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22



태형은 가만히 있다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정국의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반과 동시에 어디서 만났나 의문이 반이였다. 에이드 안에 있던 얼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김태형
어디서 만났었는데.


전정국
굳이 알려주고 싶지는 않은데.

단답이였다. 확실히 안 알려주겠다는 답. 서로의 관계가 꼬이고 꼬이고, 또 꼬여 풀 수 없게 만든 것은 온 세상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띠리리.

울리는 벨소리가 정적을 만들었다. 핸드폰의 주인은 전정국이였고, 발신자는 학원 선생님이였다. 저도 놀란 듯 전정국은 황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인사는 꼭 해야 됐던 것인지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결국 둘만 남게 되었다. 어색한 공기가 주변을 감싼다.


백여아
저, 기...


김태형
미안, 불편했을 것 같다. 나도 먼저 가볼게.

가방을 챙기고 유유히 나가는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아는 그 자리에 앉아서 멀뚱히 앉아있었다.

에이드 안에 있던 얼음이 둥실, 급히 떠올라왔다.




이류아
그래서 그냥 놓고 나간 거야?

백여아
응...

풉, 이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웃긴지 배를 잡고 깔깔 웃는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여아는 뭐가 재밌냐며 오리입을 빼놓는다.



이류아
근데 이렇게 들으니까 전정국? 걔도 성깔 장난 아니다.

백여아
대체 어디서 그런 걸 느낀 거야?


이류아
전체적인 흐름을 봐서?

백여아
아...

짧은 탄식만 내 뱉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뭐하나 이미 어제의, 과거의 일인데. 여아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힘이 빠진 다는 듯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샤프만 괜히 괴롭혔다.

뭔가 끼면 안 되는 일에 껴벼린 것 같다.



교실에 있던 태형은 손에 저가 먹을 점심을 들고 학교 뒷편으로 나왔다. 그러곤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평소라면 축구를 하던가, 반에서 문제집을 풀 텐데 오늘따라 생각이 많았다.

학교 뒷편은 태형에게 생각하는 의자와 비슷한 곳이였다. 어떤 문제점을 생각할 땐 꼭 이곳을 찾아왔고, 문제집을 풀다 어렵고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이곳에 와 조금 생각하다 다시 올라가서 문제집을 펼쳤다.

이런 모습을 보던 박지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태형을 쳐다보았다.


김태형
도대체 어디서, 전정국을 만났더라...

손에 들고 있는 샌드위치 포장지를 까며 천천히 생각했다. 전정국과 만난 일도 이렇게 쉽게 까여졌으면 좋겠다. 다 까여진 샌드위치는 여러가지 색깔의 채소와 베이컨이 훤히 보였다.

아앙, 크게 한입을 베어 먹고 한번 씹을 때마다 전정국과의 교류를 생각했다. 이상하게 이 교류가 언제부터 시작 됐는지 알고 싶어졌다. 어디서 만났고, 만난 장소는? 그리고 어쩌다가 만났을까.

한참동안 멍때리면서 생각을 하면서 씹으니 뭔가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이게 멍때리기의 힘인가.

그때, 옆에서 부스럭 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한 손에는 사탕을 5개씩 들고 있는...


김태형
백여아...?

백여아
어... 너 여기서 뭐하냐...

툭, 샌드위치 사이에 아슬하게 끼여있던 양배추가 곧장 바닥으로 낙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