얘기라도 할래?


여주
*앗, 얘들아! 오빠가 #### 빌딩으로 오래!*


정국
*왜?*


Chloe
*음.. 관광이나 하면 안 돼?*


여주
*.. 오랜... 오랜 친구를 만날 거라서.*

그러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정국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정국
그 도련님?


정국
생각보다 자존감은 높은가보지? 흥, 다시는 못 볼 사이처럼 굴더니.

영문도 모르는 클로이를 JK 호텔에 내려준 후, 여주와 정국은 석주가 찍어준 주소대로 #### 빌딩에 갔다.


여주
뭐야, 이 건물 생각보다 더 크고 웅장하잖아!

여주가 길게 뻗어 있는 복도를 걸으며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여주는 금세 자신의 복장은 해변가에서나 어울리는 복장임을 깨달았다.


여주
아, 안 되겠어. 나 옷 좀 갈아입고 올래!

여주가 자신의 배낭을 꽉 잡고 부랴부랴 호들갑을 떨어대자, 정국이 가만히 여주의 가방을 위로 쑥 들어올렸다.


정국
자, 호들갑은 그만 떨고.


정국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뭐가 더 필요해?

여주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설렘에 심장이 찌릿찌릿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이렇게 칭찬에 춤추는 고래처럼 넘어가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여주
아.... 아아아 그래도!!! 나 가방에 정장 같은 거 있단 말이야!!


여주
너는 셔츠 입고 있잖아!!! 나도 격식 좀 차려보자구!!


정국
ㅋㅋㅋㅋㅋ 알았어 그럼.


정국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갈아입고 와.

여주는 방긋 웃으며 여자 화장실을 찾아 달려갔다. 정국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
귀여운 여자친구를 뒀구나?

인기척 없던 복도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목소리에, 정국이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정국
「아... 이래서 여주한테 가지 말라고 한건데.」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정국이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태형
안녕, JK 도련님.


정국
「세계.. 아니 우주 최고의 어색함 끝판왕이다, 이 만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