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특



타닥,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조용한 골목길을 울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넥타이가 목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재킷은 넥타이와 같이 깃발처럼 펄럭였고, 손에는 흐를 듯 말듯 넘칠 것 같은 커피컵이 들려있었다.

하, 씨... 회사 나가야 된다니까. 이런 동네는 도대체 왜 온 거야. 개자식 직장 상사라고 내가 뛰어다니지 아주.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눈앞에 보였다. 키가 크고, 살짝 있는 곱슬머리 그리고 목을 감싼 목티. 타이밍은 무슨 일인지 가벼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어떤 집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백여아
저기요.


김태형
뭐야. 언제 왔어요? 시킨 거는요?

오자마자 자기 것을 먼저 찾는 그는 김태형. 내 직장 상사. 솔직히 좀 꼰대 같지만 시급은 짭짤해서 그의 비서로 일하고 있다.

백여아
하, 오자마자 그거부터 찾나요? 저도 좀 봐주세요-


김태형
예, 예. 얼른 손에 들린 그거나 주세요.

둘은 유치하고, 또 유치하게 말다툼을 벌였다. 좀 느리네요? 제가 느리면 혼자 갔다오시던가요~. 저도 갈 수 있었는데 여아 씨가 간다 하셨잖아요-. 제가 다녀오는 게 한참은 빠를 것 같네요~.

둘은 베, 혀를 내밀어 메롱도 해보고, 이상한 표정도 지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어린 아이들이 싸운다 말해도 마땅한 것 같았다.

백여아
저 안 줍니다?


김태형
죄 없는 그거는 무슨 상관입니까, 사람이 먹어주길 바랄 텐데.

여아는 잔뜩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는, 태형에게 커피컵을 전했다. 아까우니까 드린 거예요. 그런 여아의 말에 답하는 태형은 대충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네, 네.


커피컵의 빨대가 들어가야 되는 구멍 부분을 살짝 열어 젖힌 컵 안에서는 서서히 연기가 피어 올랐다. 그 연기들을 향해 후 바람을 불면 점점 자연스레 멀리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잠깐도 안 되고 떠나는 것처럼.

차가웠던 손의 온기는 점점 따뜻해져 갔다.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달이니, 제법 많이 추워졌다. 코트는 접어두고 이젠 패딩을 입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백여아
회장님, 겉과 다르시게 코코아 드시네요.


김태형
왜요? 안 돼요?

백여아
아뇨 뭐, 그냥.


김태형
전 쓴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딱 잘라 대답하는 태형을 보던 여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여아
근데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 심지어 맨날 차만 타시던 회장님이 차도 안 타시고... 여기 뭐, 보물이라도 있나요?


김태형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 가끔은 걸어요.


김태형
그리고 여기, 내가 어릴 때 살던 집이에요.


그때부터인가, 이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