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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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말했나,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말을 내 뱉고 난 뒤에 사실은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이미 뱉어버린 뒤에 어떻게 수습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태형의 대답으로 수습이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백여아

나는 바보였어.

그대로 책상에 머리를 박아볼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그 말만 하고 올 걸 그랬어. 잠깐 꼬시는 거 쉰답시고, 그냥 그냥...

백여아

아... 이류아 나는 어째서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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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류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힘내라.

백여아

응... 힘낼게.

여아의 대답을 끝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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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자, 여기가 보라고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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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마 지금쯤 끝날 거라고 들었는데.

정국의 말에 응답하기라도 한 듯, 우르르 몰려 나오는 아이들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정국은 두 눈을 찡그리며 지갑속에 있던 학생증과 대조하며 여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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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류아

청소 화이팅. 먼저 간다, 이따 만나.

류아는 여아와의 스터디카페에서의 만남을 약속하고는 먼저 반을 나섰다. 입꼬리를 둥글게 말아 웃으며 손을 흔들던 여아의 표정은 류아가 반을 나서자 점차 그라데이션처럼 표정이 우울하게 변해갔다.

백여아

괜히, 말... 했어.

응. 응.

진짜 괜히 말했어.

순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말을 뱉은 뒤 수 많은 후회가 몰려왔다. 왜 말했을까. 순간 감정이 욱해져서? 근데 갑자기 왜 욱한 거지? 어제 지갑을 잃어버려서? 김태형은 기분이 상했을까? 상했으면 어떡하지?

말을 뱉은 뒤에 여아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수습을 할 방법과 사과할 방법, 앞으로 그 뒤는 어떻게 이어나갈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을 부순 것은 태형의 대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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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는 연락해도 상관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라도 너 만나고 싶었어.

태형의 대답을 들은 여아는 쟁반으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였다. 순간 몰래카메라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애초에 김태형은 그럴리가 없었고 표정부터가 사뭇 너무나도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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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평소보다 기분 안 좋아보여,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기분 더 안 좋게 만들었다면 미안해. 곧 있음 종 칠 것 같으니까 먼저 갈게.

그리고 가는 뒷모습을 얼빠지게 보다가 종이 쳐서 허겁지겁 반으로 돌아왔다.

백여아

쳇, 그렇게 가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힘 없이 혀를 찬 여아는 빗자루질을 다시 시작했다.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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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는 애들 하나도 없어.

여아를 한참 찾은 정국은 결국 지쳐 찾는 것을 포기하고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잡을 생각으로 교문 앞에 쭈그려 앉아 지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갑은 검정색인데다가 귀여운 키링이 달랑달랑 움직이며 매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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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귀엽네.

달랑 거리는 키링을 매 만지며 앉아있던 정국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나오는 학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였다. 익숙한 키에 익숙한 가방, 익숙한 저 얼굴. 태형이였다.

정국은 벌떡 일어니더니 곧장 태형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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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태형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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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야, 너 왜 여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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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맞다, 태형이 형 보라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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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건 됐고, 너 학원 안 가? 오늘 일찍 오라고 하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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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음...

허허 멋쩍은 웃음을 보이던 정국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대충 넘어가자는 듯 손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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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또 혼날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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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에이,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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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형 혹시, 백여아 누나 알아요?

센 바람이 둘의 머리카락을 살랑, 휘날리게 만들었다.

항상 응원이랑 별점 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